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연간 영업익 합산이 500조?…주가 고민은 더 커진다
입력 2026.04.07 12:09

삼성전자, 1분기 영업익 57조…빅테크 체급 진입
양사 합산 이익 500조 전망…처음 보는 이익규모
구글·애플과 견줄 정도지만 삼성전자 시총 15위
여전히 메모리=시클리컬로 접근하는 기관 시각
일시적 착시 아니라고 실적으로 증명해야 재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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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전자가 시장 예상을 뛰어넘어 1분기에만 57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단일 분기 기준으로만 보면 이미 대만 TSMC를 크게 앞섰고 애플이나 엔비디아, 알파벳(구글)과 같은 글로벌 최상위권 이익 체급에 올라선 것이다. 

    삼성전자와 함께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에 올라탄 SK하이닉스 역시 이번 분기 40조원 안팎의 영업익을 거둘 것으로 에상된다. 투자업계에선 양사의 올해 합산 영업익이 500조원에 달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처음 보는 상황 앞에서 양사 주가에 대한 시장의 고민이 더 깊어지는 분위기다.  

    7일 삼성전자는 1분기 영업이익이 57조2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당초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1분기부터 작년 연간 실적 이상의 돈을 벌어들일 것으로 보고 있었다. 예상은 크게 빗나갔고 사상 최대 수준이었던 지난 2018년 연간 실적(약 59조원)과 맞먹는 규모의 영업익을 기록하게 됐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가 사이클에 올라탄 효과가 이제 막 시작됐다고 본다. 이번 성적표는 맛보기에 불과하고 연말까지 매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연간 영업이익 규모가 200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은 거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게 됐다. 한해 영업익이 300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목소리가 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흐름은 크게 다르지 않다. 1분기 40조원 수준 영업익이 예상되는 가운데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확대에 힘입어 하반기로 갈수록 삼성전자와 함께 이익 규모를 계속 키워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들어 발간된 분석 보고서를 종합하면 올해 양사의 연간 영업이익이 500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지난 한 해 코스피 전체 영업익 규모의 2배를 넘어선 금액이다. 

    외국계 투자은행(IB) 한 관계자는 "중동사태로 거시경제 변수가 폭증하면서 사이클이 꺾일까 잠시 우려했지만 현재 전방 빅테크들의 인공지능(AI) 투자나 메모리 반도체 구매 수요는 전혀 아랑곳 않는 분위기"라며 "외국계 IB들은 거의 예외 없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각각 300조원, 200조원 이상 영업익을 거둘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익 규모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글로벌 빅테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실제로 양사는 나란히 TSMC를 따돌리게 됐다. TSMC의 지난 4분기 영업익은 5650억300만대만달러(TWD), 원화로 환산하면 약 26조원 규모였다. 지난 분기까지만 해도 삼성전자를 소폭 앞섰으나 이번 분기부터 격차가 갈수록 크게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구글도 약 360억달러(원화 약 54조원)의 사상 최대 영업익을 기록했는데, 삼성전자의 이번 실적에는 미치지 못한다. 

    최근 발표된 실적 중에서 삼성전자 이상의 이익을 거둔 기업은 애플과 엔비디아 정도가 꼽힌다. 환율 문제도 있고, 각사 회계기준이나 결산 시점이 서로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1개 분기 동안 벌어들인 수익을 기준으로 ▲애플은 직전 분기(2025년 10월~12월) 509억달러(원화 약 76조원), ▲엔비디아는 직전 분기(2025년 11월~2026년 1월) 461억달러(원화 약 70조원) 수준 영업익을 각각 기록했다. 업계 추정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분기 중, SK하이닉스는 하반기 중 애플이나 엔비디아 수준 이익 체급을 갖추게 될 전망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역시 이들과 유사한 수준으로 올라서야 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잠정실적이 발표된 7일 보통주 기준 삼성전자 시총은 약 1140조원으로 글로벌 15위권에 머물러 있다. 이익 대비로만 보면 저평가됐다는 진단이 나올 법한 대목이다. 같은 날 SK하이닉스의 시총은 약 640조원, 글로벌 27위 수준으로 확인된다. 

    이 때문에 올해 내도록 이익 체급과 실제 몸값이 불일치하는 상황을 두고 시장의 고민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통상 시장은 단순한 이익의 크기보다 지속 가능한 이익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엔비디아는 사실상 독점에 가까운 가격 결정력을 바탕으로 AI 인프라 수요를 흡수하고 있고, ▲구글은 검색 광고를 중심으로 한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과 플랫폼 확장성을 기반으로 현금 창출력을 유지하고 있다. ▲애플 역시 광범위한 록인(Lock-in) 생태계를 통해 안정적으로 현금을 쓸어담는 기업이다. 이들의 몸값이 시총 1~3위를 차지하는 이유가 현재 이익 규모가 아니라 장기 유지될 수 있는 구조적 현금창출력에 있다는 얘기다. 

    반면 대부분의 기관투자자들은 여전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전통적인 경기민감형(시클리컬) 산업의 범주에서 평가하고 있다. 메모리 가격 사이클에 따라 이익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는 만큼, 개별 분기 실적보다는 중장기 평균 이익을 기준으로 보수적으로 몸값을 산정해야 한다는 시각이 유지되는 것이다. 현재 고수익 역시 구조적 경쟁력에서 비롯된 '해자'라기보다, 수급 불균형이 만들어낸 '커머디티 마진'에 가깝다는 판단이 시장의 주류 인식인 셈이다. 

    업계 내부에선 이번 사이클을 과거와 동일선상에 놓기 어렵다는 반론이 꾸준히 쌓이고 있다. AI 확산으로 메모리는 단순한 범용 부품을 넘어 필수 인프라 반열에 올랐고, 수요 자체가 구조적으로 치솟고 있다는 게 구매계약 등으로 드러나고 있어서다. HBM을 중심으로 한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와 장기공급계약(LTA) 확산이 이익 변동성을 낮추고 있기도 하다. 

    결국 이번 사이클이 일시적 호황이냐, 구조적 전환이냐 시장의 판단에 따라 향후 주가가 결정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연말까지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이를 증명해낸다면 시장 역시 기존 시각을 재검토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국내 증권사 한 리서치센터장은 "중동사태로 인한 공급망 충격, 시중금리 등 매크로 변수에 국내 증시 수급 한계 등 외부 여건도 무시할 순 없겠지만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이익 대비 저평가된 게 자명해 보인다"라며 "매 분기 실적 발표 외에도 양사의 올해 자사주 매입, 소각 규모나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발행 등을 거치면서 재평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