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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정부의 대출 규제 이후 임대주택 투자시장의 자금 조달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 레버리지 활용이 제한되면서 투자 수익률 산정과 회수 전략에 영향을 미치고, 일부 자산에서는 매각이 진행되는 흐름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은 14일 코리빙 브랜드 맹그로브 신촌·동대문 자산에 대해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하임과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매각가는 약 2000억원 수준이 거론된다.
해당 자산은 이지스자산운용과 코리빙 운영사 MGRV가 2020년 조성한 블라인드펀드를 통해 확보한 포트폴리오다. 신촌은 신축 개발, 동대문은 리모델링을 통해 조성된 자산으로, 국내 코리빙 시장 초기 기관투자형 자산으로 손꼽힌다.
이처럼 최근 임대주택 투자 환경이 급변하면서 일부 자산을 중심으로 선제적인 매각에 나서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자금 조달 구조가 흔들리면서 투자 수익률과 회수 전략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대주택 투자 환경은 지난해 9·7 대책 이후 구조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정부는 수도권·규제지역 내 주택을 매입해 임대사업을 하는 경우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사실상 0%로 제한했다. 매입형 임대주택은 대출 없이 전액 자기자본으로만 사야 하는 구조가 된 것이다.
이전에는 투자자들이 자산 매입가의 절반가량을 대출로 조달하고 나머지를 자기자본으로 채우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이 경우 임대수익은 전체 자산을 기준으로 발생해 자기자본 대비 수익률을 높일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대출이 사실상 차단되면서 투자금 전액을 자기자본으로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같은 임대수익을 올리더라도 내부수익률(IRR)은 낮아지게 됐다.
여기에 금리 부담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까지 겹치면서 기존 자산의 대출을 갈아타는 리파이낸싱도 어려워졌다. 임대수익으로 이자와 원금을 감당해야 하는데,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금융기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토로가 이어지고 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임대주택은 PF나 리파이낸싱이 전제돼야 하는데 현재는 DSR이 맞지 않아 금융 구조를 다시 짜기 어렵다"며 "차입 없이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라 IRR이 성립하는지부터 검토하는 단계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이에 글로벌 투자자들은 차입을 배제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와 TPG안젤로고든 등은 사실상 자기자본 위주로 투자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같은 방식은 글로벌 펀드처럼 자본 여력이 충분한 투자자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
투자 회수 구조도 제약을 받고 있다. 임대주택 자산은 일정 기간 운영한 뒤 매각하거나 리츠에 편입해 회수하는 구조가 일반적이지만, 현재는 매수자 역시 차입을 활용하기 어려워 거래 성사 자체가 제한적인 상황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매수자도 대출을 못 쓰는 구조라면 자산 가격을 낮추지 않는 이상 거래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임대주택 운영사와 디벨로퍼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임대주택 사업은 차입을 활용한 자산 확보와 운영, 이후 매각을 통한 회수로 이어지는 구조인데 각 단계가 모두 제약을 받는 까닭이다.
SK그룹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매각한 SK디앤디 역시 임대주택 브랜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해왔지만, 최근에는 신규 투자 속도를 조절하며 자산별 수익성과 회수 가능성을 기준으로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맹그로브 거래가 규제 이후 임대주택 자산의 가격 형성과 거래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사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선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유동성이 제한된 상황에서 성사된 거래라는 점에서 향후 임대주택 자산 시장의 기준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