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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2주간 휴전이 되긴 했지만 이미 생산자 물가에 남긴 충격은 큽니다. 공급망 정상화까지도 갈 길이 멉니다. 저유가ㆍ저금리ㆍ약달러가 올해 전망의 기반이었는데, 정반대의 '플랜B'도 준비해야 할 판입니다." (한 대형증권사 전략 담당 임원)
이란 전쟁이 모든 것을 바꾸었다. 당장 포성은 잦아들었지만 아직 2주짜리 미봉책이라는 시각이 더 강하다. 6주간의 전쟁으로 이미 글로벌 공급망이 교란됐고, 이는 시차를 두고 물가에 압박이 될 거란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경제의 근간이 되는 금리에 대한 예상이 빗나간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금융시장에서는 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최소 두 차례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은 반대다. 현재 미국 국채 선물 시장은 이달 말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가 인하될 확률을 '제로'로 판단하고 있다. 동결 확률은 98%다. 하반기에는 인하가 아니라 오히려 금리 인상 가능성이 반영되기 시작했다.
국내 기준금리 전망 역시 뒤바뀌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올해 1~2차례 추가 인하가 점쳐졌지만, 지금은 하반기 인상이 주류 의견으로 자리잡았다. 시장은 이미 기준금리 인상을 채권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연초 3.24% 수준이었던 국고채 5년물 금리는 지난달 말 한때 장중 3.85%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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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밖의 고금리는 이미 기업들의 자금 조달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 인베스트조선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무보증 공모회사채 발행 규모는 약 22조85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 줄어들었다. 국고채 금리 상승에 크레딧 스프레드(안전자산과의 금리 차이)가 확대되며 기업들이 조달을 뒤로 미룬 탓이다.
고유가 역시 당분간 지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쟁이 진행되는 사이 북해산 브렌트유의 지난 한 달 평균 가격은 배럴당 103달러로 치솟았다. 1월 평균은 64달러, 2월 평균은 69달러였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미국도 이란도 '호르무즈해협 통행료'를 공식화하고 있는데, 이는 구조적으로 물가에 부정적인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며 "당장의 원유 등 병목 현상은 해소될 수 있겠지만, 당분간은 우려와 불안이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물 건너 가며 닥쳐온 강(强)달러는 당장 국내 경제에 위협이 되고 있다. 원달러환율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달러당 1500원선을 돌파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 올해 환율을 상반기 1400원대 초중반, 하반기 1300원대 후반으로 설정하고 전략을 수립했다"며 "당장 고환율로 인해 은행 자본건전성 유지에 경고등이 켜졌고, 기업들은 환율과 공급망 교란에 따른 마진 악화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물가 상승 압력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당장 오는 10일 발표 예정인 3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3%를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2월 CPI 상승률은 2.8%였다. 미국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의 예측 시스템은 3월 CPI를 3.24% 상승으로 예측하고 있다.
국내 물가도 비상이다. 당장 지난 3월 농업용 비닐 원료인 폴리에틸렌 가격이 2월 대비 65% 폭등했고, 농업용 비료 원료인 요소 가격도 같은 기간 58% 급등했다. 요소의 경우 중동산 수입 비중이 40%에 달한다. 이는 시차를 두고 올해 밥상 물가를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나프타(납사) 가격도 싱가포르 현물 거래소 기준 전쟁 전 미터톤당 550달러에서 7일 기준 995달러선까지 급격히 올랐다. 휴전 소식이 전해진 8일 오전에도 현물 나프타 가격은 전일 대비 1.5% 상승하며 미터톤당 1010달러를 넘어섰다. 누적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나프타는 플라스틱과 합성수지, 합성섬유, 합성고무 등 생활필수품과 공산품 대부분의 원료인만큼 나프타 가격 급등은 국내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미 지난달 국내생산자물가는 6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이 2.4%로 확대되며 2024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 기업 및 금융회사들은 당장 환율 및 유동성을 중심으로 리스크 요인 사전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이란 전쟁의 향방에 대해 예측이 불가능한데다, 2주 후 전쟁의 재개 여부 역시 미지수인 까닭이다.
4대 시중은행은 고환율을 고려해 외화 자산이 많은 기업에 대한 한도 조절 및 여신심사 강화에 착수했다. 중소기업 연체율도 선제적으로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캐피탈ㆍ카드 등 경기민감도가 높은 비은행 계열사들의 영업 목표도 보수적으로 선회했다.
기업들의 선물환 및 선도환(NDF) 거래 문의도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환율로 인한 노출을 줄이기 위한 대책이다. 회사채 등 시장조달 대신 은행과 사전에 계약해둔 한도대출을 활용하려는 모습도 관측된다. 다만 은행들 역시 위험가중자산(RWA) 관리에 나서고 있어 협의에 시간이 걸리는 모습이다.
문제는 여전히 이란 전쟁의 장기화 여부다. 산업연구원은 "유가가 10% 상승하면 국내 제조업 평균 생산비용은 0.7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국제유가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제조업 생산비용 증가와 물가 상승 압력이 글로벌 경기둔화와 맞물려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