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억 펀드에 50억도 못받는 토종 PEF…외국계와 '역차별'에 부글부글
입력 2026.04.09 07:00

취재노트
국내 운용사 1% vs 외국계 2% 고착화
국내PE는 3년 내 투자 못하면 이마저도 감액
출발선부터 다른데, 해외 운용사들은 환율 덕에 날개
국내PE는 홈플 사태 직격탄…보수공개에 통제강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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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투자업계에서 토종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외국계에 비해 박한 관리보수(Management fee)를 받는건 관행처럼 여겨져왔다. 국내 운용사들은 외국계에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보수를 받고 있지만, 주무부처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기관들은 국내 GP의 보수를 현실화하는 걸 꺼리고 외국계 GP에 대해선 비교적 느슨한 규정을 적용해 온 게 사실이다.

    오롯이 국내 기관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펀드를 결성해야하는 국내 운용사들은 해외 GP들과의 차별(?) 속에서도 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다. 막대한 자본력과 고(高)환율을 무기로 외국계 운용사들이 한국 시장에 거침없이 진격하고 있는 상황에서, MBK발(發) 홈플러스 사태의 직격탄을 맞는 토종PE들은 각종 규제에 직면하며 생존 전략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올해 초 이찬진 금융감독원장과 기관전용 PEF운용사 12곳 대표들이 함께한 간담회에선 해외 운용사와 국내 운용사의 '역차별'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업계 대표들은 레버리지 규제, 내부통제 강화, 보수 공개 등 과거에 비해 감시망이 촘촘해 지는 것에 대한 부담을 토로했다. 그 중에서도 해외 운용사들과의 관리 보수 역차별에 관한 문제를 중요한 현안 중 하나로 거론했다.

    주요 기관들로부터 국내 운용사들이 받는 관리 보수는 약정 금액의 약 1% 내외로 파악된다. 5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결성했다면, GP출자금을 제외한 후 1%에 해당하는 50억원에 못미치는 금액을 펀드 관리 대가로 받는다는 의미이다. 펀드의 규모와 투자처의 성격에 따라 일부 차이가 발생하지만 기본적으로는 1% 내외로 형성돼 있다.

    일부 기관의 수시출자 대상으로 선정된 몇몇 운용사를 제외하고 국내 운용사들은 이마저도 경쟁입찰(콘테스트)을 거쳐서 받는 게 일반적이다.

    우리나라 대표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의 2024년 PEF 위탁사 선정 계획을 보면, 1000억~3500억원을 출자받는 운용사들은 관리보수를 1% 이하로 제안하도록 규정돼 있다. 비교적 투자 리스크가 큰 벤처펀드의 상한도 1.2% 수준이었다. 지난 2016년 PEF 출자사업 당시에도 1000억~3000억원 출자금에 대한 관리보수는 0.8% 수준이었고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큰 변화가 없었다.

    그나마 우리나라 운용사들의 사정을 잘 아는 국민연금은 관리보수를 최대한 낮게 써낸다고해서 특정 운용사에 가산점을 높게 주진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다른 기관들의 경우엔 제안한 수수수료율이 위탁사 선정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국내 PEF운용사 대표급 관계자(A)는 "제안서를 써내는 과정에서 수수료를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기관이 정해준 기준보다 낮게 제시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며 "국내 기관들로부터 출자받은 토종PE들 가운데 관리보수가 1%에 못미치는 곳들이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반면 외국계 운용사들은 국내 기관들로부터 2% 수준의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관리보수는 1.5% 이상을 받는 국내 운용사는 극히 드물지만, 외국계 운용사들에 1.5%는 '최소' 수수료 수준에도 못미친다는 평가다. 외국계PE의 경우엔 경쟁입찰 사례가 드물고 대부분 수시 출자로 자금을 받는다.

    이는 KKR, TPG 등 초대형 글로벌 운용사에만 해당하는 조건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활약하는 외국계 사모대체 운용사 수는 국내 운용사와 비견할만큼 늘었다. 국민연금의 경우 지난해 4분기 기준 해외 사모투자 분야 위탁운용사는 총 86곳, 국내 사모(기업투자) 위탁운용사(84곳)와 거의 유사했다.

