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개편 앞두고 정책 코드 읽기 분주한 KB금융
입력 2026.04.13 07:00

취재노트
지배구조 개편안 임박…10월 시행 목표 가시화
회장 인선 마무리 국면…남은 변수로 떠오른 KB
카드·투자 잇단 선제 대응…정책 읽기 속도 부각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 발표를 앞두고 있지만 금융권 분위기는 예상보다 차분하다. 최근 몇 달 사이 주요 금융지주 회장 인선이 대부분 마무리되면서, 당장 시장을 흔들 만한 불확실성은 크게 줄었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 등 주요 금융지주들이 연임 절차를 정리하며 경영 안정성을 확보한 점도 이러한 분위기에 힘을 보탰다.

    다만 금융권 내부의 시선은 이미 다음 단계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은 지배구조 개편안을 이르면 4월 중 정리하고, 관련 입법을 거쳐 10월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관심도 제도 시행 이후 실제 적용 국면에서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에 쏠리고 있다.

    이 시점에서 금융권에서 자연스럽게 거론되는 곳이 KB금융지주다. 주요 금융지주 회장 인선이 이미 마무리된 가운데, 올해 11월 임기 만료를 앞둔 회장은 KB금융 양종희 회장이 사실상 유일하다. 지배구조 개편안이 제도화되는 시점과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맞물리면서, 금융권 일각에서는 "첫 적용 사례가 KB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KB금융의 행보가 눈에 띈다는 평가도 이어진다. 특정 이슈 때문이라기보다 정책 대응 과정에서의 속도와 방향성이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모습이다. 정책이 공식화된 이후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방향이 감지되면 먼저 움직이고 이후 업계가 따라가는 흐름이라는 인식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카드 사업이다. 최근 카드업계는 대중교통·주유비 부담 완화 흐름에 맞춰 관련 혜택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업권 전반이 정책 기조에 맞춰 대응에 나선 상황이지만, 이 과정에서 KB국민카드가 가장 먼저 관련 혜택을 내놓으면서 시장 흐름을 선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후 주요 카드사들도 유사한 구조의 상품과 혜택을 잇따라 출시하며 업권 전반으로 확산됐다.

    투자 영역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반복된다. 최근 금융지주들은 '생산적 금융' 기조에 맞춰 인프라·전략 산업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KB금융은 인프라펀드와 국민성장펀드, 딥테크 투자 등을 비교적 이른 시점에 구체화하며 선제적으로 움직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AI·반도체·에너지 등 전략 산업 투자 자체는 금융권 전반의 공통 과제지만, 실행 시점과 속도에서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금융지주들의 정책 대응이 단순한 '이행' 단계를 넘어 경쟁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도 보여준다. 과거에는 정책 방향이 제시되면 업권이 유사한 방식으로 대응하는 데 그쳤다면, 최근에는 대응의 시점과 방식에 따라 시장 내 존재감이 달라지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책 자체보다는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형태로 먼저 구현하느냐가 금융지주 간 차별화 포인트로 작용하는 국면이라는 평가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요즘은 정책 방향 자체는 대부분 공유되기 때문에 무엇을 하느냐보다 언제 하느냐가 더 중요해졌다"라며 "같은 방향의 사업이라도 누가 먼저 내놓느냐에 따라 시장에서 받는 인상이 달라진다"라고 말했다. 

    최근 KB금융의 행보는 단순한 사업 확대라기보다, 지배구조 개편 논의가 이어지는 국면에서 정책 환경 변화에 대한 민감도를 높여가는 과정으로도 읽힌다는 평가다. 제도 변화가 현실화될 경우 곧바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만큼, 정책 방향을 빠르게 읽고 이를 사업과 상품으로 연결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는 해석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안의 구체적인 내용과 강도에 따라 각 금융지주의 대응 방식은 달라질 수 있지만, 정책 방향을 얼마나 빠르게 읽고 실행으로 옮기느냐가 향후 경쟁 구도를 가를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제도 시행 이후 첫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거론되는 KB금융의 행보는 당분간 금융권의 주요 관전 포인트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주요 금융지주 인선이 정리된 상황에서 지배구조 개편안의 영향이 어디로 먼저 갈지에 대한 관심이 KB로 모이는 건 사실"이라며 "그런 만큼 정책 방향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고, 그게 최근 행보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