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국민성장펀드 '2兆' 실적 압박 속 딜 가뭄...넘기 어려운 '산은 문턱'
입력 2026.04.22 07:00

주도권 놓고 '속앓이' 본격화
주선 아닌 '단순 자금 공급' 우려
은행별 실적 확보 '온도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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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시중은행들이 정부의 국민성장펀드 목표 달성을 위해 딜 발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키를 쥔 산업은행의 까다로운 잣대에 고심하고 있다. 산업은행이 '지역 균형'과 '차별화'를 강조하며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자 은행권에서는 실적은 채워야 하는데 가이드라인이 일관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주요 시중은행들이 국민성장펀드 적용을 제안한 딜들이 산업은행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산은 측이 내세우는 반려 사유는 크게 두 가지다. 기존 프로젝트와 컨셉이 지나치게 유사하거나, 수도권에 쏠린 딜 위주여서 지역 안배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장에서는 산은의 기준이 일관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산은은 수도권 데이터센터 사업에 대해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2차 메가프로젝트'에 세종 네이버 AI 데이터센터 등 산은 주도의 '소버린 AI' 관련 딜들이 대거 포함되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 2조원 규모로 설정된 실적 목표치를 채워야 하는 시중은행들의 압박도 커지고 있다. 금융위가 지난 14일 바이오, 디스플레이, 미래형 모빌리티 등 6대 분야를 확정하며 '2차 메가프로젝트'를 제시했지만, 이를 만족하면서도 산은 기준을 통과할 딜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권은 단순 참여를 넘어 직접 딜을 주선해 수수료 수익 등 부가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지만, 산업은행 주도의 의사결정 구조가 굳어지고 있단 볼멘소리도 나온다. 시중은행이 자칫 주도적인 역할 없이 정책금융 실적을 채우기 위한 단순 자금 공급처 역할에 머물 수 있다는 우려다.

    은행별 온도차 또한 극명한 분위기다. 현재 가장 여유로운 곳은 국민은행이다. 이미 신안우이 해상풍력에서 산업은행과 공동 주관사로 6000억원 가량 실적을 쌓았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집단에너지 사업 또한 공동 주선사로 참여해 5000억원 규모 실적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실적 충족에 여유가 있는 국민은행은 위험가중자산(RWA) 부담이 크고 부실 리스크가 따르는 직접투자 딜에는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안정적인 선순위 주선 위주로 내실을 기하겠다는 취지다.

    반면, 상대적으로 실적 확보가 급한 신한은행은 산은이 주도하는 직접투자 딜에 전방위적으로 참여하는 공격적인 스탠스를 보이고 있다. 최근 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 직접투자에는 신한은행뿐만 아니라 신한투자증권, 신한캐피탈 등 그룹 계열사가 총동원됐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국민은행은 올해 다수의 대형 딜을 선점하며 실적 여유가 있는 반면, 타 은행들은 목표 달성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며 "산은에 제안한 딜이 반려되는 사례가 잦고 전반적인 진행 속도도 더뎌, 실제 실적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