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금융, 알맹이 없는 밸류업 공시…1년 더 기다려야 되는 주주들
입력 2026.04.03 07:00

계열사 4곳 중장기 환원율 50% 등 '약식 공시'
새로운 내용 없어 실망한 시장…주가 약세 지속
구체적 밸류업은 내년 정기주총 이후 기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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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금융 계열사들이 최근 일제히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을 공시했으나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기존에 발표했던 주주환원 정책을 단순히 확인하는 수준에 그치면서 알맹이가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화재·증권·카드는 최근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을 공시했다. 4개사 모두 중장기 주주환원율을 50%로 제시했다. 작년 1월 밸류업 계획을 발표한 삼성화재는 이행 현황을 공유했고, 삼성생명·증권·카드는 이번이 첫 공시다.

    이조차도 구체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화재는 오는 2028년까지 주주환원율을 50%로 확대하겠다는 시한을 유일하게 명시했다. 반면 삼성생명과 삼성증권, 삼성카드는 목표 달성 시점을 '중장기'라고만 언급하며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았다.

    시장이 기대했던 핵심 현안들도 누락됐다. 삼성생명은 보유 중인 삼성전자 주식 처분 이익을 주주환원 재원으로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별도의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이달 매각한 삼성전자 주식 금액만 1조3020억원에 달해 특별배당 등의 기대감이 있었지만, 현재로선 연간배당에 녹이는 방향이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카드는 자사주 소각에 대한 결정을 유보했다. 삼성카드는 지난 11일 사업보고서에서 "현재 자기주식 취득, 처분 및 소각에 대한 단기 계획은 없다"고 밝힌 데 이어 밸류업 계획에서도 관련 내용을 배제했다. 작년 말 기준 삼성카드의 자사주 비중은 7.9%다.

    앞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주요 상장사들이 일제히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발표한 것과 대조된다. 자사주는 18개월 이내 소각하는 게 원칙이며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계속 보유할 수 있다.

    부실한 공시 내용에 시장의 실망감이 역력했다. 삼성생명의 주가는 밸류업 계획 공시 다음날 0.4%(1000원) 오른 23만1500원에 거래를 마쳤지만, 이후 하락세가 이어져 31일 오후12시 기준 21만4000원에 거래 중이다. 삼성카드는 지난 19일 5만9800원이었던 주가가 공시 이튿날 소폭 하락한 데 이어 현재 5만3200원 선까지 밀려났다. 삼성증권 역시 밸류업 계획 발표 후 하루 반짝 주가가 상승한 뒤 하락세로 전환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발표 직후 잠시 반등했던 주가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공시 내용에 주가를 견인할 만한 실질적인 동력이 없음을 시장이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공시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행정적 절차 성격이 강하다.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고배당 기업은 매년 밸류업 계획을 공시해야 한다. 한국거래소가 올해에 한해 약식 공시를 허용하면서 계열사들이 줄줄이 공시를 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주주들은 제대로 된 밸류업 계획을 확인하기 위해 내년 정기 주주총회 이후까지 기다려야 할 처지에 놓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면서 밸류업 계획을 기다리는 투자자들이 많았는데 새로운 내용이 없어 실망감이 커진 분위기"라며 "실적 성장에 걸맞은 구체적인 로드맵과 비전을 제시하는 등 투자자들에게 실질적인 기대감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