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인캐피탈, 상법 개정 후 첫 상폐 시도…'포괄적 주식교환' 기준점 될까
입력 2026.04.14 07:00

3차 공개매수까지…소수주주 보호 기조 반영
특위 자문·외부평가 총동원…가이드라인 적용
"밸류업 기조 아래 자진상폐 시도 늘어날 전망"

  •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베인캐피탈이 에코마케팅 상장폐지를 전제로 '현금교부형 포괄적 주식교환'에 나선다. 상법 개정과 관련 가이드라인 제정 이후 처음 진행되는 상폐 목적의 주식교환 사례다. 단순한 딜을 넘어 향후 PEF의 상장사 인수, 상폐 전략 전반에 기준점을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베인캐피탈은 에코마케팅 지분 확보를 위해 3차 공개매수까지 진행했다. 통상 1~2차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율을 끌어올린 뒤 포괄적 주식교환(지분 66% 이상 확보 필요)에 나서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에는 2차 공개매수 이후에도 추가로 3차 공개매수를 단행한 점이 이례적이다. 개정 상법 이후 소수주주 보호 기조가 강화된 점을 감안해 최대한 지분을 확보한 뒤 안정적으로 상폐 절차를 밟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재 베인캐피탈은 에코마케팅 지분 92.4%를 확보했으며, 잔여 지분에 대해 현금교부형 포괄적 주식교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주식을 교부하는 대가로 현금을 지급하는 구조다. 교환가액은 공개매수 가격과 동일한 1만6000원이다. 이번 거래는 개정 상법과 관련 가이드라인이 마련된 이후 처음으로 진행되는 사례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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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상법 개정 이후 법무부는 주주 보호 경영을 위한 '이사의 행위규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를 다하기 위해 특별위원회 자문, 독립적 외부전문가의 검토, 주주에 대한 충실한 정보 제공이 골자다. 

    에코마케팅은 해당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기 위해 사외이사 8인으로 구성된 특별위원회가 소수 주주 이익 침해 여부를 선제적으로 면밀히 검토했다. 베인캐피탈은 ▲주식교환의 목적의 정당성 ▲조건의 공정성 ▲절차의 적정성을 독립적으로 검토했으며, 특위 전원의 만장일치로 의결을 거쳤다고 밝혔다.

    주식교환가액은 기준시가를 바탕으로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라 100분의 10의 범위에서 0.65% 할증한 가격으로 산정됐다. 외부평가기관인 삼도회계법인을 통해 교환비율의 적정성 검토도 받았다. 전 최대 주주와 동일한 가격을 소수 주주에게 제시해 형평성을 확보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베인캐피탈이 제시하는 명분은 명확하다. 에코마케팅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해 의사결정 구조를 단순화하고, 경영 효율성과 전략적 유연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비상장화 이후에는 IR 비용과 주주총회 개최 비용 등 상장 유지에 따른 고정비를 절감할 수 있고, 중장기적 사업 확장에도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또 현재 주가가 기업가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상법 개정과 관련 가이드라인 제정 이후 처음 진행되는 상폐 목적의 주식교환 사례라는 점에 주목했다. 절차적 정당성과 가격의 공정성이 충분히 입증될 경우 향후 유사 거래의 기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SK디앤디, 더존비즈온, 신세계푸드 등 상폐가 거론되거나 진행 중인 다른 사례들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밸류업 기조 아래 공개매수를 통한 자진상폐 시도가 점차 늘어날 전망"이라며 "의무공개매수 제도 도입 논의까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번처럼 3차까지 공개매수를 진행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이드라인을 최대한 충실히 따르는 등 확실하게 하고 가자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