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따라 달러·위안 오간다…김치본드 '新조달 창구' 부상
입력 2026.04.23 07:00

올해 김치본드 발행 규모 1조793억원
"원화 금리와 비교해 유리한 통화 선택"
일반 기업 발행 가능성 타진 문의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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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이지연)

    김치본드가 금리 환경과 정책 변화에 맞물리며 기업들의 새로운 조달 창구로 부상하고 있다. 여신전문금융사 중심으로 발행이 이뤄졌으나, 일반 기업까지 가세하면서 시장 외연이 확장하는 흐름이다. 환율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달러화와 위안화 등 통화 선택의 유연성을 활용해 조달 비용을 낮추려는 시도도 늘고 있다.

    올해 들어 발행된 김치본드를 원화로 환산하면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달러화 발행 규모는 약 6343억원, 위안화 발행 규모는 약 4450억원으로 총 1조793억원 수준이다. 

    발행 주체는 여전히 카드사와 캐피탈사 등 여전사 중심이다.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KB국민카드, 우리카드 등이 꾸준히 시장을 찾고 있다. 지난 2월 롯데물산(1억달러), 3월 LG전자(7억위안)가 잇따라 김치본드 발행에 성공하면서 일반 기업으로의 확산 가능성도 확인됐다.

    김치본드는 국내에서 발행되는 외화표시 채권이다. 고환율 기조인 상황에서 외화 조달 창구 역할을 해낸다. 다만 시장 참가자들은 김치본드를 환율 대응 수단이라기보다는 금리 기반 조달 옵션으로 보고 있다.

    한 발행사 자금팀 관계자는 "결국 원화 조달이 목적이기 때문에 통화는 그때그때 시장 상황을 보고 선택한다"며 "달러든 위안화든 원화 금리와 비교해 더 유리한 쪽을 고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금융기관들이 보유한 달러 유동성이 많을 때는 달러 발행 조건이 좋아지고, 위안화 역시 역외 유동성이 풍부할 때 금리 경쟁력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연초에는 달러화 김치본드 발행이 주를 이뤘으나, 최근 들어 위안화 발행이 늘고 있는 추세다. LG전자는 사모 방식으로 위안화 김치본드 7억위안 규모를 발행했는데, 금리 수준은 1.8%다. 한국 기준금리(2.5%)보다 70bp(1bp=0.01%포인트) 낮은 수준에서 조달에 성공했다.

    우리카드, KB국민카드, 현대캐피탈도 연초 달러화에 이어 위안화 김치본드를 발행했다. 최근 위안화 김치본드 발행 금리는 2%대에서 형성되고 있다. 발행 금리를 살펴보면 우리카드는 5000만달러 4.48%에서 3억위안 2.15%로, KB국민카드는 1억3000만달러 4.51%에서 4억위안 2.1%로 통화에 따라 금리 수준이 낮아졌다. 현대캐피탈 역시 5000만달러를 4.28%에 조달했다면 6억6000만위안 규모 김치본드는 2.2%로 발행을 마쳤다.

    이 같은 특성은 최근처럼 금리 변동성이 커진 국면에서 더욱 부각된다. 원화 회사채 금리가 급등하자 발행사 입장에서는 달러화나 위안화로 눈을 돌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선택지가 됐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원화채 시장이 부담스러울 때 특정 구간에서 대안이 될 수 있는 '제3의 조달 창구'를 확보했다는 의미가 있다"며 "최근에는 일반 기업들도 김치본드 발행 가능성을 타진하는 문의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정책 환경 역시 시장 확대에 우호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면서 외화 유입 경로를 넓힐 필요성이 커졌고, 이에 따라 한국은행이 김치본드 관련 투자 제한을 완화하는 등 제도적 걸림돌도 일부 해소됐다. 규제 완화 측면에서 정책 방향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평가다. 

    또 다른 발행사 관계자는 "정부가 직접 발행을 압박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규제 완화와 정책 방향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발행 여건이 전반적으로 개선됐다"고 답했다.

    주관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이 적극적으로 김치본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KB증권은 올해 발행된 10건(국내 발행사 기준) 중 4건의 주관을 맡으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시장에서는 해외 투자자 네트워크와 세일즈 역량이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인으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