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상장 막히니 '토큰화'로 우회? 투자회수 급한 VC, 다시 'STO' 눈독
입력 2026.04.27 07:00

중복상장 ‘원칙금지·예외허용’ 가이드라인 이달 예고
IPO 막히자 FI 엑시트 경로 위축…STO 대안론 재부상
전자증권법 개정으로 STO 발행·유통 법적 기반 마련
LS전선·가온전선 원자재 토큰화 검토…기업도 유동화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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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이지연)

    중복상장 규제가 강화되면서 자금조달과 투자금 회수 경로가 좁아지자, 토큰증권 발행(STO)이 대안으로 다시 거론되고 있다. 보유 지분이나 실물자산을 토큰 형태로 쪼개 유통하는 구조인데, 시장에서는 실효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22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중복상장이 사실상 금지되자, 일부 기업과 벤처캐피탈(VC)을 중심으로 비상장 주식이나 특정 자산을 토큰으로 전환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만 허용하는 방향으로 이달 중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사실상 대기업 계열사 상장이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장을 통해 재무적투자자(FI)의 투자금을 회수하고, 조달 자금으로 신사업을 확장하던 기존 구조가 흔들리면서 대안 논의도 확대되는 분위기다. 이 과정에서 STO까지 다시 언급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STO 법제화 논의가 진전을 보인 점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 1월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분산원장을 활용한 토큰증권 발행·유통의 법적 기반이 마련됐다.

    STO가 VC 업계에서 유동화 수단으로 주목받은 건 처음이 아니다. 

    2021년 하반기 당시 뮤직카우가 음악 저작권 기반 조각투자 모델로 시장의 관심을 끌었고, 이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며 제도권 STO 논의의 대표 사례로 자리잡았다. 다만 제도화가 지연되면서 관심은 빠르게 식었고, 최근 중복상장 규제 강화 국면에서 다시 언급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한 VC 관계자는 "상장을 통한 엑시트를 하려는 건 비상장 주식의 낮은 유동성 때문이 큰데, STO는 오히려 거래가 더 어려울 수 있다"며 "과거에 한 차례 논의됐던 아이디어가 다시 등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기업들 역시 자산 유동화 수단으로 STO를 검토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LS전선과 가온전선은 구리와 희토류 등 원자재를 토큰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LS전선은 최근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에 '토큰 발행 및 토큰증권 관련 사업'을 추가했다. 전기동과 알루미늄, 희토류 등 주요 원자재를 토큰증권으로 발행해 유동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움직임 역시 중복상장 규제 영향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LS에식스솔루션즈의 상장 철회 이후 그룹 내 추가 상장 추진이 쉽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STO가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STO의 한계가 구조적으로 명확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특히 비상장 주식은 원래도 거래가 쉽지 않은데, 토큰증권으로 전환된다고 해서 유동성이 개선되기 어렵다는 평가다. 기술의 부재가 아니라 정보 비대칭성과 기업 가치 산정의 불투명성에 있다는 점에서다.

    발행 비용 부담도 걸림돌로 꼽힌다. STO는 기초자산 산정과 신탁, 발행 과정에서 수수료와 법률 비용이 적지 않게 발생하는 구조다. 조달하려는 금액 대비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기업 입장에서는 여전히 기업공개(IPO)가 가장 현실적인 자금조달 수단이라는 평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토큰을 만드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투자 수요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지가 핵심"이라며 "결국 투자자를 모아야 하는데 현재로선 시장 기반이 부족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