    외국계 운용사들 역시 기관들로부터 자금을 받을 때 수수료율을 제안한다.  외국계 운용사 가운데 국내 기관이 앵커LP인 경우는 사실상 없다. 이 때문에 해외 앵커 LP로부터 받는 수수료율을 제안하고, 국내 기관들 역시 이를 큰 이견 없이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전세계적으로 PEF 운용사들의 수수료는 관리보수 2%, 성과보수 20%가 통용되고 있지만, 우리나라 운용사들만 유독 크게 못미치는 수준인 셈이다.

    절대적인 수수료 규모뿐 아니라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도 역차별을 심화하는 요인중 하나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운용사들은 펀드 결성 후 2년 간은 약정금액을 기준으로, 3년 이후부턴 투자잔액(투자금액)을 기준으로 1% 남짓의 수수료를 받는다. 일반적으로 투자기한은 5년이지만, 펀드 결성 이후 2년 이내에 투자 집행 성과가 없으면 3년차부턴 수수료를 받지 못하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이런 조건은 펀드만 결성해 두고 투자 집행 없이 수수료만 챙기는 행태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다. 하지만 자칫 운용사들이 자금 소진을 위한 무리한 투자를 집행하게 되고, 부실한 포트폴리오를 양산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란 지적도 나온다. 

    사모펀드의 특성상 수년에 한 번 받는 성과보수를 제외하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는 건 사실상 관리보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1% 남짓의 수수료라도 오롯이 챙겨야하는 게 현실"이란 목소리도 결코 작지 않다.

    외국계 운용사들의 경우 약 4~5년에 걸쳐 약정금액을 기준으로 한 수수료를 분할해 지급받는다. 이 기간 이후부턴 투자잔액이 기준이 된다. 수수료 규모도 크고 약정금액을 기준으로 삼는 지급 기한도 넉넉하다보니 투자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 M&A 거래에 비교적 여유를 갖고 접근할 수 있어 비교적 양질의 투자처 발굴이 가능하단 평가가 나온다.

    PEF 운용사 한 대표급 관계자(B)는 "PEF운용사들이 대외적으로 천문학적인 보수를 받는 것으로 비쳐지지만, 막대한 캐리(성과보수)를 받은 제외한 극소수의 운용사를 제외하면 회사 운영을 매순간 고민해야하는 곳들이 많다"며 "수수료가 줄어드는 (펀드결성) 3년차부터 파트너 인력들이 보수를 받지 않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국내 PEF 운용사에 대한) 수수료 체계가 박하다보니 내실있는 운용이 상당히 어렵다"고 밝혔다.

    운용사들에 대한 수수료는 기관투자가들이 기준을 설정하기 나름이지만, 기관들이 선제적으로 이를 조정에 나서기 어려운 현실적인 상황도 무시할 순 없다. 우리나라 연기금 및 공제회는 주무부처의 통제를 받고, 매년 국정감사를 통해 공정성과 투명성을 검증 받는다. 

    업력이 길고 이미 해외 LP들로부터 자금을 받아 국내 기관을 태핑하는 외국계 운용사들의 경우엔 금융당국의 조사가 느슨한 편이지만, 국내 운용사에 지급되는 수수료는 늘 감시의 대상이 된다. 최근엔 홈플러스 사태까지 겹치면서 기관들이 토종PE에 보다 개선된 조건을 선제적으로 제시하긴 어려운 형국이 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운용사는 한 기관으로부터 "해외LP로부터 자금을 받아오면, 수수료를 더 높여줄 여지가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한다.

    운용사 한 대표급 관계자(C)는 "과거엔 외국계 운용사의 투자 성과가 비교적 높았다면, 최근엔 토종PE들 역시 해외 운용사와 비견 할만한 실적을 보유한 곳들도 많다"며 "실력에 따른 보수는 성과보수로 갈음할 수도 있기 때문에, 국내PE의 관리보수라도 현실화해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