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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를 전면에 내세운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마케팅이 확산하는 가운데, 금융투자협회 광고심사 체계의 '사각지대'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스페이스X 관련 ETF 광고를 둘러싼 허위·과장 여부 점검에 착수했는데, 문제의 자산운용사 디지털 채널 광고가 협회 사전 심사를 거치지 않고도 노출될 수 있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17일 운용업계에 따르면 최근 하나자산운용이 우주 관련 테마 ETF를 출시하며 '스페이스X 비상장 주식 최초 편입' 등의 표현을 사용한 데서 촉발됐다. 실제로는 스페이스X 지분을 보유한 해외 ETF를 편입하거나 총수익스와프(TRS)를 통해 간접적으로 수익률에 연동되는 구조였지만, 투자자 입장에선 직접 투자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었다.
국내 상장 ETF는 비상장 주식을 직접 편입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해당 문구는 투자자 오인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금감원은 금융소비자보호법상 허위·과장 광고 여부와 투자설명서와의 괴리 등을 중심으로 점검에 나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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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번 사안은 개별 운용사의 표현 문제를 넘어 광고 심사 체계 전반으로 논의가 확대되는 양상이다.
현재 금융투자회사의 광고 심의는 금융투자협회가 담당하고 있지만, 모든 광고를 일괄 심사하는 구조는 아니다. 자사 블로그나 유튜브 등 자체 채널에 게시되는 광고의 경우 협회 심사를 거치지 않고 자사 준법감시인의 심의만으로 게재가 가능한 구조다. 같은 ETF라도 어떤 채널에, 어떤 방식으로 게시되느냐에 따라 협회 심사 대상 여부가 달라질 수 있는 구조다.
협회 심사 대상과 자체 심사 대상 간 경계가 명확하지 않을 경우 투자자 보호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는 최근 스페이스X 테마 경쟁이 격화되면서 더 부각되고 있다. 스페이스X IPO 기대를 앞세운 ETF가 잇따라 출시되며 운용사 간 마케팅 경쟁이 가열되고 있어서다. 현재 관련 ETF는 이미 4개 이상 상장됐고, 다른 운용사들도 추가 상품을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상품 간 편입 종목과 운용 방식이 유사한 상황에서 차별화 요소가 광고 문구에 집중되면서 과장광고 우려도 커지고 있다.
스페이스X 관련 광고 논란이 확산하면서 업계 안팎에선 현행 자율규제 체계의 적용 범위와 실효성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원칙적으로는 협회 심사를 받도록 돼 있으면서도, 예외적으로 자체 심의만으로 집행 가능한 광고가 존재하는 구조인 만큼 디지털 채널을 둘러싼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금투협 관계자는 "최근 스페이스X 등 우주항공 테마 ETF 관련 광고 심의 요청이 증가하고 있다"며 "필요할 경우 관련 가이드라인 마련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