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과징금 대규모 감경될까…나란히 청와대 찾아간 금융위·금감원
입력 2026.04.03 14:40

청와대 보고 나선 금융당국…제재안 '막판 조율'
보고 지연, '감경 부담' 때문?…공동 보고로 정리
충당부채 절반만 쌓은 은행들…추가 감경 기대
과태료·과징금 일괄 처리 무게…이달 결론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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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과징금 확정이 지연되는 가운데,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최근 청와대(대통령실)를 찾아 관련 안건을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제재안이 사실상 최종 조율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해석하는 한편, 제재 수위가 크게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지난주 대통령실에 홍콩 ELS 과징금 제재안을 보고했다. 금융위는 그간 안건소위 등을 수차례 열며 논의를 이어왔지만, 감경 수준과 법리 적용을 둘러싼 이견으로 결론 도출이 늦어졌다.

    이번 청와대 보고는 금융위와 금감원 핵심 인사가 함께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를 두고 단순 보고가 아닌 결론 임박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통상 개별 제재 사안을 대통령실에 보고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점에서, 보고 자체가 일정 수준 결론이 정리됐음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보고가 당초 예상보다 지연된 배경으로 '대규모 감경'에 따른 정무적 부담을 꼽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금융 소비자 보호를 국정 운영의 핵심 기조로 내세운 상황에서, 당초 금감원이 사전 통지했던 원안보다 과징금을 파격적으로 낮추는 내용을 보고하는 것 자체가 당국으로서는 상당한 압박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초 금융위가 단독으로 보고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제로는 금융위와 금감원이 함께 보고에 나선 점 또한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보고를 서로 미루다가 최근에야 이뤄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간 과징금 결론에 대한 정무적 부담 때문에 보고 주체를 둘러싼 조율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결국 양 기관이 공동 보고에 나선 것은 이견이 상당 부분 정리된 상태에서 책임과 부담을 분담하려는 성격으로 읽힌다. 동시에 대규모 감경안을 설득하기 위해 검사와 제재안을 주도해 온 금감원이 함께 나서 무게를 실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금융당국 한 고위 관계자는 "통상 개별 제재 사안을 유관기관과 논의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면서도 "다만 이번 사안처럼 사회적 파급력이 크고 정책적 고려가 필요한 경우, 정보 공유 차원에서 소통이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금감원의 메시지 또한 주목된다. 금융위가 제재 결정의 전면에 나서고 있으나, 통상 금감원과 긴밀하게 의견을 주고받으며 수위를 조절해 온 전례를 볼 때 최근 금감원 내부 기류 변화 역시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지난 20일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제1차 소비자위험대응협의회 브리핑에서 "종전 홍콩 ELS 제재는 금소법 시행 초기라는 점과 은행들의 자율 배상을 고려해 감경했고, 만약 감경이 없었다면 은행 전체 과징금은 4조원 수준이었을 것"이라며 "추후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면 일체의 감경 없이 법에서 정한 수준 그대로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오히려 이번 홍콩 ELS 과징금에 한해서는 대폭 감경이 이뤄질 것임을 시사하는 '역설적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향후 '무관용 원칙'을 강조함으로써 이번 감경 결정에 대한 비판 여지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포석이 아니겠냐는 것이다.

    앞서 금원은 지난해 11월 홍콩 ELS 판매은행 5곳에 대해 총 2조원 규모의 과징금을 사전 통지했다. 이후 세 차례 제재심을 거치며 과징금 규모는 약 1조4000억원 수준으로 낮아졌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 약 8000억원, 하나은행 2400억원, 신한은행 2300억원, 농협은행 1600억원, SC제일은행 900억원 수준이 거론된다.

    반면 은행권이 지난해 4분기 실적에 반영한 홍콩 ELS 과징금 관련 충당부채는 총 6590억원으로, 금융감독원 제재심에서 통지된 금액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금융지주들이 법무법인 자문 등을 바탕으로 대응 전략을 마련한 점을 고려할 때, 업계는 최종적인 과징금이 당초 통지 수준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금융위는 홍콩 ELS 안건에 대해 당초 검토했던 과태료·과징금 분리 처리 대신 일괄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과태료에 대한 제척기간(5년) 만료로 과징금보다 먼저 별도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됐지만, 과징금 대비 금액이 적어 함께 처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오는 15일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홍콩 ELS 과태료 및 과징금과 관련한 최종 결론이 도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는데, 대규모 감경에 따른 여론 부담 등을 고려해 발표 시점을 5월까지 늦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내부 심의 및 유관기관 협의를 진행 중이며 조만간 결정되는 대로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