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은행 도움 받아 채권 찍고 비주력사업부도 매각
입력 2026.04.13 07:00

'AAA' 은행보증채로 최대 4000억원 발행 계획
인조대리석 사업 매각 추진…매각가 3000억대
"자산 유동화와 외부 신용에 의존하는 흐름"

  • 롯데케미칼이 은행 보증을 활용한 회사채 발행과 비주력 사업부 매각을 병행하며 대규모 유동성 확보에 나선다. 업황 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자체 신용도만으로는 조달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판단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를 통해 5000억원 이상의 현금 유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3년 단일물로 2000억원 규모 보증사채 발행을 추진 중이다. 수요에 따라 최대 4000억원까지 증액 가능성도 열어뒀다. KB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 하나증권 등이 주관사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회사채는 시중은행이 지급보증을 통해 'AAA'급 신용도로 발행이 이뤄진다. 석유화학 업황 부진에 따른 투자심리 악화에 'AA-' 자체 신용 대신 은행보증채로 조달에 나서는 모습이다. 오는 21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28일 발행을 목표로 한다.

    롯데케미칼이 공모 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지난 2023년 9월 이후 2년여 만이다. 회사는 지난해 하반기 공모 회사채 시장 복귀를 희망했으나, 주관사단이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만기도래 물량은 금융권 차입과 사모채 발행 등으로 대응해 왔다. 2024년 11월 회사채 기한이익상실(EOD) 위기를 겪은 이후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내놓으며 상황을 봉합했으나, 적자가 지속되며 신용등급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올해 만기 도래를 앞둔 회사채 규모는 4월 2600억원, 8월 600억원, 9월 800억원 등의 순이다. 당장 이달 만기도래를 앞둔 회사채 발행금리는 2.9%대로 시중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사모채 600억원을 조달했는데, 발행금리는 4.46%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롯데케미칼이 은행 보증 카드를 다시 꺼내 든 배경으로 '자체 신용 한계'를 지목한다. 은행 보증을 통해 미매각 리스크를 낮출 수 있지만, 실질적인 투자 수요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평가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석유화학 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했다는 점 자체는 긍정적"이라면서도 "이번 발행은 은행 보증이 붙는 만큼 미매각 가능성은 낮겠지만, 기관 실수요보다는 주관사단 및 계열 네트워크를 통한 수요 비중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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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사업 재편 기대감도 일부 반영하는 분위기다. 최근 정부가 승인한 석유화학 사업재편 1호 프로젝트를 통해 대산 사업장을 분할한 뒤 HD현대케미칼과 NCC(나프타분해설비)를 통합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공급 과잉 해소와 비용 효율화 측면에서 긍정적인 시그널로 해석된다.

    동시에 비주력 사업 매각도 속도를 내고 있다. 첨단소재 사업부문 내 인조대리석 사업부를 대상으로 사모펀드(PEF) 등 잠재 투자자들과 접촉 중이다. 매각 주관은 UBS가 맡고 있으며, 이르면 이달 중 인수 제안이 이뤄질 전망이다.

    해당 사업부는 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300억~400억원 수준의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시장에서는 3000억~4000억원 수준의 매각가가 거론된다. 거래가 성사될 경우 회사채 발행과 합쳐 단기간 내 5000억원 이상의 유동성 확보가 가능해진다.

    회사의 재무 여력은 전반적으로 약화한 상태다. 롯데케미칼의 부채비율은 2022년 말 58.1%에서 2023년 말 63.4%, 2024년 말 72.7%까지 상승했다가 2025년 말 64.4%로 일부 낮아졌지만 여전히 부담 수준이다. 같은 기간 현금성자산은 2조1960억원에서 2조1031억원, 1조8440억원, 1조1077억원으로 감소하며 유동성 완충력도 줄어드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실적 측면에서도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2021년 1조500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이후 2022년부터 적자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 올해 1분기 실적 컨센서스(평균 전망치)도 2170억원 손실로 추정된다. 중국발 공급 확대와 수요 둔화가 맞물리며 기초화학 중심 사업 구조가 구조적 침체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유동성 대응 성격으로 보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유동성 확보 필요성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라며 "당분간은 자산 유동화와 외부 신용에 의존하는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