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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롯데그룹이 최근 잇따른 자금 조달과 자산 활용 전략을 동시에 가동하면서, 시장에서는 재무 개선 시나리오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커지고 있다. 과거처럼 저금리 환경에서 공모채 중심으로 자금을 조달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사모채와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부동산 개발까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카드들을 꺼내고 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지주를 비롯해 호텔롯데·롯데지알에스·롯데글로벌로지스 등은 지난 3월30일 하루에만 사모 방식으로 총 47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발행 금리는 5~6.3% 수준으로 형성됐다. 같은 시기 공모 회사채 대비 금리 수준이 높은 편이다.
앞서 올초에는 롯데건설이 35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5.8% 금리에 발행했고, 롯데컬처웍스도 3월말에 1000억원을 5.85%에 조달했다. 주요 계열사들이 유사한 시점에 자본성 증권 발행에 나선 모습이다.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돼 부채비율을 낮추는 효과가 있지만, 실제로는 이자 부담이 존재하는 고비용 조달 수단으로 분류된다. 최근 금리 수준을 고려하면 발행사 입장에서 조달 비용 부담이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개별 계열사 단위 조달이라기보다 그룹 차원의 대응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며 "여러 회사가 동시에 영구채를 발행하는 흐름은 일반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의 조달 구조 변화는 신용도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 롯데지주는 2025년 6월 신용등급이 AA-에서 A+로 하향된 이후 공모채 발행이 크게 줄었다. 올해 3월 공모채 발행은 약 2년 만의 복귀였다.
올해 회사채 발행 내역을 보면 공모채 비중은 일부에 그친 반면, 사모채와 신종자본증권 비중은 확대된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조달 창구가 닫힌 것은 아니지만, 조건과 비용 측면에서 부담이 커진 상태"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으로는 롯데케미칼을 꼽는다. 롯데케미칼은 2021년까지만 해도 1조원대 순이익을 기록하며 그룹의 핵심 현금창출원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2022년 이후 석유화학 업황 악화가 이어지며 적자 기조로 전환됐다. 해외법인을 매각하면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지만, 동시에 누적 손실 규모도 빠르게 확대되며 그룹 전체 재무 부담 요인이 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NCC 설비 가동 중단과 일부 사업부 자산 물밑 매각을 추진하며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다만 업황 자체가 구조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단기간 내 수익성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롯데지주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지난해 전무급이 직접 기관 IR을 다니는 등 그룹 차원의 절박함을 보여주고 있다"며 "새로 찍은 신종자본증권의 금리 수준을 감안하면 비용 부담이 적지 않아 근본적인 재무 개선책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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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롯데그룹이 기대했던 자산 매각 시나리오도 일부 차질을 빚고 있다. 롯데렌탈 매각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불허로 일정이 지연됐다. 기존 구조를 수정해 재추진하는 방안을 검토중인데 거래 성사 시점은 불확실하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 합병 역시 투자 유치 난항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배타적 협상 기간을 수차례 연장하고 있지만, 투자 조건과 신용 보강 문제를 둘러싼 이견이 이어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두고 IB업계에서는 "롯데렌탈 매각 등을 전제로 짜였던 자금 조달 계획이 일부 꼬인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예상했던 조 단위의 현금 유입이 늦어지면서, 대체 수단을 통한 자금 확보 필요성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롯데그룹은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던 부동산 자산 활용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최근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부지(2만1217㎡)를 롯데물산에 약 2805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해당 자금은 1조5000억원이 넘는 차입금 상환에 활용될 예정이다.
토지 가치만 2조원을 웃도는 서초동 물류센터 부지도 주요 유동성 공급 후보로 꼽힌다. 오피스텔·업무시설·상업시설이 결합된 복합개발이 검토되고 있으며, 사업 규모는 4조원 수준으로 거론된다. 이밖에도 상암 롯데몰, 영등포 공장, 양평동 본사 부지 등도 개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롯데그룹이 부동산 개발에 나서는 배경에는 단순 매각을 넘어 그룹 내부 자금 재배치와 외부 자금 유입을 동시에 노리는 구조가 깔려 있다. 양평동 사례처럼 자산을 보유한 계열사는 매각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고, 롯데물산은 해당 부지를 개발해 추가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리츠(REITs)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결합하면 외부 투자 자금까지 유입시킬 수 있다. 서초동 물류센터 부지 역시 롯데물산을 중심으로 리츠나 금융 구조를 활용한 자금 조달이 검토되고 있다. 내부 자산을 활용해 계열사 간 현금 흐름을 만들고, 동시에 외부 자금 기반의 레버리지 구조를 갖추겠다는 의도다.
실제로 개발 전면에는 롯데물산이 나서고 있다. 롯데물산은 지난해 매출 4800억원, 영업이익 1300억원을 기록했고 부채비율도 70%대로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이다. 롯데월드타워 개발 경험도 보유하고 있다.
다만 롯데물산도 재무적으로는 여유가 많지는 않다. 2024년 롯데케미칼 회사채에 대해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보증을 제공했고, 롯데건설 PF 펀드에도 신용 보강 형태로 참여했다. 지난해 말 기준 롯데물산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374억원인데 1년 내 상환해야 할 유동성 장기차입금은 8943억원에 달한다. 순차입부채는 2조4000억원대를 넘는다.
부동산 개발을 통한 현금 창출 전략이 본격화될 경우 롯데물산의 재무 부담 역시 함께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은 이 부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룹 전반에서는 비용 절감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롯데그룹 상장사 10곳 중 7곳의 미등기 임원 평균 보수가 감소했고, 일부 계열사는 임원 수까지 축소했다. 롯데정밀화학은 평균 보수가 20% 이상 줄었고, 롯데케미칼과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등도 두 자릿수 감소폭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최근 롯데의 일련의 움직임을 개별 대응이 아닌 하나의 흐름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롯데케미칼 부진으로 약해진 현금창출력을 보완하기 위해, 지연된 자산 매각을 대신해 신종자본증권 발행과 부동산 개발을 병행하고, 동시에 조직 개편을 통해 내부 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방식이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케미칼 부진으로 현금창출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자산 매각은 지연되고, 그 사이를 부동산으로 메우는 구조"라며 "조달, 개발, 조직 개편이 동시에 진행되는 점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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