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PEF 결성 난항 예상…증시호황에 연기금ㆍ공제회 출자 '시큰둥'
입력 2026.04.24 07:00

증시 호황에 자금 쏠림…PEF 출자 후순위
PEF 투자회수 부진 속 주요 기관 관망세
국민연금·성장펀드 변수…펀딩 고전 예고

  • 올해 상당수 기관투자가들이 사모펀드(PEF) 출자 사업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내 증시 호황이 이어지면서 투자와 회수 모두 난항을 겪고 있는 사모 시장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모습이다. 잠재적인 출자자(LP)군이 축소됨에 따라 올해 펀드를 결성해야 하는 운용사(GP)들이 애를 먹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코스피는 작년 하반기부터 급격한 상승세를 탔다. 반도체주가 앞장서 지수를 끌었고, 정부의 주주가치 제고 정책도 힘을 보탰다. 증시 호황에 국민연금은 작년 국내 주식 투자로 80%가 넘는 수익을 거뒀고, 다른 연기금·공제회들도 기대 수익률을 넉넉하게 달성했다.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리며 올해도 낙관적인 기대를 드러내고 있다.

    사모 시장의 분위기는 다르다. 예년이면 굵직한 PEF 출자 사업들이 기지개를 켤 때지만 상당수 기관이 보수적인 시각으로 시장을 관망하고 있다. 올해 출자사업을 거르거나 하반기 이후에나 상황을 살펴 검토하겠다는 곳들이 적지 않다.

    시장 자금이 증시로 대거 이동하면서 PEF와 거래하려는 기업들은 줄어들고 있다. 자연히 투자나 회수를 하는 데도 애를 먹고 있다. 컨티뉴에이션펀드를 활용하거나 PEF끼리 주고 받는 거래는 늘어났다. PEF 출자로 돈을 벌기 어려워지니 기관들의 시각도 보수적으로 바뀌고 있다.

    대표적인 큰 손인 교직원공제회는 올해 블라인드펀드 출자 사업을 진행하지 않을 계획이다. 하반기 시장 상황에 따라 출자를 검토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지만, 현재로선 출자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행정공제회는 작년 6년 만에 국내 블라인드펀드 출자 사업을 재개했지만 올해는 사업을 하지 않을 계획이다. 기존 거래 관계가 있는 운용사에 개별적으로 자금을 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PEF 중에도 전통적인 바이아웃(경영권거래)보다는 크레딧 분야에 더 관심을 두는 분위기다.

    새마을금고중앙회도 올해 출자 사업 진행 여부가 불투명하다. 2024년 블라인드펀드 출자를 재개한 후 매년 출자 사업을 진행하기로 방침을 정했는데 올해는 자금 사정이 녹록지 않다.

    시장 자금이 안전자산에서 증시로 쏠리면서 새마을금고에서도 자금이 빠져나갔고, 중앙회가 활용할 자금도 부족해졌다. 역시 하반기까지 상황을 살피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재까진 사업에 회의적인 분위기가 강하다.

  • (그래픽=이지연)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이지연)

    사학연금은 올해 벤처캐피탈(VC) 분야에만 자금을 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를 이끌던 전범식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수협중앙회로 자리를 옮기게 된 터라 PEF 출자까지 고려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공무원연금도 올해 국내 PEF 출자 계획이 없다. 작년에 출자 사업을 했기 때문에 올해는 시장을 관망하겠다는 분위기다. 출자를 하더라도 국내보다는 해외 운용사를 대상으로 할 것으로 보인다.

    군인공제회나 경찰공제회 등이 상반기 중 출자 사업에 나섰지만 하반기에 움직일 만한 곳들이 많지 않다. 과학기술인공제회는 내부적으로 하반기에 출자 사업 공고를 낸다는 계획을 세워뒀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전략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이 단비가 될지 관심이 모인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출자 사업을 거를 것이란 전망이 많았는데, 최근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 일부 운용사를 대상으로 출자 사업 개시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사업 계획은 나오지 않았지만 사업 검토에는 나선 분위기다.

    다만 국민연금이 다시 출자에 나서더라도 파급력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 일부 PEF 투자 건으로 홍역을 앓았던 만큼 출자 규모를 줄이거나 운용사 선정 작업을 더 깐깐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출자 의지가 강하다기 보다는 빈티지 관리 성격이 짙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사들도 PEF 출자엔 신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원래도 지분 출자는 위험가중치(RW)가 높아 선호하지 않았는데 올해는 국민성장펀드도 신경써야 한다. 생산적금융 실적을 쌓아야 하는 금융지주들은 RW 여유분 거의 대부분을 국민성장펀드 쪽에 할애하고 있다. 국민성장펀드 외엔 금융사 출자를 기대하기 어렵다.

    사정이 이러니 올해는 펀드 결성 대란이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돈 나올 구멍이 많지 않으니 관심이 없던 곳들도 국민성장펀드로 눈을 돌리는 양상이다. 일부 운용사는 국민성장펀드 자금을 받기 위해 자금 소진률을 채우기 전에 펀드 결성에 나서 LP로부터 지적을 받기도 했다. 작년에 펀드를 결성한 곳은 안도의 숨을 쉬고 있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증시 호황이 이어지다보니 기관들이 PEF 출자에 관심이 없다"며 "올해 블라인드펀드 결성에 나선 곳들은 자금을 조달하는 데 애를 먹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