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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회사채 발행 과정에서 계열사와 사내 조직을 동원해 수요를 부풀린 대형 증권사 6곳에 '경영유의' 조치를 내린 가운데, 증권업계는 이번 조치가 가져올 파장과 영업 현장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삼성·미래에셋·NH·한국투자·KB·신한투자증권 등 6개사에 대해 각각 4건의 경영유의 조치를 내리고 이를 공시했다. 금감원은 조사 결과, 이들 증권사가 회사채 주관 실적을 쌓기 위해 사내 부서나 계열사를 동원하고 손익을 부적절하게 조정해 온 사실을 확인했다.
이른바 ‘캡티브 영업’으로 불리는 관행이다. 증권사가 회사채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계열 금융사나 사내 운용 부서를 수요예측에 참여시켜 가수요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통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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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NH투자증권은 발행어음 운용 부서의 손익을 IB 부서에 귀속시키는 등 광범위한 손익 조정을 벌였고, 신한투자·한국투자증권은 수요예측 기여도를 명목으로 IB 수수료 일부를 타 부서에 배분했다. KB·신한투자증권은 사내 부서 참여를 위한 별도 한도 설정을 검토했으며, 삼성·미래에셋증권 등은 운용 부서의 매도 손실을 주관 수수료로 보전해 준 사실이 적발됐다.
이번 조치는 자발적 개선을 유도하는 행정지도 성격으로 법적 제재에는 해당하지 않아, 당장 영업에 직접적인 타격은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이미 한 차례 문제를 공식화한 만큼, 향후 반복적인 점검과 후속 제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이전과 같은 방식의 '캡티브 영업'은 사실상 제약이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해 금감원 검사가 시작된 이후 내부적으로는 주관하는 회사채 투자를 결정하는 과정이 과거보다 훨씬 조심스러워졌다”며 “낮은 수준의 조치가 나왔다고 해서 안도할 상황은 아니며, 관행을 지속하다가 향후 더 강력한 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 채권 세일즈나 운용 부서에서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증권사들은 영업 대상인 발행사(기업)들이 이번 조치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부 대형 증권사는 각 RM(기업영업 담당자)에게 향후 주선 업무 시 불익 가능성을 발행사에 확인해 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 관계자는 “대형사들이 동시에 주의를 받은 만큼 특정 업체가 현장에서 배제될 가능성은 낮지만, 향후 영업 전략을 짜기 위해 발행사의 반응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선 이번 조치가 오히려 전통적 IB 강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감지된다. 최근 DCM(부채자본시장) 영업을 강화하고 있는 키움증권, 메리츠증권 등 후발 주자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들은 우량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이번 조치 대상에서 제외되어 상대적으로 규제 부담에서 자유롭고 공격적인 영업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다만, 현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오랜 관행을 근본적으로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론도 여전하다. 자율 규제만으로는 발행사의 무리한 요구를 거절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일부 발행사는 '언더 금리에 수백억 원을 투자해달라'는 식의 조건을 대놓고 요구한다”며 “규제를 지키면서도 발행사의 까다로운 조건을 맞춰주는 것이 주관사의 역량으로 평가받는 상황이라 영업 현장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금융당국의 자율 개선 요구와 현장 영업의 현실 사이에서 증권사들이 어떤 절충점을 찾을지가 향후 DCM 시장의 핵심 과제로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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