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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화그룹과 롯데그룹이 동일한 '재무부담 관리'라는 과제를 안고 있지만, 신용도 방향성은 뚜렷하게 엇갈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화는 방산과 조선 중심으로 이익창출력이 개선되며 재무부담을 흡수하고 있는 반면 롯데는 석유화학 업황 부진 장기화로 차입금 감축이 더딘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15일 NICE(나이스)신용평가는 '2026년 상반기 웹세미나'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밝혔다.
지난해 기준 한화그룹 영업이익의 90%가량을 방산과 조선이 차지하고 있다. 외형과 수익성도 2023년 이후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2025년 매출은 약 64조원, 영업이익은 3조원대 중반 수준으로 확대됐고,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역시 지속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현금흐름이다. 대규모 투자 지속으로 최근 2년간 연간 5조원을 웃도는 자금 부족이 발생했고, 2025년에도 약 3조원 수준의 자금 공백이 이어졌다. 일부는 유상증자로 보완했지만 전반적으로 차입금 의존도가 높아지는 구조다.
실제 그룹 총차입금은 2025년 말 기준 44조원, 순차입금은 30조원까지 늘었다. 그럼에도 NICE신평은 확대된 이익창출력을 감안할 때 재무부담은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했다.
김서현 NICE신평 연구원은 "그룹 전체 순차입금 대비 EBITDA 배율이 5.2배로 낮아지며 수익성 개선이 재무 부담 확대 영향을 일부 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석유화학은 구조개편과 감산이 진행 중이고, 신재생에너지는 미국 설비 정상화 이후 실제 수익성 개선이 확인돼야 한다"면서도 "방산, 조선은 수주잔고를 감안할 때 당분간 견조한 이익창출력이 유지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롯데그룹의 경우 핵심 사업인 석유화학의 부진이 장기화되며 전반적인 재무 여력이 약화한 상태다. 석유화학과 유통이 그룹 자산과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롯데케미칼 중심의 석유화학 사업은 4년 연속 영업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발 공급 과잉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업황 회복 시점도 불투명하다. 정부 주도의 구조개편과 설비 통합이 진행되고 있지만, 실질적인 이익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유통, 호텔 부문은 구조조정 효과로 일부 수익성이 개선됐지만, 소비 둔화와 면세 시장 부진 등으로 개선 폭은 제한적이다.
지난해 롯데그룹 총차입 규모는 46조원으로 전년 대비 1조5000억원 줄었다. 투자 축소에도 불구하고 음식료, 건설, 바이오 부문 차입금이 증가하며 채무부담이 지속되고 있다.
문아영 연구원은 "롯데그룹은 비핵심 자산 매각과 투자 축소 등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면서도 "영업 현금흐름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롯데렌탈 매각이 지연되고 신종자본증권, PRS 등 부채성 자금 조달이 확대되면서 실질적인 재무 구조 개선 효과는 제한적인 수준"이라고 짚었다.
건설 부문의 우발채무와 바이오 등 신사업 투자도 추가 부담이다. 특히 바이오 사업은 아직 초기 단계로, 단기간 내 그룹 신용도 개선에 기여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결국 롯데는 석유화학 업황 회복과 구조개편 성과가 확인되지 않는 한 의미 있는 재무구조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석화 부진 여파로 주요 계열사와 지주사의 신용등급이 이미 하향된 상태다.
SK그룹과 LG그룹에 대한 평가도 이어졌다. 각각 반도체 중심 실적 개선, 자산 매각과 투자 조절 등을 통해 재무 부담 관리에 나서고 있지만 배터리와 석유화학 등 비주력·부진 사업의 구조조정은 공통 과제로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