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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4월 한국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이후 외국인 패시브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상징성은 크지만, 실제 체감 효과는 기대보다 제한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최근 시장 금리 안정화 흐름도 WGBI 자금 유입 영향이라기보다는 글로벌 투자심리가 개선된 것과 맞물렸다는 평가다.
WGBI의 종목별 편입 규정에 따르면 WGBI 추종 자금은 한국 채권시장을 그대로 복제해야 한다. 글로벌 주요 채권지수 편입 시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이 일정 부분 자동적으로 유입되며, 일부 액티브 자금도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선다. 현재 한국으로의 자금 유입 예상 규모는 약 70조~80조원 수준으로 거론된다.
17일 오후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371%, AA-등급 기준 회사채 3년물 금리는 4.037%로 집계됐다. 지난달만 해도 3.6%, 4.4%대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하락 전환했다.
현재 자금 유입 규모를 두고 당국 간 시각차가 존재한다. 재정경제부는 미결제 체결분을 포함해 약 7조7000억원이 유입됐다고 밝힌 반면, 한국은행은 실제 결제 기준으로 1조6000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집계 기준 차이에 따른 괴리라고 밝혔으나, 근본적으로 WGBI 추종 자금만을 따로 분리해 집계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정책당국 관계자는 "외국인 자금은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는 과정에서 환율 영향을 받고, 기존 보유 물량을 활용해 지수를 맞추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지수 추종 자금이라고 해도 신규 매수만 있는 게 아니라 기존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는 경우도 많다. 모든 수치는 결국 추정치일 뿐 WGBI 자금만 정확히 발라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최근 자금 흐름이 WGBI 편입 효과라기보다 '타이밍' 영향이 크다고 해석했다. 4월 들어 미국과 이란이 종전 협상에 나서는 등 글로벌 투자심리가 개선되며, 주식과 채권이 동반 강세를 보인 흐름과 맞물렸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항상 물러선다'는 뜻의 신조어인 타코(TACO·Trump always chickens out)에 투자자들이 점차 무뎌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A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외국인 자금 유입은 '트럼프 타코'에 투자심리가 회복된 영향과 한국 금리가 상대적으로 올라온 점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 채권에 대한 투자 성격이 들어있어서 자금 흐름이어서 이를 WGBI 효과로 단정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지정학적 리스크가 4월 들어 더 확대됐더라면 WGBI 편입이 있었다고 해서 자금이 들어왔겠느냐는 의문도 있다"고 덧붙였다.
B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금리가 고점을 찍고 내려오는 구간에서는 일부 자금 유입이 체감되기도 했지만, 그 외에는 뚜렷한 변화는 크지 않다"며 "WGBI 편입이 악재에도 채권 하단을 단단히 받쳐주는 시장의 우군이라고 보긴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국고채 시장에서 일부 긍정 효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C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외국인의 기계적인 매수 성격이 일부 반영되면서 국고채 지표물과 비지표물 간 금리 격차가 줄어드는 등 긍정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WGBI 편입은 국내 채권 수급의 한 축을 보완하는 역할에는 의미가 있지만, 시장 방향을 좌우하는 역할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국내 채권형 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수급을 메워주는 기능은 있지만, 이를 넘어서는 영향력은 제한적이라는 시각이다.
D 증권사 관계자는 "편입 자체는 분명 구조적인 호재지만, 이미 선유입 자금이 상당 부분 들어와 있고 가격에도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며 "결국 중요한 건 금리 메리트와 환헤지 여건, 글로벌 금리 흐름과 같은 대외 변수"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WGBI 편입을 계기로 해외 투자자 유치 확대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재경부는 일본 도쿄에서 일본계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투자설명회(IR)를 개최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시스템 개선 작업도 병행 중이다.
일본 현지 기관을 방문해 의견을 들은 한 시장 관계자는 "결제 인프라 측면에서 불편한 점을 말하면 빠르게 개선되는 점을 (해외 투자자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한국처럼 시장 인프라를 신속히 보완하는 사례는 드물다"고 말했다.
이어 "WGBI 편입만으로 자금이 자동 유입되고 시장이 안정되는 구조는 아니다"라며 "펀더멘털과 정책 신뢰, 그리고 글로벌 환경이 뒷받침돼야 효과가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