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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최근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친(親)석탄’ 흐름이 형성되면서 단골 ‘미매각’ 발행사였던 삼척블루파워에 대한 시장의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미국·이란 갈등 등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석유·액화천연가스(LNG) 공급 불안이 커지자 아시아 주요 국가들이 석탄발전 비중 확대에 나서고 있다. 발전소 등 에너지 인프라 자산은 비상시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가치가 크다는 점에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척블루파워는 국내 마지막 석탄화력발전소로, 그간 ‘반(反) ESG’ 꼬리표 속에 회사채 시장에서 고전해온 대표적인 발행사다. 2020년 이후 친환경 기조가 강화되면서 ‘ESG 역행’ 논란이 불거졌고, 금융사와 연기금 등 주요 기관투자가들의 참여가 사실상 막히며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이 이어졌다. 건설 자금 조달을 위해 꾸준히 회사채 발행에 나섰지만 기관 자금 유입은 제한적이었다.
주관사단 역시 ESG 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일부 증권사들은 평판 리스크와 내부 ESG 기준을 이유로 주관 업무에서 이탈했으며, 특히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의 보수적 기조가 두드러졌다. 여기에 환경단체 반대 시위까지 겹치며 투자심리는 크게 위축됐다.
ESG 열풍이 완화된 지난해부터 분위기 변화가 감지됐다. 여천NCC 자금난 등으로 비우량채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삼척블루파워는 목표액을 웃도는 수요예측을 기록하며 반전의 신호를 보였다. 지난해 8월 공모 회사채 발행에서는 600억원 모집에 약 1300억원의 주문이 몰렸고, 희망 금리밴드(개별민평 대비 -30~+30bp) 내에서 -27bp 수준으로 모집액을 채우며 언더금리 확보에도 성공했다.
올해 들어 투자 심리 회복세는 더욱 뚜렷해졌다. 삼척블루파워는 지난 2월 공모에서 3년물 1000억원 규모로 회사채 발행에 나서 약 1520억원의 주문을 확보했다. 최종 금리는 개별민평 대비 -41bp 수준에서 결정되며 언더금리로 발행에 성공했다.
기관투자자의 외면 속에서 삼척블루파워는 리테일(개인) 수요를 돌파구로 삼았다. 주관 증권사들이 총액 인수 후 개인 투자자에게 재판매하는 방식으로 물량을 소화했으며, 포스코그룹 계열이라는 점에서 주관사들이 물량을 외면하기 어려웠던 점도 작용했다.
A+급 신용도를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 수준이 형성되면서 개인 투자 수요를 끌어들이는 요인이 됐다. 특히 회사채 금리가 7% 수준까지 치솟았던 2023년에는 ‘없어서 못 판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수요가 몰리며 일부 발행에서 추가 청약과 완판 사례가 이어졌다. 다만 기관 수요 부재 물량이 개인에게 전가됐다는 비판도 동시에 제기됐다.
최근 글로벌 석탄 활용 흐름이 국내에서도 감지되면서 삼척블루파워에 대한 재평가 기대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에너지 수급 불확실성에 대응해 원전 가동률을 기존 70%대에서 80% 이상으로 높이기로 했으며,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로 제한했던 석탄발전 상한도 해제했다. 석탄발전소 2기의 폐지 시점 역시 연기하는 등 정책 방향이 현실 대응 쪽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삼척블루파워 역시 공정 지연 등으로 더뎠던 사업 추진이 최근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2024년부터 매출과 이익이 발생하는 구간에 진입했으며, 다만 송전 인프라 문제로 가동률이 낮다는 지적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글로벌 에너지 대란 속에서 기저전원으로서의 역할이 부각되며 중요성이 재조명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제기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에너지 수급 불안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발전원에 대한 접근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며 “삼척블루파워가 ESG 이슈로 외면받던 크레딧에서 에너지 안보 테마로 재편입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