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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상법 개정 이후 후속 자본시장 입법이 본격화됐지만, 핵심 쟁점 법안들은 또다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주주보호 강화라는 방향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제도의 '강도와 방식'을 둘러싼 당정·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입법이 반복적으로 지연되는 모습이다.
국회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2일 열린 정무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에서는 자본시장법 개정안 가운데 일부 비쟁점 안건만 처리됐다. 기업공개(IPO) 시 기관투자자의 일정 기간 의무보유를 부과하는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 도입 등은 통과됐지만, 의무공개매수제와 쪼개기 상장 관련 신주우선배정 제도 등 핵심 법안은 결론을 내지 못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열린 소위에서도 동일한 쟁점 법안들이 처리되지 못한 데 이어, 이번에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자본시장 후속입법은 '연속 제동'이 걸린 상태다. 상법 개정으로 촉발된 주주권 강화 흐름이 자본시장법으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오히려 세부 설계 단계에서 충돌이 불거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큰 쟁점은 의무공개매수제다. 현재 국회에는 상장사의 경영권을 확보할 경우 일반주주에게도 동일한 가격으로 주식을 매수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이 다수 발의돼 있다. 다만 구체적인 매수 범위를 두고 이견이 크다.
구체적으로 국회에 발의된 법안 다수는 지분 25% 이상을 취득해 최대주주가 되는 경우 잔여지분 전량(100%)에 대한 공개매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반면 금융위원회는 제도 도입에는 찬성하면서도, 매수 비율은 시행령에 위임하고 최소 기준을 '50%+1주 이상 확보' 수준으로 설정하는 방안을 고수하고 있다. 전량 매수를 의무화할 경우 기업 인수합병(M&A) 거래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이 같은 논쟁은 이미 실제 거래 현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사모펀드의 상장사 인수 사례를 보면, 법적으로는 포괄적 주식교환 등으로 잔여 지분을 정리할 수 있는 구조가 여전히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공개매수를 추가로 진행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베인캐피탈의 에코마케팅 인수와 EQT의 더존비즈온 투자에서는 최대주주 지분 확보 이후에도 잔여 유통주식 전량을 대상으로 한 추가 공개매수가 여전히 진행중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향후 의무공개매수제 도입 가능성을 감안해 선제적으로 일반주주 엑시트(투자회수) 기회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구조를 짜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과거에는 지배력 확보 이후 포괄적 주식교환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공개매수를 몇 차례 더 거치는 방식이 사실상 '표준'처럼 자리 잡아가는 흐름이라는 것이다. 입법이 완료되기 전부터 정책 방향이 거래 관행을 바꾸고 있다는 평가다.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시 기존 모회사 주주에게 신주를 우선 배정하는 '쪼개기 상장' 관련 제도 역시 충돌 지점이 뚜렷하다. 여당안은 공모주 물량의 25%에서 많게는 70% 이상을 기존 주주에게 의무 배정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반면 야당안은 20% 이내 범위에서 자율 배정하는 방식이다. 금융당국 역시 시장 영향 등을 고려해 저비율·유연 적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제도 역시 단순한 주주보호 장치를 넘어 IPO 시장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논쟁이 격해지고 있다. 모회사 주주 몫이 커질수록 기관 수요예측과 일반청약 물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는 공모가 산정 기능과 투자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투자자 측에서는 LG화학-LG에너지솔루션 사례 이후 물적분할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모회사 주주가치가 훼손됐다는 문제의식이 여전히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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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두 법안 모두 '일반주주 보호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지만, 실제 제도 설계에서 적용 범위와 강도를 둘러싼 간극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입법이 지연되고 있다. 특히 정부는 M&A 시장 위축, IPO 수요 감소 등 자본시장 전반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인데 국회 일각에서는 상법 개정에 이어 강도 높은 주주보호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상법 개정과 자본시장법 개정의 '입법 난이도 차이'를 드러낸다는 평가도 나온다. 상법 개정이 주주권 강화라는 원칙 중심의 정치적 합의로 추진됐다면, 자본시장법 개정은 실제 거래 구조와 시장 메커니즘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해관계 조정이 훨씬 복잡하다는 것이다.
향후 일정도 불확실하다. 정무위는 이달 중순에서 말 사이 추가 법안소위를 열어 논의를 이어갈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추가 회의에서 쟁점 법안이 처리될 것이라는 전망도 현재로서는 뚜렷하지 않다.
오히려 정치권에서는 하반기 정무위원장 교체 이후 본격적인 입법을 추진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여당이 위원장을 맡게 될 경우 입법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경우 자본시장 후속입법은 상당 기간 표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주주보호 강화라는 큰 방향에는 모두 동의하고 있지만, 실제 시장에 적용할 수준과 방식에서 이해관계가 크게 갈린다"며 "결국 일정 수준 완화된 절충안을 찾지 못하면 입법은 계속 미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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