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PEF) '대표' 혹은 '창업자' 연봉이 공개되면 무슨 일이 생길까?
입력 2026.04.14 07:00

Invest Column
내부 및 포트폴리오 임직원 관리서 갈등 요인
투자자 및 운용사간 연봉 비교도 불가피해
한국식 자본주의와 첨예한 갈등을 빚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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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국내 사모펀드(PEF)들의 뜨거운(?) 화두 중 하나는 '임직원 연봉공개'다. 민주당 민병덕 의원ㆍ유동수 의원 등을 통해 "임직원 보수체계를 투명하게 드러내자"라는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당연히도 업계는 영업비밀 침해 등으로 강력히 반발해 왔다.

    현재 정부안을 통해 막판 조율 중이다. "일반인에게 연봉액수를 전부 다 까라" vs. "감독당국ㆍ투자자에게만 알려주자" 사이에서 왔다갔다하는 모양새다.

    사실 진짜 관심사는 '대표' 혹은 '창업자' 연봉이다. 과연<OO파트너스> <OO프라이빗에쿼티>등의 대표이사 연봉이 알려지면 무슨 일이 생길까

    "사장님 그렇게 많이 받아요?"

    일단 내부 직원들 충격(?)이 예상된다. 솔직히 삼성전자 정도 상장사가 아니고선 "우리 회사 사장님 연봉 얼마에요"를 캐물어보거나, 제대로 알고 있는 임직원이 몇 명이나 될까. 게다가 이들은 DNA에 '프라이빗'(Private)을 새긴 회사들이다.

    돈을 많이 주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직군이기도 하다. 본 고장 미국에서 아이비리그 출신 엘리트들이 전략 컨설팅펌이나 투자은행에서 경력을 쌓아 기어코 PEF로 이직하려는 이유도 '고액 성과급' 때문이다. 그러니 오죽 많이 받을까만은...이론적으로 아는 것과 실제 숫자가 '짠'하고 드러나는 것과 체감도는 다르다. 

    그렇게 "우리 사장님 연봉이 그렇게 높았어?"라고 한번 놀라고 끝나면 좋겠지만... 지금 PEF업계에선 '파트너십 지분 경쟁'으로 분위기가 냉랭하고 싸늘하다. 

    60년대 후반 혹은 70년대 초반 창업자들의 지분과 장악력 그리고 지위는 여전히 확고하다. 70년대 후반 임원들의 약진이 돋보이는가 싶더니 80년대생 후반 대표들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런 과정에서 보편화된 '승계 방정식'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니 말은 안해도 "내가 A부터 Z까지 만든 회사고, 내 회사야" vs. "혼자 지분 다 갖고 계시면 다른 파트너들이 회사 나간다"는 싸움의 불씨가 여기저기 산재해 있다. 이 판국에 창업자 연봉이 공개되면? 생각지 못한 스파크가 튀지 말라는 법도 없다.

    "노동자의 고혈을 짜내는 PEF 대표가 받는 연봉을 보십시오!"

    사실 내부 관리는 소소한 문제다. 진짜 고민은 사모펀드가 투자한 회사 임직원들에게 주어질 카드다. OOO파트너스가 인수한 ㅁㅁㅁ주식회사 노조위원장은 앞으로 아래 대사를 써먹을 수 있다.

     "저 OOO파트너스의 회장이 받는 연봉을 보셨습니까!"

     "상상도 못해본 숫자입니다!"

     "본인은 저런 연봉을 우리 회사로부터 챙겨가면서 정작 직원들은 대규모로 해고해 길바닥에 나앉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사실 '투자회사 구조조정"과 'PEF 오너의 연봉'을 직결시키는 데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한국이 어디 논리가 먼저였던 나라인가. 숫자 하나, 그리고 심금을 울리는 사진 몇 장으로 만든 '동정론'과 '공분'은 순식간에 대중의 머리에서 법과 논리를 지울 수 있다.

    표 계산에 능숙한 정치인들의 선택도 자명하다. 불과 며칠 전 '구조조정의 해결사'로 추켜 세웠던 사모펀드를 앉혀 놓고 '노동자들의 고혈을 쥐어짜는 자본주의의 악마'로 매도하는데 주저함이 없을 터이다. 이미 우리는 MBK파트너스 홈플러스 사태과정에서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슈퍼카 사진 몇 장이 만든 프레이밍의 효과를 지켜봤다.

