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상장 1호 마키나락스, '흥행여부'보다 '심사기조'가 더 관심?
입력 2026.04.24 07:00

파두 사태 이후 엄격해진 심사 기조…AI 등 신산업도 "예외 없다"
기술특례 문턱 낮춘다지만…공시·지배구조 검증은 오히려 강화
"마키나락스가 가늠할 'AI IPO 기준선'…후속 딜까지 영향 불가피"

  • 마키나락스가 올해 인공지능(AI) 기업 기업공개(IPO) 시장의 '바로미터'로 평가받고 있다. 단순히 AI 기술기업의 첫 상장 도전이라는 의미를 넘어, 달라진 당국의 심사 기조가 처음 명확하게 적용되는 사례로 거론되기 때문이다. 관심의 초점도 흥행 여부보다 어떤 검증을 거쳐 상장에 이르느냐에 맞춰져 있다.

    마키나락스는 지난달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코스닥 상장 절차에 들어갔다. 총 263만5000주를 공모하며 희망 공모가는 1만2500원~1만5000원, 공모 규모는 약 329억~395억원이다. 일반청약은 다음달 11~12일로 예정돼 있다. 예정대로 일정이 진행 중인 가운데, 이번 딜은 단순한 'AI 상장 1호'가 아닌 기술기업 심사 기준의 시험대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거래소와 금융당국은 이번 딜을 예년보다 더 촘촘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마키나락스는 최근 몇 년간 매출 외형을 키우며 기술기업 심사에서 중요하게 보는 재무 실적 측면에서 일정 부분 성과를 냈다. 초기 1억원대에 불과하던 매출은 100억원대로 확대됐고, 지난해 수주 규모도 200억원 수준까지 늘었다.

    파두 사태 이후 기술특례 기업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흔들리면서, AI 등 기술기업에 대한 평가 기준 자체가 한층 보수적으로 바뀌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실적의 절대 규모와 수익성, 향후 매출의 지속 가능성은 물론 프로젝트 기반 매출 구조에서 비롯되는 변동성까지 점검 대상에 올라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마키나락스 역시 증권신고서 제출 이후 업황과 사업 구조 전반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지배구조에 대한 점검도 강화되는 분위기다. 최근 한국거래소의 코스닥 상장 심사 과정에서는 최대주주와 경영진의 상장 이후 잔류 의지, 이른바 '오너 리텐션(retention)' 여부를 명확히 하도록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오너의 단기 엑시트 우려를 줄이고 상장 이후 경영 책임을 유지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 같은 흐름은 지난해 말 세미파이브 사례에서 이미 확인됐다. 세미파이브는 증권신고서 효력 발생 이후에도 향후 실적과 관련한 추가 보완 공시를 요구받았다. 통상 효력 발생은 심사가 사실상 마무리된 단계로 받아들여졌지만, 해당 사례를 계기로 마지막 단계까지도 검증이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최근 IPO 심사는 기술특례 여부와 무관하게 공시와 실적, 지배구조를 전방위적으로 점검하는 방향으로 강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과거처럼 산업 성장성과 기술력만으로는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다. 특히 AI 기업은 성장 가정과 기술 확장성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이를 얼마나 현실적인 숫자로 뒷받침할 수 있는지가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에선 이번 딜을 통해 설정되는 검증 수준이 향후 AI 기업 IPO 전반의 기준선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조 단위 몸값이 거론되는 업스테이지 등 후속 딜 역시 같은 잣대 위에서 평가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 지점에서 정책과 심사 간 괴리도 드러난다. 정부와 거래소는 AI를 포함한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기술특례상장 제도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인공지능·항공우주·반도체·자동차·방산 등을 포함한 'ABCD 육성 방안'을 통해 재무 요건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기술력과 성장성이 있는 기업의 상장 문턱을 낮추는 방향의 제도 정비가 논의되고 있다.

    기술특례상장은 최소 재무요건만으로 상장예비심사 신청을 허용하는 제도로, 그동안 바이오 기업 중심으로 활용돼 왔다. 거래소는 이를 AI 등으로 확장해 산업 다변화를 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자본시장에서의 판단 기준은 별도로 작동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상장 예정 기업에 대한 재무 검증과 공시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산업 정책은 ‘육성’을 전제로 하지만, 자본시장 규율은 ‘검증’을 우선하는 구조다.

    결과적으로 AI를 둘러싼 메시지는 이중적으로 전달되고 있다. 상장 문턱을 낮추겠다는 정책과 달리, 실제 심사 기준은 더 높아지고 있다는 인식이다. 이런 맥락에서 마키나락스 상장은 현 IPO 시장의 심사 기조를 가늠할 수 있는 사례로 받아들여진다. 기술이나 성장 서사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설명하고 입증하느냐가 상장의 관건이 되는 흐름이다.

    한 대형사 ECM 관계자는 "정부가 신산업 기업 육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상장 심사 기조는 오히려 더 강화됐다고 보는 분위기"라며 "마키나락스를 계기로 AI 기업 상장에 요구되는 기준이 한 단계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