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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법 개정 논의가 점입가경이다. 겉으로는 중앙회장 직선제를 둘러싼 찬반 대립처럼 비치고 있지만, 실제 국회 안에서는 그보다 더 근본적인 '권력구조 설계'를 둘러싼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는 평가다.
정부·여당과 일부 야권 의원들까지 농협 개혁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각 법안이 손대는 지점은 제각각이라는 분석이다. 어떤 안은 회장 선출 방식에 방점이 찍혀 있고, 어떤 안은 감사와 이사회 등 내부 통제장치를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또 다른 안은 중앙회 중심 구조 자체를 지역 분권형으로 바꾸려 한다.
이번 논의는 지난 2월 1차 개정 이후 사실상 2라운드에 가깝다는 평가다. 국회가 비상임 조합장 연임 제한과 외부감사 강화 등을 담은 개정안을 처리한 뒤, 정부·여당은 3월 당정협의에서 전 조합원 직선제 추진, 독립 특수법인 형태의 농협감사위원회 신설, 농식품부 감독권 확대 등을 제시했다.
이후 4월 들어 윤준병·김선교·문금주·임미애 의원안이 잇따라 발의되면서 논의는 '단일 개혁안'이 아니라 '복수 설계안 경쟁' 구도로 재편됐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은 전체 조합원 직선제를 전면에 내세운다. 조합원 자격을 매년 조사·정비해 농식품부에 보고하도록 한 점도 특징이다. 반면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안은 독립이사제 도입, 조합감사위원 전원 외부전문가화, 고발 의무화, 이사·감사 연임 제한 등 내부 지배구조 개편에 무게를 둔다.
문금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은 별도 회장선출기구와 정보공개심의회, 감사위원 확대를 담은 절충형 안이고,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은 '지역조합-시도연합회-중앙회'의 3단계 구조를 도입하는 지역분권형 개편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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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이 엇갈리는 것은 각 주체가 농협의 병목을 다르게 보기 때문이다.
직선제에 무게를 두는 쪽은 문제의 뿌리를 '폐쇄적 선출 구조'와 '정당성 부족'에서 찾는다. 반면 자율개혁형 안은 선출 방식보다 감사와 이사회, 인사·의사결정 구조의 견제 실패를 더 본질적인 문제로 본다.
절충론은 개혁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직선제와 외부 통제 일변도로 갈 경우 조직 반발과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지역분권론은 중앙회 중심 체계 자체가 권력 집중의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같은 개혁론 안에서도 병목 진단이 다르니 처방도 갈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해관계도 복합적이다. 정부와 당정은 금품선거 차단과 불투명한 지배구조 해소, 공공성 강화를 앞세워 외부 감시와 감독 확대에 무게를 둔다. 반면 중앙회와 조합장 측은 직선제가 선거비용과 조직 동원을 키우고, 외부 독립 감사기구와 감독권 확대가 자칫 '관치 농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직선제를 택한다고 해서 회장 권한이 약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압도적 정당성을 가진 회장이 등장하면 제왕적 구조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노조 측은 외부 견제 강화에 비교적 우호적이다. 사무금융노조 한 관계자는 "투명하게 경영하겠다는 취지가 왜 자율경영 침해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감사 독립성과 투명성 강화는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노조 역시 독립이사제나 감사기구의 구체 설계에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현장 안에서도 단순히 직선제 찬반으로만 갈리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상황도 이런 구도에 힘을 싣는다. 당정이 추진하는 개혁 관련 법안들은 4월 14일 농해수위 법안소위에서 논의될 예정이었지만 실제 심의는 이뤄지지 않았고, 농식품부는 22일과 24일 권역별 설명회를 열어 현장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개혁 드라이브를 이어가되 동시에 현장 반발을 관리하며 입법 보완 가능성도 열어둔 셈이다.
결국 향후 국회 논의는 어느 한 안이 그대로 통과되기보다, 직선제·감사 독립·정보공개·구조 개편 가운데 무엇을 살리고 무엇을 덜어낼지 조정하는 과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 국회 관계자는 "이번 농협법 개정 논의의 승부처는 직선제 찬반 그 자체가 아니다"라며 "중앙회장 권한의 원천을 어디에 둘지, 그 권한을 누가 어떤 장치로 견제할지, 중앙회와 지역조합의 힘의 균형을 어떻게 다시 짤지를 둘러싼 농협 권력구조 전반의 재설계가 핵심"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