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신임 사외이사 지형도…한투 '언론'·미래 '디지털', KB·신한證은 '전관' 택했다
입력 2026.04.06 07:00

올해 증권사 신임 사외이사 선임 마무리
한투·미래·NH는 교수, 신한·KB는 전관·법조 영입
중소형사는 전관 선호 뚜렷…'방패막이' 우려도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올해 증권업계 주주총회 시즌이 마무리된 가운데, 사외이사 선임 안건은 대부분 증권사에서 원안대로 가결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외이사 인사를 두고 증권사의 체급과 당면 과제에 따라 영입 대상의 결이 확연히 갈렸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미래에셋·NH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는 올해 신규 사외이사 선임 절차를 마무리했다.

    한국투자증권은 김유리 홍익대학교 광고홍보학부 조교수를 신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KBS PD 출신으로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언론학 겸임교수 등을 거쳤다.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2019~2022년) 대통령 언론홍보 자문을 맡기도 했다.

    한투증권은 통상 지주사인 한국금융지주와 동일한 사외이사진을 구성한다. 이들은 사외이사진에 비경제 계열 인사를 포함해왔다. 백영재 사외이사(넷플릭스 디렉터)와 김희재 전 사외이사(추계예술대 영상시나리오학과 교수) 등 문화계 인사에서 언론홍보로 보폭을 넓힌 것으로 해석된다.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은 나란히 학계 인사를 영입했지만, 방향성은 달랐다. 미래에셋증권은 디지털자산 전문가인 안수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안 이사는 금융감독원 블록체인자문단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한 바 있다. 토큰증권 등 디지털 생태계를 차기 먹거리로 보고 있는 만큼 관련 전문 지식을 수혈할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은 김이배 덕성여자대학교 회계학과 교수와 신진영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김 이사는 현 한국회계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신 이사는 자본시장연구원장을 역임했다. 전통적인 금융 전문가를 영입했다는 평가다.

    반면 이외 증권사에선 금융위·금감원 등 관료 출신과 법조계 인사를 선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금융당국의 내부통제 강화 압박과 엄격해진 검사 기조 속에서 당국과의 소통 창구를 확보하고 규제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신한투자증권과 KB증권은 전관·법조계 인사를 1명씩 선임했다. 신한투자증권은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과 강현정 김앤장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KB증권은 김인숙 법무법인 우승 서초분사무소 변호사와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를 선임했다. 김인숙 이사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 출신이며 최철 이사는 금감원 소비자보호총괄국 수석조사역을 역임한 바 있다.

    아울러 올해 선임된 사외이사 중 전관 인사는 ▲부국증권 김동회(전 금감원 자본시장회계담당 부원장) ▲한양증권 강선남(전 금감원 은행감독국장) ▲유안타증권 정지원(전 금융위 금융서비스 국장·한국거래소 이사장) ▲LS증권 조효제(전 금감원 부원장보) 등이 있다.

    하나증권은 현재 여신금융협회장을 맡고 있는 정완규 전 금융위 금융정보분석원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려 했으나 무산됐다. 여신협회장 직무와의 겸직 논란이 제기되면서 정 회장이 직접 고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행보를 두고 '방어형 인사'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대형사가 신사업을 개척할 전문가를 수혈하는 것과 달리, 중소형사는 당국의 규제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경영 안정을 위한 최우선 과제라는 취지에서다.

    다만 사외이사가 당국의 '방패막이' 역할에만 치중할 경우 이사회 본연의 독립적인 감시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주요 금융지주들은 이사회 운영의 실효성 문제로 당국의 지적을 받고 있다. 당국이 내부통제 실태를 엄중히 들여다보는 상황에서 증권사의 지배구조가 도마에 오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규제 생리를 잘 아는 인사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당국이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사외이사 실태를 엄격히 들여다보는 상황에선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