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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AI 생성 이미지(편집)
금융당국이 은행의 비상장주식 위험가중치(RW)를 낮췄다. 계열 증권사를 통한 생산적 금융 확대 등이 기대됐지만, 정작 현장의 반응은 차갑다. 지주의 리스크 관리 기조가 여전한 데다 성과를 내야 하는 은행까지 경쟁자로 가세하면서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은행업감독업무시행세칙을 개정하고 비상장주식 익스포져 위험가중치를 기존 400%에서 250%로 낮췄다. 단기매매 등 투기적 거래를 목적으로 한 비상장 주식은 기존처럼 400%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는 작년 9월 발표한 '자본규제 합리화 방안'에 따른 조치다. 당시 금융당국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에 맞춰 은행이 보유한 비상장 주식에 대해 원칙적으로 RW 250%를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3년 미만 보유 예정인 비상장 주식과 벤처캐피탈 등에 대해선 400%를 부과한다.
부동산 대신 벤처기업 등 생산적 분야로 금융권의 자금을 유입하기 위한 조치였다. 금융당국은 이와 동시에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RW 하한을 상향하기도 했다. 이에 시장에선 은행이 기업대출에 집중하고, 증권사가 비상장 주식 등의 투자를 맡는 역할 분담을 예상했다.
기대와 달리 증권사들의 체감 정도는 크지 않은 분위기다. 생산적 금융에 대한 압박이 지속하면서 은행이 기업대출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위기감이 조성되고 있다.
한 은행계열 증권사 관계자는 "보수적인 사내 기준을 충족하면서 수익성도 챙겨야 하기에 딜 발굴이 매우 까다롭다"며 "좋은 딜이 있으면 이제는 은행이 먼저 하겠다고 나서는 분위기라 입지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 기준 대비 까다로운 국내 기준을 정비했을 뿐, 글로벌 규제 환경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지주 중심의 보수적인 문화 등 본질적인 제약도 그대로라는 평가다. 회사 안팎을 둘러싼 환경이 깐깐한 탓에 증권사의 공격적인 행보는 쉽지 않다는 전언이다.
또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애초 RWA 규제가 투자의 절대적인 제약은 아니었다"며 "비상장 기업을 소싱하는 게 쉽지 않기도 하고, 은행계 특유의 보수적 문화 탓에 과감한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않는 점도 제약"이라고 말했다.
금융지주로서도 큰 변화를 느끼긴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 은행에 적용 중인 RW 경과조치에 따른 위험가중자산(RWA) 자동 상승분을 고려하면 지주 및 은행의 자본비율 변화는 미미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당국은 바젤3 도입에 따른 부담을 완화하고자 2027년까지 주식 익스포져에 적용하는 RW를 단계적으로 상향하고 있다.
작년 금융당국은 제도 개선으로 국내은행의 총자본비율은 평균 24bp 상승하고, 금융지주는 평균 19bp 상승할 것으로 내다본 바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경과조치에 따라 매년 자동으로 하락하는 자본비율이 10bp 이상이라고 보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자동 하락분을 상쇄하는 정도라 획기적인 투자 여력이 생겼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상대적으로 주식 익스포져가 적은 우리금융의 경우 비율 상승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다른 금융지주의 경우 작년 수준의 자본 비율을 유지하는 데 그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