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없는 '관제상품'에 골머리…환율 방어 독박 쓴 증권사들
입력 2026.04.16 07:00

'RIA' 계좌 수 매일 보고…'개인 선물환 매도' 출시 눈치싸움
양도세 혜택 실효성 의문 속 '무한 손실' 위험에 기피 현상
해외주식 '환율 주적' 지목에 증권사 향한 압박 지속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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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정부가 고환율 대책으로 추진한 '환율 방어' 상품들이 출시된 가운데 증권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시장 복귀계좌(RIA) 등의 실적이 일 단위로 관리되면서 실적을 확대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상품 판매 등 본연의 업무를 넘어 현장의 실제 수요와 정부의 기대간 괴리를 메워야 하는 난처한 처지가 됐다.

    12일 증권사들은 현재 매일 RIA 계좌 개설 현황을 집계해 금융투자협회에 보고하고 있다. 협회는 이를 취합해 금융당국 등에 전달하며 모니터링 체제를 가동 중이다. 업계는 매일 수치가 기록되고 정책 실적으로 관리되는 구조 자체가 계좌 수와 잔고를 늘려야 한다는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토로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RIA 계좌 수는 12만2013좌로 잔고는 총 6407억원이다. 출시 첫날인 지난달 23일 약 1만8000좌가 개설된 뒤 최근에는 하루 1만좌 미만으로 개설되는 등 신규 가입세가 둔화된 모습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출시 초기에 반짝 가입자가 몰렸다가 현재는 정체 상태에 가깝다"며 "고액 자산가 위주로 영업하는 하우스의 경우 RIA가 실제 도움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증권사는 사실상 보고용 수치를 위해 마케팅을 진행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RIA가 그나마 정부의 드라이브와 증권사의 이해관계가 일정 부분 맞물린 사례라면, '개인환선물매도'는 대다수 증권사가 출시 자체를 꺼리고 있다. 현재 신한투자증권과 키움증권만 상품을 내놨고, 두 곳 모두 개인전문투자자로 판매 대상을 제한하고 있다.

    원금손실 위험이 높은 데다 변동성이 큰 현재 환율 상황을 고려했을 때 판매하기에 리스크가 크다는 판단이다. 해당 상품은 만기환율이 약정환율보다 높게 결정될 경우 손실이 발생하며 만기 이전에 환율이 급등하는 등의 경우에는 고객의 동의 없이 계약이 강제 청산된다.

    이에 비해 정부가 내놓은 당근책은 미미하다는 평가다. 개인선물환매도도 RIA와 마찬가지로 해외주식 양도소득세 공제 혜택을 주는데, 투자 금액의 5%를 최대 500만원 한도로 제공한다. 실제 투자자들의 호응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니즈가 있는 상품인지 모르겠고, 위험이 크다 보니 내부 상품위원회 등에서 진행이 안 될 수도 있다"며 "외부의 압력이 있지 않는 한 출시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증권업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10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 보다 7.4원 내린 1475.1원에 출발했다. 중동 전쟁 이후 1500원대로 높아졌다가, 최근 미국이 임시 휴전을 선언한 뒤 소폭 하락했다. 일단 한숨 돌렸지만, 시장에선 휴전 중에도 1500원을 위협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분석한다.

    이런 가운데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최근에도 환율 대책으로 RIA를 직접 언급했다.

    구 장관은 지난 9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에서 "국내시장 복귀계좌(RIA) 11만4000개가 신규로 개설됐다"며 "높은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지만, 정부는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대내외 거시경제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주식 양도세를 100% 감면받으려면 5월 말까지만 매도하면 되고, 5월 중 엔비디아나 팔란티어 같은 주요 빅테크의 실적 발표가 있는 점을 고려하면 아직은 정책 효과를 보기가 어려운 시점"이라며 "환율 상승의 주 원인으로 해외주식이 지적됐던 만큼, 증권사를 향한 압박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