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장밋빛' 전망만?…투자자들 엑시트 걱정도 가득
입력 2026.04.09 07:00

수도권은 투자처 제한, 비수도권은 수요 불확실
대안인 수도권 엣지 데이터센터는 민원 본격화
테넌트 '변심' 불확실에 지정학 변수까지 가중

  •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 DC) 시장의 성장 속도만큼 투자시장에선 불확실성도 커지는 모습이다. 임차인(테넌트) 확보, 전력 수급, 민원 등 핵심 변수의 난도가 높아지며 재무적투자자(FI)의 투자금 회수(엑시트) 부담도 커지고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두 뚜렷한 투자 해법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국내 AI DC 인프라 투자가 대거 확대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거대 자본력을 갖추고 네트워크가 촘촘해 테넌트 확보가 용이한 글로벌 운용사 및 사모펀드(PEF)가 주요 FI로 참여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실제로 KKR, 블랙록, 블랙스톤 등 초대형 글로벌 운용사가 본격적으로 투자 검토에 나서며 데이터센터 시장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기간통신사업자,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CSP)가 중심이었던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에 국내외 FI가 참여하며 투자 구조도 다변화해 거래 규모가 증가할 거란 전망이다. 

    폭발하는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도 이어지고 있다. 삼정KPMG는 "AI 확산에 따른 임대(코로케이션)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와 신규 공급 부족으로 2025년 기준 운영 중인 데이터센터는 대부분 임차 계약이 완료됐다"며 "국내 데이터센터의 임대료는 지속 상승하고 있으며, 공실률은 자연 공실률 수준의 낮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장밋빛 전망과 달리 FI들의 투자 사례는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남양주 초대형 데이터센터 클러스터 개발 사업이다. 블랙스톤이 초기 참여를 검토한 이 KDV(Korea Digital Valley) 프로젝트는 자금 조달(파이낸싱) 단계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아직 테넌트를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FI들은 전반적으로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적절한 투자 대상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데이터센터 사업의 핵심은 테넌트와 수전 용량 확보에 있는데, 이 두 요소 모두 확보 난도가 높다. 이와 더불어 최근에는 인근 주거지역 존재 여부도 사업 검토 과정에서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 정부는 지방분산 유도…불확실 수요에 사업성 의문

    테넌트는 보통 수도권 데이터센터 임차를 선호하며, 이에 FI 역시 엑시트가 수월한 수도권 데이터센터 투자로 쏠리는 흐름이다. 지방은 글로벌 테넌트를 확실히 확보하지 않는 이상 이를 대체할 테넌트를 찾기 어려울 거란 판단에 FI들이 투자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수도권이 지방 대비 전력 공급망, 네트워크 회선망 등 인프라가 우수하다.

    수도권 투자를 선호하는 FI와 달리 현재 정부는 수도권을 벗어나 지방으로 데이터센터 분산을 유도하고 있다.

    최근 수도권 데이터센터 신규 건설 신청 195건 중 전력계통영향평가를 통과한 사례가 4건에 불과하다. 전력계통영향평가는 대규모 전력 수요 시설이 계통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 접속 가능 여부와 보완책을 판단하는 절차다. SK텔레콤이 구축하는 구로 AI DC는 서울에서 대규모 전력 확보가 가능한 사실상 마지막 데이터센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도적 환경도 비수도권 데이터센터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지난 24일 국회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AIDC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비수도권 AI DC에 한해 전력계통영향평가를 면제하기로 했다. AI DC로 전환하는 기존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신설·증축하는 데이터센터까지 전력계통영향평가 면제 대상에 포함된다. 전력구매계약(PPA) 특례도 소위를 통과했는데, 비수도권 AI DC가 재생에너지·LNG 사업자와 직접 전기 거래를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AIDC 특별법이 과기정통부와 기후부 간 이견으로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기정통부는 AI 데이터센터의 높은 전력 수요를 고려해 비수도권에 한정한 PPA 허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기후부는 탄소 중립 기조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반대하고 있다.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 없이는 데이터센터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비수도권에서는 사실상 AI DC 외에는 사업 성립이 쉽지 않을 거란 시각이 나온다. 응답 속도가 핵심인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는 수도권에서 멀어질수록 지연 시간(레이턴시)과 회선 비용이 증가한다.

