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상반기에만 3조원대 깜짝실적 기대…횡재세 압박 재현될까 부담
입력 2026.04.06 07:00

중동發 정제마진 폭등…조단위 실적 기대
일부 제품마진 배럴당 170불까지 치솟아
일회성 이익이나 E&S 합병 효과도 재조명
자원안보 경계 격상에 정부·업계 눈치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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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중동사태로 정제마진이 폭등한 덕에 상반기 깜짝 실적을 기록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공급차질이 이제 막 시작된 터라 이벤트성 실적에 불과할 수 있으나, 2분기부터는 자원개발(E&P) 사업과 SK E&S 합병 효과가 순차로 조명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정부가 자원안보 위기 경보를 격상하는 상황에서 과거 러-우 전쟁 당시처럼 초과이익에 대한 압박이 재현될 수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최근 복합 정제마진은 일간 기준 배럴당 60달러 가까이 오르며 고점을 경신하고 있다. 통상 배럴당 5~10달러 수준에서 손익분기점을 형성하는 점을 고려하면 정유사들이 이례적으로 고마진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중동사태로 원유 공급망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제품 가격이 급등한 영향이 반영된 결과다. 

    지난 30여년 동안 접해보지 못한 수치들이라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제품별 정제마진은 등락폭이 더 크다. 항공유(제트유) 마진은 배럴당 100달러 이상, 경유 제품의 경우 배럴당 170달러까지도 치솟고 있다고 전해진다. 공급 부족 사태를 앞두고 사재기 수요까지 몰리면서 석유제품 전반 가격을 극한까지 밀어올리고 있다는 진단이 많다. 

    증권사 석유화학 담당 한 연구원은 "30년 가까이 정유 산업을 담당해오면서 한 번도 보지 못한 숫자들이 매일 같이 나오는 상황"이라며 "이번 중동사태로 인한 에너지 공급망 충격 규모가 얼마나 막대한지가 서서히 드러나는 모양새다. 정유회사들도 실적을 어떻게 반영하느냐를 두고 고심이 큰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지면 SK이노베이션이 상반기에만 3조원대 영업이익을 거둘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당장 1분기에만 정유 사업 단독으로 2조원 안팎의 이익을 남길 거란 기대도 오르내린다.  

    냉정하게는 일회성 호황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긴 하다.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급등하는 국면에선 정유사 가동률이 오히려 떨어지고, 수요 역시 둔화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원유 수급이 불안정해질 경우 일부 설비는 가동을 줄일 수밖에 없고 이는 매출 감소와 고정비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번 만큼은 가격 상승 효과가 물량 감소를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2분기부터 자원개발(E&P) 사업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가스 사업을 담당하는 E&S 부문의 전략적 가치나 실적 레버리지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간 적자 부담이 컸던 배터리 사업은 여전히 부진을 이어가겠지만 지난 연말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에 돌입한 덕에 타격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이 뒤늦게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서의 가치를 입증할 수 있게 됐다는 시각도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는 수준의 지정학 분쟁을 예상한 것은 아니겠지만 SK E&S와 합병한 이후 에너지 공급망 위기가 현실화하면서 자원개발과 가스, 전력 사업의 전략적 가치가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SK이노베이션은 SK온에 발목이 잡혀서 정유사 가치도, 배터리 회사 가치도 반영하지 못하는 상태가 길어졌다"라며 "중동사태로 그간의 평가가 완전히 뒤바뀔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전략적 가치가 가장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라고 말했다. 

  • 실적 개선이 오히려 정책 리스크를 자극할 수 있다는 걱정도 전해진다. 

    지난 2일 정부는 원유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경계' 단계로 격상했다. 위기경보는 국가자원안보특별법에 근거해 관심-주의-경계-심각의 4단계로 운용되는데, 경계 단계가 발령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천연가스는 '주의' 단계로 관리되고 있지만 원유에 비해 현물이나 대체 수급선 확보가 어려울 수 있어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상황으로 전해진다. 

    자연히 정유사 가격 결정 과정에 대한 점검도 병행되고 있다. 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과거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정치권에서 정유사 초과이익을 환수해야 한다면서 '횡재세' 도입을 논의했던 장면이 겹쳐보인다는 평이 많다. 당시에도 정제마진이 치솟자 정유사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자, 고유가로 인한 국민 부담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SK이노베이션이 너무 많은 이익을 남길 경우 유사한 흐름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유 사업 실적이 과도하게 부각됐다가 정책적 압박 수위만 키울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는 물론 주요 고객사나 협력사 반응까지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라며 "재고평가이익도 원유 믹스나 수입 시점, 유가 기준에 따라서 인식 규모가 달라질 수 있고 회계 기준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익 인식 시점이나 규모를 상당히 신중하게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