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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을 둘러싼 최근 논란은 하나의 사건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촉발된 문제는 공정거래, 입법, 통상, 자금 구조로 연쇄적으로 확산됐다. 그리고 이제는 외교·안보 영역까지 영향을 미치는 양상이다. 개별적으로 존재했던 이슈들이 하나의 방향으로 수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결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상원의회 로비활동 공개정보에 따르면 쿠팡은 2025년 4분기 약 58만달러, 2026년 1분기 약 109만달러의 로비 비용을 신고했다. 쿠팡이 고용한 로비스트 접촉 대상에는 미 상·하원을 비롯해 국무부, 상무부, 재무부, 무역대표부(USTR),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이 포함됐다. 산업 정책을 넘어 외교·안보 라인까지 포괄하는 구조다.
로비 의제 역시 특정 법안 대응이 아니다. 문서에는 "특정 입법 없음(no specific legislation)"이 반복 기재돼 있다. 동시에 무역·투자 확대, 글로벌 공급망, 동맹국 간 경제 협력 등 정책 환경 전반이 포함됐다.
이 같은 로비 구조는 최근 국내에서 벌어진 흐름과 겹친다는 해석이 나온다. 쿠팡을 둘러싼 갈등은 지난해 말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서 출발했다. 수천만명 규모의 이용자 정보 유출 이후 과징금 부과가 예고됐고, 국회 차원의 조사와 규제 논의로 이어졌다.
그러나 정치권의 시선은 사고 자체에 머물지 않았다. 단순 피해를 넘어 제도 문제로 접근하기 시작했고, 집단소송제 도입이 다시 추진됐다. 김범석 의장의 동일인 지정 여부도 공정거래 쟁점으로 부상했다.
쿠팡은 동일인 지정과 관련해 제도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는 동시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상 최혜국 대우 및 투자자 보호 의무 위반 가능성을 언급했다. 국내 규제 문제를 통상 문제로 연결시키는 논리다.
국내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국내 입법을 외교 문제로 끌어올리는 접근"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실제로 최근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 50여명이 한국 정부에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를 중단하라는 서한을 보내면서 논란은 한 단계 더 확장되고 있다.
한 여당 의원실 관계자는 "기업 이슈를 외교·통상 문제로 확장시키는 건 사실상 (한국)정부를 상대로 한 우회 압박"이라며 "국회 입장에선 온라인플랫폼법과 집단소송제 도입 논의가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개별 기업 사안이 외교·안보 영역과 연결되는 흐름까지 나타났다. 김범석 의장의 신변 문제와 한미 고위급 협의가 연계됐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쿠팡 이슈는 사실상 양국 관계 변수로까지 부상했다.
물론 이를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미국 내 정치권 발언과 기업 대관 활동이 혼재된 상황"이라며 "핵심은 특정 기업이라기보다 디지털 플랫폼 규제를 둘러싼 통상 문제"라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우발적이라기보다 일정한 대응 경로가 작동한 결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접촉 대상에 NSC가 포함된 점 등을 감안하면, 국내 규제 이슈를 통상 문제로 확대할 수 있는 구조를 이미 마련했다는 해석이 정치권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이 같은 충돌은 정책 영역을 넘어 사업 구조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 한국 법인 기준 매출 45조원을 넘기고 영업이익 2조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외형과 수익성 모두 빠르게 개선되는 모습이다.
동시에 자금 흐름을 둘러싼 논란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약 1조4000억원 규모 중간배당이 이뤄졌고, 특수관계자 비용을 포함하면 약 2조9000억원이 해외로 이전됐다. 순이익 대비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자금 이전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쿠팡 측은 글로벌 투자 재원 확보 차원이라는 입장이지만, 매출의 대부분이 국내에서 발생하는 구조를 고려하면 이익의 상당 부분이 해외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자금 이동 구조는 향후 통상 이슈와 결합될 경우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투자자 보호, 과세, 이전가격 문제 등으로 확장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물류 인프라 역시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쿠팡은 지난 10여년간 전국 물류센터 구축에 약 10조원 이상을 투입해왔다. 로켓배송 경쟁력을 만든 핵심 자산이지만, 동시에 대규모 자본이 묶여 있는 구조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쿠팡은 물류센터를 리츠(REITs) 형태로 유동화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대전 물류센터 관련 특수목적법인을 부동산 자회사로 전환하고 장기 임대 구조를 구축하는 등 준비 작업도 진행됐다. 그러나 올해 초 첫 리츠 인가가 국토교통부에서 반려되면서 계획이 지연됐다. 투자자 확보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쿠팡처럼 지속적으로 투자를 이어가는 구조에서는 자산이 물류센터에 묶이는 방식 자체가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며 "유동화가 지연될 경우 투자 여력과 자금 운용 전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현재 쿠팡이 마주한 상황은 단일 리스크가 아니다. 개인정보 유출을 계기로 촉발된 규제 논의는 집단소송제와 플랫폼 규제로 확대됐고, 동일인 지정 논란을 거쳐 통상 이슈로 연결됐다. 여기에 자금 이동 구조와 물류 자산 유동화 문제가 겹치면서 기업을 둘러싼 부담은 여러 축에서 동시에 커지고 있다.
정책 변수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과징금 부과,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일인 지정 판단, 국회의 집단소송제 입법 여부 등이 순차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각각의 결정은 개별 사안이지만, 결과에 따라 쿠팡의 사업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우려를 받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지금 상황은 사건이 이어지는 게 아니라, 서로 다른 기준이 한 번에 충돌하는 국면"이라며 "규제와 자금 문제가 동시에 맞물리면서 예측이 어려운 구간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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