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상장 가이드라인 이달 마련, 7월 시행 목표…'원칙금지·예외허용' 명문화
입력 2026.04.16 13:37

4월 규정예고 거쳐 이르면 7월 시행…‘원칙금지·예외허용’ 명문화
투자자·학계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모회사 주주 보호 강화 주문
VC·IB "M&A·벤처회수 위축 우려"…자금조달 경색 가능성 제기
시장 관심은 결국 예외 범위…인수 자회사·신사업 법인 판단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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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중복상장 원칙 금지 제도화를 본격화한다. 투자자 보호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벤처 생태계와 기업 자금조달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6일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중복상장 제도개선 공개세미나를 열고 관련 제도 개편 방향을 논의했다. 금융당국은 이달 중 거래소 규정 개정안을 마련해 개정 예고하고, 상반기 내 절차를 마쳐 이르면 7월부터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새 제도의 골자는 '원칙 금지·예외 허용'이다. 경제적 동일체로 평가되는 모·자회사 또는 수직계열 구조 회사가 별도 상장에 나설 경우 원칙적으로 제한하되, 엄격한 심사를 거쳐 예외적으로만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날 축사에서 "중복상장 원칙 금지 방안은 새로 도입된 주주 충실의무를 상장 제도에 적용하는 것"이라며 "상장의 이익이 소수에게 집중되는 비대칭적 중복상장과 전체 주주에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중복상장을 엄격히 구분해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향후 중복상장 심사 시 영업 독립성, 경영 독립성, 투자자 보호를 3대 축으로 삼아 심사할 계획이다. 모회사 일반주주 보호를 위해 상장 필요성, 주주 소통 노력, 주주보호 방안 등도 종합적으로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투자자 및 학계는 큰 틀에서의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는 목소리를 냈다. 

    나현승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자회사 상장 이후 모회사 주가가 하락하는 실증분석 결과를 제시하며 “중복상장이 지배주주의 지배권 유지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고 지적했다. 다만 "지배권 희석을 우려해 기업들이 투자 자체를 줄이는 부작용은 정책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중복상장은 사실상 차등의결권과 유사한 지배력 레버리지를 발생시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이 된다"며 "예외적 허용 시에도 모회사 일반주주 과반 동의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증권업계와 벤처캐피탈(VC)업계에서는 일률적 규제가 자금조달과 산업 재편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방한철 한국투자증권 본부장은 "IPO는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과 설비투자, 연구개발 확대를 위한 핵심 자금조달 수단"이라며 "경쟁력 있는 기업의 중복상장까지 막는 것은 기업 밸류업에도 역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상준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부회장은 "원칙적으로 IPO를 금지하면 벤처 생태계가 상당히 위축될 수 있다"며 "한국은 M&A가 굉장히 열악한 상황인데, IPO까지 문제가 생기면 역효과가 생길 수 있어, 벤처 혁신 기업 같은 경우는 이런 부분들을 혁신적으로 길을 열어줘야 하는 바람이 있다"라고 말했다. 

    학계·법조계측은 먼저 중복상장의 이해상충 문제를 지적했다. 지배주주가 모·자회사에 사실상 지배력을 미치는 가운데, 지배주주 이익 극대화를위해 한쪽 회사가 다른쪽 회사를 위해 희생하게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배권 가치의 왜곡 문제도 지적했다. 모회사의 지배권이 전체 주주의 이익이아닌 지배주주 이익만을 위해 쓰이는 경우 그 가치가 절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훈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모자 관계라는 건 당초 완벽한 독립을 기대하기 어려운 면이 있기 때문에, 모회사 주주 보호에만 집중하면 핵심이 흐려질 수 있다는 점이 우려가 된다"라며 "또한 일반 주주 다수결에만 의존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만한 것도, 일반 주주는 전문성이나 응집성 면에서 정확히 판단하고 평가할 수 있는가 등에 대한 문제가 있다"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제도 도입 자체보다 향후 거래소가 '예외'를 어디까지 인정할지가 실제 파급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복상장 원칙 금지라는 큰 방향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인수 자회사·신사업 법인·지주사 체제 기업 등을 어떤 기준으로 예외 인정할지를 두고 시장 혼선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이날 세미나 이후에도 별도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법적 절차에 따라 6월 안에 개정을 마치겠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