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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서울시와 인천시 금고 입찰이 예정되면서 은행권의 기관영업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시금고 '본게임'을 앞두고 하반기 예정된 자치구 금고(구금고)를 둘러싼 전략적 고민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수익성만 놓고 보면 외면할 사업이지만, 차기 시금고를 노리기 위해선 포기하기 어려운 '전초전'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시는 내달 4일부터 6일까지 시금고 지정을 위한 제안서 접수를 진행한다. 이후 프레젠테이션과 질의응답을 거쳐 이르면 5월 중 점수에 따라 1금고와 2금고를 선정할 예정이다. 인천시는 오는 10월경 시금고 선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서울시 금고 설명회에는 주요 시중은행은 물론 지방은행과 외국계 은행까지 참여하며 은행권의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기존 금고를 맡고 있는 신한은행과 탈환을 노리는 우리은행 간 경쟁 구도가 형성된 가운데, 하나은행은 2금고나 자치구 금고를 중심으로 한 전략을 검토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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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은행들의 시선은 이미 '다음 판'으로 향하고 있다. 시금고 입찰 이후 이어질 구금고 입찰이다. 구금고는 출연금 부담과 금리 경쟁 등으로 수익성이 낮거나 사실상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사업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은행들이 쉽게 발을 빼지 못하는 이유는 시금고 선정의 '발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금고 사업은 전산 시스템 안정성과 운영 경험이 핵심 평가 요소로 꼽힌다. 한 번 구축된 시스템을 유지하려는 관성이 강한 만큼 기존 거래 이력이 있는 은행이 유리한 구조다. 이 때문에 구금고를 확보해 두면 차기 시금고 입찰에서 비교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문제는 수익성과 전략 사이의 괴리다. 은행 입장에선 구금고만 놓고 보면 진입 유인이 크지 않지만, 향후 4년 뒤 시금고 재입찰까지 고려하면 '밑져도 가야 하는' 선택지가 된다. 특히 서울시처럼 상징성이 큰 금고의 경우 한 번 밀려날 경우 재진입 장벽이 높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다만 전략의 실효성을 두고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이번 입찰에서 시금고 판도가 크게 바뀌지 않을 경우, 구금고 확보 전략 자체가 실익을 거두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신한은행이 이번에도 수성에 성공할 경우 다른 은행들은 다시 4년 뒤를 기약하며 적자를 감수한 경쟁을 이어가야 한다.
기관영업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는 점도 부담이다. 이번 서울시 금고 입찰부터는 조례 개정으로 수시입출금식 예금 금리 비중이 확대되면서 평가 기준이 보다 정교해졌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확보할 수 있는 마진이 줄어드는 구조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금리 평가 비중이 커지면서 결국 은행이 가져갈 수 있는 마진이 더 줄어드는 구조가 됐다"며 "사실상 비용이 늘어나는 것과 같은 효과로 기관영업 사업 전반의 수익성이 점점 낮아지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서울시와 인천시 금고는 상징성이나 규모 면에서 포기하기 어려운 사업으로 꼽힌다. 기존 금고지기 신한은행과 본사 청라 이전으로 '지역구'로 굳히기 전략을 강조하는 하나은행 둘의 경쟁이 될 걸로 예상했던 인천시에도 시중은행들의 경쟁이 치열할 것이란 전망이다.
인천은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인구가 증가하는 지역으로, 고객 기반 확대 측면에서도 전략적 가치가 크다는 평가다. 현재 인천시 금고는 1금고를 신한은행이, 2금고를 NH농협은행이 맡고 있다. 군·구 금고의 경우에도 신한은행이 7곳을 차지하며 우위를 보이고 있으며, NH농협은행이 2곳, 하나은행이 1곳을 각각 맡고 있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인천은 고객 수 확대 등을 고려하면 참여하지 않을 수 없는 도시"라며 "지방의 경우 최근 정부 기조상 시중은행 진입이 쉽지 않은 만큼 수도권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는 분위기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