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미국과 이란이 조건부 휴전에 들어갔지만 LG화학 내부에선 긴장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이달 안에 중동에서 나프타 선적이 재개되지 않으면 5월부터 국내 나프타분해설비(NCC) 공장 가동률이 본격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원료 수급을 정상화하기 전까지는 시간차 문제로 리스크가 계속된다는 얘기다.
9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 통신은 이란이 미국과 합의한 휴전 조건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되 하루 통과 선박수를 최대 15척으로 엄격히 제한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모든 선박 이동은 이란 당국의 승인과 특정 프로토콜 이행을 전제로 조건부로 허용될 것이라 알려졌다.
미국과 이란이 2주간의 휴전과 호르무즈 개방에 합의를 하고도 공급망 정상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풀이된다. 석유화학 업계는 나프타 수입선이 제때 복구되지 않으면 국내 정유사 물량만으로 버텨야 한다. 일부 공장의 추가 가동중단(셧다운)을 감수해야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내 최대 석유화학사인 LG화학도 5월이 분수령이 될 것이라 내다보는 것으로 전해진다.
LG화학은 이미 지난 23일 원료 수급 차질을 이유로 여수 나프타분해설비(NCC) 2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보유 NCC 중 가장 규모가 작은 설비이고, 현재는 여수 1공장(120만톤)과 대산공장(130만톤) 가동에 집중하는 상황이다. LG화학은 정유사 업스트림을 보유하지 않은 NCC 기반 석유화학사라 원료 대부분을 외부에서 조달해야 한다.
문제는 중동에서 출발한 나프타 운반선이 국내에 도착하기까지 통상 3~4주가 소요된다는 점이다. 국내 나프타 조달에서 호르무즈 의존도는 54% 수준이고, 나머지 물량은 국내 정유사들의 내수 공급으로 채워진다. 4월 중 선적이 지연되면 5월부터는 국내 정유사 물량에만 의존해야 하니 공장 가동에 추가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증권사 석유화학 담당 한 연구원은 "배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국내 입항해서 공장에 나프타를 투입하기까지 물리적 시차 자체가 리스크"라며 "현 수준 가동률을 유지할 수 있는 기한이 한 달 정도 남은 것으로 전해진다. 2~3주 안에는 배가 출발해야 한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원료가 부족한 만큼 단순히 가동률을 낮추기 어려운 것도 우려 요인이다. 고온에서 원료를 분해하는 NCC 공정 특성상 일정 수준 이상의 유량과 열 균형을 유지해야 안정적 운전이 가능한데, 가동률이 크게 떨어지면 공정 안정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통상 70~90% 수준 가동률을 유지하는 게 가장 안정적 구조로 알려져 있다.
나프타 확보가 제한되면 안정성 문제 때문에라도 셧다운을 고려해야 하는 셈이다. LG화학의 경우 대산과 여수 공장을 동시에 운영할 수 있는 나프타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고정비 부담이 높은 산업인 만큼 전체 가동률이 떨어지는 만큼 실적 타격이 커질 수 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면 화학 제품 중 전방에 가격을 전가할 수 있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다. 이대로 가다간 중국산 제품으로 수요가 몰려갈 것"이라며 "추가 셧다운으로 매출 자체가 줄어들면 구조조정 작업에도 영향이 미치지 않을까 한다"라고 말했다.
LG화학이 작년부터 꾸준히 자산을 매각하며 현금을 쌓아둔 덕에 버틸 체력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평가도 있다. 얼마 전 비스페놀(BPA) 사업부 매각 작업을 재개한 데다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추가로 유동화할 수도 있다.
인수합병(M&A) 시장 한 관계자는 "LG화학이 선제적으로 현금을 확보해두기도 했고, LG엔솔 지분 추가 유동화 여력도 있어서 경쟁사보단 양호한 상태"라며 "그래도 추가 셧다운이나 가동률 저하 문제는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LG화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화학사 전반이 예의주시하는 상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