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인은 팔았고 한화도 떠날 준비…LG·현대차의 고려아연 지분 향방은?
입력 2026.04.13 07:00

자금 급한 한화도 고려아연 매각 카드 만지작
서서히 분쟁의 중심으로 들어오는 메리츠
LG는 최 회장 우군으로 남을 듯
5% 쥔 현대차,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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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격전이 펼쳐진 고려아연의 올해 주주총회는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 수성으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최대주주인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공세는 끝나지 않았다. 주총이 끝난 직후부터 고려아연의 지분 구조엔 다시금 지각 변동이 시작되면서 주요주주의 이탈이 경영권 향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한다.

    최근 베인캐피탈은 고려아연 지분 약 2%를 최윤범 회장 측에 매각했다. 베인캐피탈은 2024년 스페셜시츄에이션(SS) 크레딧펀드를 통해 최 회장 측 공개매수에 참여한 후 지분을 확보했고, 1년6개월여만에 투자금회수(엑시트)에 성공했다. 애초 베인캐피탈은 최윤범 회장의 우군으로 분류돼 왔기 때문에 현재의 대결구도엔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부턴 고려아연에 남은 전략적투자자(SI), 즉 주요 대기업 계열사들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가 경영권 대결 구도에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현재는 최윤범 회장 측의 핵심적인 우군인 한화그룹이 지분 매각을 검토중이다. 지난 2022년 ㈜한화를 비롯한 한화그룹 계열사들은 고려아연 지분 약 8%를, 고려아연은 ㈜한화 지분 7.25%를 서로 보유하는 전략적 동맹을 맺은바 있다. 2024년 고려아연은 한화그룹 오너 가족회사인 한화에너지에 ㈜한화 지분을 전량 매도했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고려아연 측은 현금을 확보했고, 한화그룹 오너일가는 지주회사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계기가 됐다.

    한화그룹이 고려아연 지분 매각을 검토하는 건, 핵심 자회사 한화솔루션 유상증자 참여 등 그룹 차원에서의 대규모 자금소요가 발생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금감원으로부터 제동이 걸리긴 했지만 ㈜한화가 한화솔루션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선 최소 8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 이미 고려아연 측이 ㈜한화 지분을 처분한 상황이기 때문에 한화그룹 역시 고려아연 지분을 지속적으로 보유할 개연성이 낮아졌단 평가다.

    한화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경영권 향방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거래 상대방을 물색하는데 상당히 신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는 베인캐피탈 지분 매각에 지원사격한 메리츠금융그룹이 주요한 원매자로 부상하고 있다.

    한화그룹이 메리츠에 지분을 넘길 경우엔 복잡한 손익계산이 필요하단 평가도 있다. 한화그룹이 고려아연 지분을 취득할 당시 단가는 주당 약 45만~65만원 수준이다. 현재 고려아연은 약 16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매각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할인율이 책정되면 한화그룹 주주들이 반발에 부딪힐 여지가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공개매각이란 절차를 거치지 않고, 수의계약 형태로 진행된다면 자칫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 또는 선관주의 의무 위반 여부를 따져야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단 지적이다.

    메리츠금융그룹이 지분을 취득하게 되면 메리츠의 고려아연에 대한 익스포저는 최대 1조원에 육박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려아연의 급격한 주가 상승은 경영권 분쟁이란 특수한 상황에 기인한 측면이 강하다. 경영권 분쟁의 종식 또는 대외 변수로 인한 주가의 변동이 발생하면 재무 건전성을 위협받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단 지적도 나온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금융회사가 비금융회사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되면 금산분리 원칙의 본질을 훼손할 우려도 있다"고 평가했다.

  • 베인캐피탈과 한화그룹 외에 LG그룹과 현대차그룹 역시 최 회장의 백기사로 분류돼 왔다. LG그룹은 LG화학을 통해 고려아연 지분 약 2%를, 현대차그룹은 HMG글로벌을 통해 지분 5%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로선 LG그룹의 지분 매각의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최 회장 측의 우호지분으로 남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지분의 향방은 애매하다. 2023년 고려아연의 백기사로 등장하긴 했지만 양사의 눈에 띄는 협력 관계는 아직 뚜렷하지 않다. 그룹 내부적으로도 고려아연 지분 보유에 대한 '실효성'을 따져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 시점에서 현대차그룹이 지분을 현금화하는 건 불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이 고려아연의 지분을 취득(2023년 8월)한 후 약 6개월이 지난 시점, 영풍(현재 원고는 와이피씨)은 고려아연을 상대로 신주발행무효의 소를 제기했다. 현대차가 보유한 지분에 대해선 '처분 금지 가처분' 결정이 내려진 상태이다.

    원고 측의 주장에 따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현대차그룹에 대한 신주발행이 무효라는 결론을 내렸다. 현재는 고려아연의 항소로 고등법원의 판결을 구하는 중이다.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으로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사건이 대법원 심리까지 이어진다면, 현대차그룹이 연내 지분을 처분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만약 고등법원, 대법원의 판결이 1심과 동일하다면 고려아연 측은 우호지분이 대거 줄어들고, 현대차그룹으로부터 유입된 5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다시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격화하자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수차례 진행된 공개매수에 불참했고, 주요 안건 처리를 위한 이사회에도 파견 인사(당시 김우주 전무)가 참석하지 않았다. 지난 3월엔 현대차그룹에 배정된 기타비상무이사직도 내려놓으면서 고려아연과의 협력 관계가 느슨해 진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차그룹의 다소 중립적인 스탠스는 경영권 분쟁을 둘러싼 수 많은 소송전에서 현대차 및 관련 인사들이 피고 측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단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