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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HD현대로보틱스가 기업공개(IPO) 추진을 '일시 멈춤'했다. 상장을 위해 HD현대에 상주하던 주관사단도 최근 철수했다. 중복상장 논란에도 불구하고 상장 의지를 이어온 만큼, 향후 행보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HD현대로보틱스 IPO를 준비하던 주관사들은 최근 회사에 상주하던 인력을 철수시켰다. 주관사단은 하반기 예비심사 청구를 목표로 실무 작업을 진행해 오던 상황이었다. 다만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내부 검토가 길어지자 상주 형태로 준비를 이어가는 실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회사는 모자회사 구조에도 불구하고 주관사 선정과 실사 작업을 진행하며 상장 의지를 유지해왔다. 지난 1월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 UBS를 대표주관사로, 신한투자증권과 키움증권, 하나증권을 공동주관사로 선정했고, 이후 주관사단이 상주하며 상장 준비를 이어왔다.
업계에서는 가이드라인의 큰 틀이 이미 공개된 만큼, 향후 확정되는 규정이 세미나에서 언급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달 중 거래소 규정 개정안을 마련해 예고하고, 상반기 내 절차를 마쳐 이르면 7월부터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새 제도의 골자는 '원칙 금지·예외 허용'이다. ▲영업 독립성 ▲경영 독립성 ▲투자자 보호를 핵심 기준으로 삼아 심사할 방침이다. 다만 세부 적용 기준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심사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HD현대로보틱스는 그간 로봇 산업의 정책적 중요성을 근거로 예외 적용 가능성이 거론돼왔다. 로봇 산업이 국가전략기술 분야로 포함될 경우 상장 명분이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최근 세미나에서는 첨단산업에 대한 별도 언급이 빠지면서, 결국 영업 및 경영 독립성을 중심으로 상장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HD현대로보틱스의 모회사 연결 실적 기여도는 제한적인 수준이다. 2025년 기준 HD현대 연결 매출 71조2594억원 가운데 HD현대로보틱스 매출은 2630억원으로, 약 0.37% 수준에 그친다.
HD현대로보틱스 역시 내부적으로 상장 추진 여부를 두고 고민을 이어가는 것으로 전해진다. 기준 자체는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났지만, 최종 확정 전 단계에서 상장을 강행할 경우 예상치 못한 심사 리스크를 떠안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이번 딜이 중복상장 규제의 첫 시험대가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LS에식스솔루션즈가 상장 신청을 철회한 이후, 대기업 계열사 IPO 가운데 사실상 첫 사례로 꼽히기 때문이다. HD현대로보틱스는 물적분할로 설립된 전형적인 모자회사 구조라는 점에서, 규제 적용 여부를 가늠할 기준점이 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증권가에서는 구조적 부담을 감안할 때 상장을 강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금융당국이 '원칙 금지' 기조를 분명히 한 상황에서, 예외 적용을 입증해야 하는 부담이 상당하다는 이유다. 특히 실질적인 독립성과 모회사 주주 보호 방안까지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하는 만큼 심사 문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다만 상장 의지 자체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HD현대로보틱스 역시 "시장과 소통하며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상장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관사단 철수 역시 딜 철회라기보다 '속도 조절'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온다. 가이드라인이 확정되는 시점에 맞춰 다시 준비를 재개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의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주관사단이 철수하긴 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상장 여부를 두고 막판까지 고민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회사와 주관사 모두 상장 의지는 충분하지만, 당국 기조와 정면으로 맞서는 구조라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