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남은 건 캐피탈뿐…카카오페이-뱅크 분리가 부른 '영역 침범' M&A
입력 2026.04.14 07:00

'본업' 성장 한계…대출규제 속 돌파구 모색
보험·증권은 카페 몫…남은 선택지는 캐피탈
뱅크·페이 별도상장, 사업 확장성 발목 잡았나
캐피탈사 인수냐 신설이냐 '투트랙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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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카카오뱅크가 성장 정체를 타개하기 위해 캐피탈사 인수를 통한 비은행 영역 확장에 나섰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별도 상장의 역설'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미 카카오페이가 증권과 보험 등 주요 금융 라이선스를 선점한 상황에서 뱅크가 선택할 수 있는 비은행 매물이 캐피탈 등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과거 사업부를 찢어 증시에 입성시켰던 상장 전략이 현재 카카오뱅크의 확장성을 가로막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캐피탈사를 직접 살 수도 있고, 라이선스를 신청해서 직접 진출할 수도 있다"며 "결제와 투자 분야 모든 영역에서 좋은 회사가 있으면 M&A 기회도 같이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월 캐피탈사 인수 의향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데 이어 이를 재차 강조한 것이다.

    카카오뱅크가 캐피탈사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성장 방식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대출규제로 더 이상 은행 라이선스만으로는 가파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신이자수익은 역성장했고, 비이자이익 역시 자산운용수익에 기대어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말 기준 카카오뱅크 ROE는 8.34%로, 2030년 목표 ROE는 15.0% 수준이다. 캐피탈사를 인수하면 기존 은행이 진출하지 못했던 오토금융 등 비은행 여신 영역으로 영역을 넓히고, 은행권 가계대출 규제를 우회해 정체된 여신 성장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특히 전업계 캐피탈사의 낮은 신용등급을 카카오뱅크의 높은 신용도로 보완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가 자회사인 캐피탈사의 채권을 보증하거나 지원할 경우 조달금리가 낮아져 이익 증대와 수익 다각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권태훈 카카오뱅크 최고재무책임자(CFO) 또한 지난 2월 실적발표 IR 당시 "캐피탈사는 인터넷은행이 진출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장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금리 상승기 수익률이 낮아졌지만 향후 활황기에는 재무적 기여도가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캐피탈사 인수 검토 배경을 설명했다.

    '태생적 분리'의 역습…성장 임계점에서 마주한 비효율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냉소적이다. 카카오 금융 계열사 지배구조를 뜯어보면 카카오뱅크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사실상 캐피탈뿐이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인수를 검토하는 것이란 분석이다. 형제 격인 카카오페이가 이미 보험과 증권을 거느리고 있어, 금융지주 체제로 가야 하는 카카오뱅크에 남은 퍼즐 조각이 캐피탈뿐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2021년 상장 당시 불거졌던 '쪼개기 상장'의 후폭풍이 현실화된 것이라고 꼬집는다. 당시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 파티 속에서는 '성장을 위한 분리'로 포장됐으나, 고금리와 규제 강화 국면에 접어들자 각자도생의 비효율이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원래는 '카카오'라는 한 울타리 안에서 결제(페이)와 수신·여신(뱅크)이 함께할 수 있었지만, 상장을 목적으로 법인을 분리하면서 데이터와 사업 영역에 거대한 칸막이가 생겼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뱅크와 페이, 모회사 중 무엇을 사야 할지 혼란만 가중됐고 이는 결국 플랫폼 연결성이 끊어진 '반쪽짜리 플랫폼'이라는 결과로 돌아온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뱅크와 페이가 원 앱 전략을 구사했다면 더 강력한 플랫폼이 됐겠지만, 가파른 초기 성장 이후 한계에 부딪힌 지금은 각자 포트폴리오 빈 곳을 채우기에 급급한 모양새"라며 "자본 확충을 우선시했던 분리상장 대가가 성장동력의 한계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카뱅은 '가본 적 없는 길'…연체율·PMI 역량 등 과제로

    인수 이후 운영 역량에 대한 의문도 적지 않다. 고금리로 캐피탈 업권 전반의 건전성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중·저신용자 비중 관리 부담이 큰 카카오뱅크가 관련 자산을 편입할 경우 부실 위험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베인앤컴퍼니 출신 신원근 대표 체제하에서 꾸준히 M&A 관련 경험을 축적해 온 카카오페이와 달리, 카카오뱅크는 그간 대규모 인수합병이나 PMI(인수 후 통합) 경험이 전무하다. 실제 카카오뱅크도 최근 간담회에서 자체 라이선스 획득을 통한 캐피탈업 진출 등 '플랜 B'까지 언급하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뱅크가 공개적으로 인수 의향을 밝힌 데 대해 시장의 대형 매물에 베팅하기보다 '프라이빗 딜'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본다. 공개 입찰보다 비공개 단독 협상이 리스크 관리와 실리적인 라이선스 확보 면에서 유리할 것이란 점에서다.

    문제는 시장에 마땅한 매물이 없다는 점이다. 최대 1조 규모로 언급되는 애큐온캐피탈 딜에서는 카카오뱅크가 물러섰다. 저축은행까지 패키지로 인수할 의향은 없다는 분석이다. 남은 매물은 그리 많지 않다. 무궁화캐피탈·에이캐피탈·마스턴캐피탈 등이 거론된다. 

    무궁화캐피탈은 전년에 이어 지난해도 약 28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에이캐피탈은 지난해 약 5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영업수익은 오히려 정체됐다. 마스턴캐피탈은 대손상각비가 큰 폭으로 늘어나 지난해 약 2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어떤 매물을 인수하던 자본 보강과 영업력 회복에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는 게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카오뱅크의 캐피탈 영업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PMI 과정에 상당한 진통도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높은 몸값을 써내기보다 라이선스 획득 자체에 방점을 두고 재무적 부담이 적은 소형사를 우선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 카카오뱅크 내부적으로도 직접 캐피탈사를 설립하는 방식과 기존 캐피탈사를 인수해 통합하는 방식 중 어느 쪽이 효율적일지 고심 중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