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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CJ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시계가 예상보다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정부의 중복상장 제한 기조와 자사주 소각 압박이 맞물리면서, 비상장 핵심 계열사인 CJ올리브영을 지주사 CJ㈜와 합병하는 시나리오가 사실상 유력한 경로로 부상했다. 다만 오너 일가의 지분 구조와 개인 투자 소송 건이 얽히며, 빨라진 속도만큼 긴장감도 커지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정책 변화가 CJ의 선택지를 사실상 하나로 좁혔다고 본다. 그동안 유력하게 거론되던 CJ올리브영 기업공개(IPO)는 중복상장 규제 기조 속에서 부담이 커졌고, 자연스럽게 지주사와의 합병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올랐다. 최근 CJ올리브영이 임직원 스톡옵션을 전량 취소한 것도 IPO 전제 보상 구조를 정리한 조치로, 상장 대신 구조 개편 가능성에 무게를 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 역시 시점을 앞당기는 요인이다. CJ올리브영은 20%를 웃도는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어, 이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지배구조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사주 소각과 합병을 연계할 경우 지분율 변화까지 동시에 설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두 이슈는 사실상 하나의 트랙으로 묶여 움직이고 있다는 평가다.
합병의 명분은 충분하다. CJ올리브영은 지난해 매출 5조8000억원, 영업이익 7000억원대를 기록하며 그룹 내 최대 캐시카우로 자리 잡았다. 증권가에서는 올리브영 기업가치를 최소 6조원에서 최대 8조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는 현재 CJ㈜ 시가총액을 웃도는 규모다. 최근 CJ㈜ 주가 상승 역시 이 같은 가치가 지주사에 반영될 것이라는 기대가 선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올리브영 합병은 단순한 사업 재편이 아니라 승계와 직결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 크다. 이선호 CJ그룹 미래기획그룹장은 CJ㈜ 지분이 3%대에 그치지만, CJ올리브영 지분은 11%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합병 시 올리브영 지분이 지주사 지분으로 전환되는 구조를 고려하면, 올리브영의 기업가치는 곧 지배력 확대의 핵심 수단이 된다.
문제는 시간이다. 시장에서는 CJ올리브영의 실적이 고점 구간에 진입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성장으로 매출과 이익 규모가 크게 확대되면서 비교 기준이 높아졌고, 하반기로 갈수록 성장률 둔화가 불가피한 '기저효과' 구간에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까지는 고성장 구간이 이어지겠지만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둔화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결국 기업가치는 기대치가 가장 높은 시점에서 결정되는 만큼, 지금이 구조 개편을 추진할 수 있는 사실상 최적의 타이밍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합병은 CJ올리브영 지분을 CJ㈜ 주식으로 교환하는 구조가 유력한 만큼, 올리브영 가치가 높고 CJ㈜ 주가가 낮을수록 오너 일가의 지배력 확대에 유리하다. 실제 그룹 내부에서도 자사주 소각과 합병을 연내 일괄적으로 추진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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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행 단계에서는 풀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자사주 처리 방식과 합병 비율 산정뿐 아니라, 오너 일가 간 지분 구조 정리가 선행돼야 한다. 특히 이재환 전 CJ파워캐스트 대표가 보유한 CJ올리브영 지분이 변수로 부상했다.
이 전 대표는 CJ올리브영 지분 약 4.6%를 보유하고 있다. 증권가 추정 기업가치를 적용하면 약 3000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여기에 자녀(이소혜·이호준) 지분까지 합산할 경우 10% 안팎의 지분 블록이 형성되며, 자사주 소각 이후에는 10% 중반대까지 확대될 수 있다. 이는 이선호 그룹장 지분과 맞먹는 수준으로, 단순 소수지분을 넘어서는 영향력을 갖는다.
문제는 해당 지분이 단순 보유 상태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 전 대표는 CJ올리브영 지분을 담보로 약 800억원대 자금을 조달해 코스닥 상장사 싸이토젠에 투자했는데, 이후 주가 하락으로 추가 담보와 대출이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해당 지분에는 증권사의 질권이 설정돼 있어 자유로운 처분이나 이전이 제한된 상태다.
여기에 최근 해당 거래와 관련한 사기 혐의 피소까지 겹치며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이 전 대표 측은 관련 거래가 비서의 단독 행위라는 입장을 밝히며 책임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담보대출을 제공한 증권사 역시 참고인 신분으로 수사기관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너 일가 내부 구도 역시 단순하지 않다. 이재현 회장의 장녀인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은 올리브영 지분을 보유한 또 다른 축으로, 합병 이후 지배력 재편 과정에서 이해관계가 엇갈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이선호 중심의 지주사 체제가 강화될 경우 견제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합병 자체보다 지분 정리가 더 어려운 국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책 환경은 합병을 서두르도록 만들고 있지만, 실제 실행 단계에서는 오너 일가 간 이해관계와 외부 변수까지 동시에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결국 CJ그룹은 합병을 미루기 어려운 환경에 놓인 동시에, 내부 지분 구도와 개인 투자 리스크라는 변수까지 함께 관리해야 하는 복합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CJ올리브영 합병 추진 속도가 이재환 전 대표 지분 정리 과정과 맞물려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앞선 투자업계 관계자는 "결국 누가 얼마나 지분을 확보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며 "지분이 담보나 계약 관계에 묶여 있는 경우 정리 과정에서 합병의 시간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CJ 측은 "지주 및 CJ올리브영 합병과 관련해 검토 중인 사안은 없다"며 "이재환 전 대표 개인 사안에 대해서는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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