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착시 끝났다'…삼성·한화 보험사, '예실차 공포'에 밸류업 제동
입력 2026.04.15 16:12

보험사 예실차 손실 증가세…'장부상 이익'에 가린 현금 유출 '우려'
삼성생명, 전자 지분 매각익으로 순익 방어…예실차 손실 200억↑
한화생명·손보, 예실차 부진 지속에…보험손익 감소 '직격탄'

  • 보험사들이 올해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신뢰의 위기'에 직면했다. 삼성생명ㆍ한화생명ㆍ삼성화재 등 대기업 계열 보험사들도 '예실차'(예상보험금과 실제보험금의 차이)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이다. '밸류업 정책'의 수혜 업권으로 꼽히며 최근까지 주가는 많이 올랐지만, 정작 실적의 핵심 지표는 악화한 모습이다.

    15일 증권가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 5곳(삼성생명, 한화생명,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의 1분기 합산 예실차 손실 규모는 KB증권 전망 기준 3534억원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년 동기(2066억원) 대비 71% 급증한 수준이다.

    보험금 예실차는 보험사가 계리적으로 예상한 보험금과 실제 벌어들인 보험금의 차이를 의미한다. 예실차가 악화했다는 것은 회사가 예상한 것보다 보험금 지출이 컸다는 것을 뜻한다.

    IFRS17(회계제도) 아래에서 보험사의 상품 판매 수익성을 가늠하는 보험손익은 CSM(보험계약마진) 상각과 보험금 및 사업비의 예실차 산정을 통해 산출된다. 기본적으로 CSM 확보가 중요하지만, 예실차에 따라 CSM이 조정되는 것을 고려하면 보험사의 예실차 관리는 실적 방어에 있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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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업계 1위인 삼성생명 역시 예실차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생명의 올해 1분기 기준 예실차 손실은 전년 동기(630억원) 대비 200억원 늘어날 전망이다. 예실차 악화가 보험손익 지표 자체에 미치는 영향은 적겠지만, 이는 CSM(신계약마진) 상각 등 '회계적 방어'에 기댄 결과라는 것이 업계 관측이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보유 지분 625만주(약 1조2000억원)를 매각하며 비경상 이익 확보를 통해 예실차 리스크를 일부 해소한 모습이다. KB증권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1분기 연결 기준 지배주주순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8.6% 증가한 69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다만 올해 1분기 기준 삼성생명의 ROE(자기자본이익률) 전망치는 4.2%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내 보험사 평균 ROE(8~10%) 수치를 하회하는 수준이다. 결국 비경상 이익으로 실적을 방어하고 있지만 실제 보험금 지급 관리 측면의 리스크가 잠재된 모습이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 가치가 상승하면 BVPS(주당순자산)는 증가하지만, 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점에서 ROE는 하락하게 된다"며 "보험업종의 보험손익 모멘텀이 약화된 구간이라는 점에서 당분간은 회사별 비경상 요인이 중요한 투자 의사결정의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화재는 예실차 손실 규모를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줄일 것으로 예측되지만,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과 1분기 금융당국의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 강화에 따른 CSM 조정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그룹의 보험 계열사에는 예실차 리스크가 이미 실적에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감지된다. KB증권은 한화생명이 1분기 순이익으로 시장 컨센서스를 24.9% 하회하는 1313억원에 그칠 것으로 관측했다. 예실차 악화 흐름이 지속됨에 따라 보험손익이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한화생명의 1분기 보험손익은 전년 동기 대비 16.4% 감소한 870억원으로 예측된다. 지난해 4분기 대규모 CSM 조정이 반영되며 CSM 상각이 3.7% 감소하고 예실차가 662억원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손해보험 신계약 성장을 위한 사업비 지출 증가와 예실차 부진이 겹치면서 순익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화투자증권은 한화손보가 1분기 당기순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2% 감소한 982억원을 벌어들일 것으로 관측했다.

    업계에서는 보험사들이 지난해 4분기 대규모 경험조정을 거쳤음에도 1분기 예실차 개선이 나타나지 않는 점에 주목한다. 이는 보험사가 계리적 가정으로 설정한 '예정보험금' 자체가 현재의 지급 보험금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 것이기 때문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보험손익 악화를 투자손익을 통해 방어하는 실적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보험사가 예실차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록 실적과 배당에 근거한 보험 업종의 투작 매력도 향상은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