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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일정 기간 이상 보유를 확약한 기관투자자에게 공모주를 사전 배정하는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가 논의 시작 8년 만에 도입 수순에 들어갔다. 제도 도입이 오랜 기간 공회전했던 데다 공모주의 가격 발견 기능이 여전히 제자리를 찾지 못하면서 증권업계의 기대도 커지는 분위기다.
다만 제도 설계와 보완 과제가 적지 않은 만큼, 실제 시장에 안착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 도입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지난 2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현재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해당 법안은 21대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회기 만료로 폐기됐다가, 22대 국회 들어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 등이 재발의했다.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는 2007년 홍콩 증시에서 도입돼 홍콩과 싱가포르 등 아시아 시장과 유럽 일부에서 활용되고 있다. 상장 공모 전 발행사와 주관사가 핵심 투자자를 미리 유치해 주식을 배정하는 구조다. 홍콩의 경우 코너스톤 투자자는 확정 공모가로 지분을 인수하고, 통상 6개월 이상의 보호예수를 설정한다.
2018년 한국거래소가 도입을 제안한 이후 제도 도입 논의는 꾸준히 이어져 왔지만 실제 제도화로 이어지진 못했다. IPO 제도 개선안에 매번 포함됐지만, 자본시장법상 증권신고서 제출 전 수요조사 및 모집을 금지하는 '사전 공모' 규정에 막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오랜 기간 표류하던 법안이 정무위 소위를 통과하며 제도화 가능성이 커지자 증권·운용업계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사전에 기관투자자를 확보해 장기 보유를 유도할 경우 상장 이후 주가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상장 직후 대규모 매물 출회(오버행)를 줄이고, 공모가 산정의 합리성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검토해온 사안으로 현재 특별한 반대 기류는 크지 않다"며 "장기 투자 자금이 안정적으로 수요를 뒷받침하면 공모가 산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본회의를 통과해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더라도 세부 설계 과정에서 풀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코너스톤 투자자 자격 기준과 배정 물량 한도, 이른바 '불성실' 투자자에 대한 제재 방안 등 금융감독원과 협의해야 할 사안이 많다는 설명이다.
특히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는 증권신고서 확정 이전 특정 투자자에게 물량을 배정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기존 자본시장법이 금지해온 '사전 공모'와의 정합성 문제가 계속 제기된다.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사전에 어떤 기준으로 투자자를 선정하고 물량을 배정할지에 따라, 현재의 수요예측 절차를 단순히 앞당긴 것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코너스톤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상장 직후 주가 변동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기관 물량이 장기간 묶이는 대신 유통 물량이 줄어들면서, 개인 투자자 중심의 수급에 따라 주가가 더 크게 움직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유통 가능 주식 수가 제한된 일부 공모주의 경우 수급에 따라 주가가 급등락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올해 1분기 상장한 액스비스와 아이엠바이오로직스는 기관 확약 비율이 각각 75.7%, 76%에 달했고, 상장 이후 주가는 하락세를 이어갔다.
한 증권사 IPO 부서 관계자는 "코스닥벤처펀드에 선배정하는 제도 때문에 기관 배정 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가 도입되면 배정할 주식이 더 부족한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물량은 잠겨 있는데, 상한이 400%까지 되니 상장일 슈팅했다가 지나치게 빠지는 현상은 지속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