    AI DC는 주로 계열사 내부 수요로 채워져 네트워크 구축이 핵심인 클라우드용 데이터센터보다 입지 제약은 적다. 그럼에도 대규모 설비 특성상 추가적인 테넌트 확보는 여전히 필요하다. 최근 삼성(구미), 현대차(새만금), SK(울산), 신세계(청라 유력) 등 국내 주요 그룹사들이 정책 흐름에 발맞춰 비수도권에 학습용 AI DC를 개발하고 있다.

    수도권 대안 엣지 데이터센터는 민원에 추진 난항

    수도권에서는 전력계통영향평가를 받지 않는 10MW 미만의 엣지 데이터센터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엣지데이터센터는 주로 실사용자 인근에서 저지연 기반의 AI 추론 및 실시간 데이터 처리 서비스를 제공해 AI 데이터센터와 역할을 분담한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도권에서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신청이 300건을 넘었다. 10MW 이하 엣지 데이터센터는 사업 확정 이전 단계에서도 전력 공급 신청이 가능한 영향이다.

    다만 엣지 데이터센터가 뚜렷한 투자 기회로 이어지기 쉽지 않을 거라는 평가다. 전력 신청 수요의 허수를 감안하더라도 민원이 여전히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 건립 시 민원은 공통 난제지만, 엣지 데이터센터는 주거 밀집 지역과 인접한 특성상 민원 발생에 따른 리스크가 더욱 치명적일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민원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며 최근 FI들은 서울시 금천구 독산동에서 발생한 갈등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독산동 데이터센터 건설 현장에서 주민들은 공사 반대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금천구의회는 지난 2월 '서울특별시 금천구 공공갈등 예방 및 해결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며 제도 개선에 나섰다. 주민의 갈등 개입 권한을 확대하면서 데이터센터 등 고갈등 사업의 인허가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서울시에는 '서울시 대규모 데이터센터 및 전력다소비시설 주민의견 수렴 조례' 입안요청서가 제출됐다.

    이에 FI들은 데이터센터 검토 사업장 인근에 주거지가 밀접한 경우, 투자 검토를 중단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사업장 반경 일정 거리 내에 주거지가 위치한 경우 건축허가 이전에 사전 통지 후 주민 동의 절차를 받으라는 취지의 법안 나올 거라 예상한다"며 "금천구 갈등 이후 테넌트 및 수전 확보에 이어 민원까지 데이터센터 사업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테넌트 우위 구조에 지정학 리스크까지 부담 확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도 불구, 데이터센터 시장은 테넌트 우위 구조를 보이고 있다. 장기 임차를 전제로 한 선계약이 일반화하면서 사업 초기 단계부터 주요 조건을 수요자 요구에 맞춰 설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심지어 계약 체결만으로는 장기 수요를 확정적으로 담보하기 어려울 거란 우려도 제기된다. 테넌트의 전략 변화에 따라 조건이 변경되거나 계약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 2년 내외면 공사가 끝나지만, 그 사이 테넌트가 다른 데이터센터를 쓰겠다고 해도 막기 어렵다"며 "소송으로 대응하더라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실익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이 장기화하며 FI들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기계·전기·배관(MEP) 설비를 상당 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환율 상승과 공급망 불안이 겹치며 조달 여건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기존 대비 추가 비용과 시간을 투입했는데 장기 임차 구조마저 흔들릴 경우 부담은 한층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데이터센터는 높은 성장세를 보여 중장기적 투자처로 적합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국내에서 수도권도 비수도권도 변수가 많아 엑시트 고민이 크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