    "자네 그거 밖에 못 받아?"

    투자자(LP)들이라고 기분이 좋을까. 

    "우리 투자금을 잘 운용해서 수익을 많이 안겨주셨으니 성과급도 많이 드리겠습니다"라는 훈훈한(?) 분위기가 전부면 좋겠으나. "어느 운용사 회장이 얼마 받는다더라"라고 수치를 직접 들었을 때 "그거 다 우리가 준 투자금으로 받아간 거잖아"라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게다가 한국에선 공제회 혹은 연기금 임직원들의 연봉은 PEF 임직원들과 비교대상도 되기 어렵다. 

    "그러니 뭐 어쩌라고?"라고 하기엔...성경에서조차 '사랑'에 앞서 '시기ㆍ질투'를 먼저 기록했음을 잊어서는 곤란하다. 그만큼 인류 전반의 보편타당한(?) 정서다. 그래서 '샤덴 프로이데'(Schadenfreudeㆍ타인의 고통을 보고 느끼는 쾌감)도 정당화된다.

    오죽하면 과거 외국계 PEF들이 투자금을 받겠다고 국내 공제회를 방문할 때, 타고 온  각종 슈퍼카를 공제회 도착 전 300m앞에서 주차해 놓고 거기서 다시 택시를 잡아 타고 오는 기행을 벌였을까.

    운용사들끼리 눈치 싸움도 무시 못한다. "그만큼 많이 받는다고?", "아니, 대표라면서 그거 밖에 못 받아요? 등등. 

    여기에 국내 PEF와 외국계 PEF의 '역차별'도 예상된다.  

    외국계 운용사들은 세금 문제를 최소화하고자 국내 운용사 지분이나 성과급, 배당을 줄이고 해외에서 받는 금액을 늘려왔다. 이렇게 해외 법인에서 받는 급여나 성과급이 얼마인지는 공개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국내 운용사가 MBK파트너스 회장이나 부회장보다도 더 많이 받는 결과물이 나올 수도 있다. 

    이런 상황들 때문인지... 현재 국내 PEF들의 대표급 인사들은 감독당국과 정치권에 강력하게 연봉공개의 부작용을 설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사회 가치관과 대척점에 놓여진 PEF

    왜 이런 논란이 생겨날까.

    일단 원흉은 당연히 MBK파트너스다. 홈플러스 투자 실패 및 이에 대한 부적절한 대응으로 'PEF=사회악 혹은 감시대상'으로 만든 장본인이다. 이에 부응해 정치권과 금융위ㆍ금감원이 관련 제도를 개선하겠다면서 PEF에서 '프라이빗'(Private)라는 DNA를 제거하는 중이다.

    올해 3월 PEF운용사협의회와 금감원이 제정한 '기관전용 사모펀드 업무집행사원 표준내부통제기준'을 보면 방향성이 뚜렷하다. 기존 금융회사와 유사한 이해상충 관리와 차이니즈 월 설치, 준법감시 담당자 선임 등을 요구한다. 이게 제 아무리 '자율규제'라고 해도 실질적으로는 지배구조법 등으로 다룰 수 없는 운용사들에게 "사고가 났을 때 책임을 묻기 위한" 효과적인 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근본적으로는 "자본주의의 '총아'라는 사모펀드가 지금 한국의 보편적 정서에 부합하는가"라는 문제가 남는다.  

    '자본효율의 극대화'  '수익률 중심의 철저한 성과주의'  '투자자가 전액손실도 감수하는 초고위험 모험자본'이라는 사모펀드의 가치는 지금 우리 사회가 중요시하는 가치와 정확히 대척점에 위치해 있다. 

    어쨌든 우리 사회는 기회 균등을 넘어서, 성과에 따른 지급 차이조차 곱씹게 만드는 평등주의(Egalitarianism)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게 강화되다 보면 평균보다 높게 자란 양귀비의 머리를 잘라버리는 '키 큰 양귀비 증후군'(Tall Poppy Syndrome) 혹은 한 양동이에 담긴 게들이 밖으로 튀어 나가려는 게들을 집게로 잡아당겨 아무도 탈출하지 못하는 '게 심보'(Crab Mentality)까지 가미된다. 

    지금 한국 사모펀드들은 이런 시대정신(?)까지 극복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살아 남은 이들을 두고 이제 'Private Equity Fund'라고 불러야 할지, 아니면 'Public Equity Fund'라고 불러야 할지 고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