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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 판매를 앞두고 금융투자업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서민 20% 포함 일반 국민에게 6000억원에 가까운 물량이 풀리는데, 관제상품의 한계로 인해 수익성 측면에서 기존 정책 펀드들의 저조한 결과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후순위로 출자해 20%까지 손실을 흡수하는 구조를 두고서도 잡음이 적지 않다. 이익은 사유화하고 비용은 공유화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초기손실 흡수'와 '원금보장' 사이에서 벌써부터 불완전판매에 대한 걱정도 제기된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은행 및 증권사에 제1차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 판매 물량이 배정됐다. 모펀드 운용사인 삼성·미래에셋·KB자산운용이 판매사를 선정했고, 업계와의 조율을 거쳐 판매 물량 등을 확정했다.
모펀드 운용사는 회사당 1900억원을 운용한다. 이중 1850억원을 판매사에 배정하고, 50억원은 시딩금액으로 활용할 수 있다. 시딩금액은 최대 30억원까지 계열사에 이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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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이지연)
3개 자산운용사는 개인 펀드잔고 규모에 따라 1~3그룹으로 판매사를 나눴다. 1그룹에는 회사당 450억원을, 2~3그룹에는 각각 200억, 100억원을 기준으로 배정했다. 1그룹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과 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증권이다. 이들은 450억~500억원 수준에서 판매량이 정해졌다.
2그룹인 NH투자·KB·신한·하나·유안타·한화투자증권과 NH농협·IBK기업은행의 판매 규모는 200억원 내외다. 이외 부산·경남·광주은행과 iM뱅크, 메리츠·키움·대신·신영·iM증권은 3그룹에 속했다. 이들의 판매 규모는 100억원 이하다.
애초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증권, SC제일은행 등을 포함하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최종적으론 제외됐고 iM뱅크와 iM증권, 메리츠증권이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은행, 증권사별로 판매 규모를 늘리고 싶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첫 판매임을 감안해 우량한 금융사 위주로 최대한 균등 배분했다"고 말했다.
판매사들은 오는 5월26일 상품 출시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관련 세제 혜택 등이 지난 15일 확정된 뒤 판매사를 확정하는 등 일단 절차는 순조로이 진행 중이다. 상품은 만기 5년에 환매가 제한되는 '폐쇄형'이 유력하다. 전체 규모가 5700억원으로 크지 않고, 1호 상품이라는 상징성 등을 고려했을 때 판매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는 앞으로 5년간 총 3조원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정책 펀드의 고질적인 문제인 '낮은 수익성'을 해소하지 않는 이상 지속적인 흥행이 어려울 것이란 회의론이 벌써부터 고개를 들고 있다.
과거 출시된 뉴딜펀드 등은 은행 예금 금리보다 낮은 수익률로 마무리됐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작년 말까지 청산된 국민참여형 뉴딜펀드 10개의 평균 수익률(자펀드 기준)은 0.75%에 그쳤다. 이중 -25%, -29%의 높은 손실률을 기록한 펀드도 있었다.
정부의 '손실 보전' 정책에도 우려가 잇따른다. 정부는 각 자펀드에 후순위 투자자로 참여해 최대 20%까지 손실을 흡수할 예정이다. 일반 국민의 투자 문턱을 낮추려는 취지지만, 개인의 투자 책임을 국가가 떠안는다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0년 조성된 뉴딜펀드도 국민성장펀드와 마찬가지로 손실의 일부를 정부가 보전하는 조건이 있었다. 실제 일부 펀드에 재정이 투입됐고, 일반 국민이 체감하는 수익률은 소폭 올랐다. 그래도 최종 수익률은 평균 2.14%에 그쳤다. '손실 보전'이 절대적인 '수익률'과는 관계가 없었던 셈이다.
뉴딜펀드는 자본시장법상 원금보장 금지 원칙 위반 논란으로 인해 '원금보장 추구'라는 표현을 썼다. 이번 국민성장펀드는 이런 논란을 의식, '초기손실 흡수'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일반 대중을 상대하는 리테일 마케팅 과정에서 '원금보장'으로 오해를 빚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한 대안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자칫 '불완전판매'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책임은 판매사인 개별 금융사가 될 가능성이 커진다.
국가의 후순위 출자금이 결국 정부 세원에서 나온다는 점 역시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만약 손실이 실현됐을 경우, 펀드에 투자한 일부 국민이 받는 보전 혜택을 전국민이 나눠서 부담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는 까닭이다.
세제 혜택은 투자자에 따라 실효성이 미미할 수 있다는 평가다.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는 3년 이상 장기 투자 시 투자금액에 따라 최대 40%의 소득공제 혜택을 제공한다. 투자 금액이 ▲3000만원 이하 40% ▲3000만~5000만원 20% ▲5000만~7000만원 10% 등이다. 최대 1800만원까지 소득공제가 가능한 셈이다. 아울러 납입금 2억원 한도로 펀드에서 발생하는 배당소득에 9% 분리과세한다.
다만 금융소득종합과세자는 세제혜택이 전면 배제된다. 주택자금, 신용카드 등으로 소득공제를 받는 경우 국민성장펀드 공제액을 합쳐 총 2500만원까지만 가능하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결국 수익률이 관건인데, 정부 방침상 첨단전략산업에 대한 지분(에쿼티) 투자 위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기초 자산의 가격 변동 리스크에 직접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에쿼티 투자 특성상 배당소득 분리과세 효과는 미미할 수 있고, 오히려 원금 손실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며 "소득공제의 경우도 국민성장펀드의 주 수요층이 될만한 여유자금을 가진 투자자일수록 혜택을 받기가 어렵기 때문에 정책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