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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주식을 재무 유연성 확보와 지배력 유지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해 온 기업들이 이번 상법 개정으로 가장 큰 압박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두산, SK, 롯데지주가 대표적인 모니터링 대상으로 꼽혔다.
9일 한국신용평가는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컨퍼런스센터에서 '2026년 상반기 크레딧 이슈 세미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한신평이 투자등급 이상 유효등급을 부여하고 있는 상장사 221개를 분석한 결과 이들은 평균적으로 4.2%의 자기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자기주식을 10% 이상 보유한 기업은 전체의 12%로 나타났다. 이 중 보유 비율과 자기주식 가치가 두드러지게 높은 ㈜두산, SK㈜, 롯데지주를 핵심 점검 대상으로 선정했다. 지난해 말 보유 주식가치는 각각 3조1207억원, 6조4731억원, 9350억원에 달한다.
상법 제341조에서는 신기술의 도입이나 재무 구조의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위해서 필요한 경우 자기 주식을 보유 또는 처분할 수 있다는 내용을 정관에 명시하고, 주주총회 등의 법령상의 절차를 거치면 소각 이외에 다른 활용이 가능하도록 열어뒀다.
정익수 한신평 연구원은 "70개 이상의 상장사들이 올해 주주총회에서 이러한 내용을 정관에 추가했다"며 "자기 주식의 활용 필요성이 높은 업체들의 입장에서는 강화된 규제하에서도 자기 주식 활용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두산은 보유 자기 주식의 74.4%, 발행 주식 총수의 11.8%에 달하는 자기 주식을 2026년 내에 소각한다는 계획이다.
김수민 한신평 연구원은 "신용도 관점에서 고려했을 때 자체 사업의 이익 창출력 개선세와 양호한 재무 구조, 보유 자산 가치까지 감안하면 자기 주식 소각의 영향은 제한적인 수준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SK㈜의 경우 임직원 보상 목적으로 사용하는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자기 주식을 오는 2027년까지 소각하겠다고 공시했다. 김 연구원은 "자산 기반 재무 융통성과 일부 자회사 매각 등을 통해서 확보되는 자금 규모 등을 고려했을 때 자기 주식 소각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마지막으로 롯데지주는 주요 계열사의 실적 부진과 자회사 관련 자금 소요가 지속되고 있어 재무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자기 주식 5%에 대한 소각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롯데물산이 일부 자기 주식을 매각해 자금을 확보한 사례가 있고, 보유 중인 자기 주식이 27.5%나 되기 때문에 자기 주식을 활용한 재무 구조의 개선 여지가 있는 상황"이라며 "최근 자기 주식 5%에 대한 소각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으나, 나머지 대부분의 자기 주식에 대해서는 아직 소각 계획을 정하지 못했다고 공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자기 주식 처리 계획에 대한 공시 내용과 실행 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해서 신용평가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익수 연구원은 "취득한 자기 주식은 일정 기간 안에 소각할 의무가 생겼고, 특정 사유에 한해서만 보유하거나 처분할 수 있는데 이 절차적인 요건도 까다롭다"며 "그동안 기업들이 자기 주식을 자금 조달이나 이제 지배주주의 경영권 강화 수단으로 활용하던 관행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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