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조 투자에 엑시트는 한참…조금은 낯뜨거운 삼성전자의 하만 띄우기
입력 2026.04.27 07:00

취재노트
10조 투자한 하만, 10년만에 순이익 1조 안정권
삼성전자 "미래 위한 이재용 회장의 과감한 결단"
갓 돈벌기 시작한 하만 '용비어천가'까지 등장할 일?

  • 삼성전자가 뜬금없이 하만(HARMAN) 띄우기에 나섰다. 하만이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사업이 재궤도에 오른 점은 분명하지만, 글로벌 1위 반도체 기업의 자화자찬(自畫自讚) 치고는 다소 민망한 수준이었다.

    삼성은 2016년 80억달러, 당시 환율기준 약 9조4000억원을 들여 하만을 인수했다. 우리나라 기업 M&A 역사상 아직도 깨지지 않은 최고가 기록이다.

    2022년엔 독일 헤드업 디스플레이 기업 아포스테라(Apostera), 2023년엔 미국 음악관리 검색 플랫폼 룬(Roon)을 사들였다. 지난해엔 하만을 통한 대규모 M&A 두차례나 진행됐는데 5월 미국 마시모의 오디오 사업부를 약 3억5000만달러(약 5000억원), 12월엔 독일 ZF사의 ADAS 사업을 15억 유로(약 2조5000억원)에 인수했다. 일련의 M&A를 종합해보면 그룹이 하만을 현재까지 끌어올리기까진 10년간 12조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된 셈이다.

    하만은 지난해 15조7833억원의 매출액, 1조531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약 10% 내외, 순이익은 약 1조1500억원을 나타냈다. 양호한 실적이다.

    애초부터 하만은 돈을 잘버는 회사는 아니었다. 삼성에 인수된 직후(2017년) 영업이익은 500억원대에 그쳤다. 영업이익률은 0.8%였다. 2020년엔 유사한 성적표를 받았다. 코로나 시기란 특수성을 반영해야하지만 삼성전자의 CE·IM 부문이 전년 대비 20~30% 이상의 영업이익률 증가세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초라한 수준이었다.

    10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투자했는데 눈에 띌 만한 현금을 만들어내지 못하다보니 하만은 늘 삼성의 아픈손가락이었다.

    하만이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기 시작한 건 2023년부터이다. 제대로 돈을 벌기 시작한 건 최근 2~3년 정도밖에 안됐다는 얘기다.

  • (그래픽=이지연)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이지연)

    하만의 투자로 삼성전자가 본전을 뽑기까진 아직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회사가 자랑스럽게 밝힌 영업이익이 아닌 실제 손에 쥔 현금(순이익)을 따져보면 답이 나온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2000억원, 400억원, 1000억원 등 널뛰기가 심했는데, 2020년엔 약소했던 순이익마저 7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기록했다. 

    지금같은 실적 상승세가 계속 이어져야만 수년 후에나 겨우 투자금 회수 가능성이 보이는 셈이다. 물론 회사의 사업이 완성차 시장의 사이클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거시적인 변수에 따라 변동될 가능성이 크단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하만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점은 다행이지만, 우리나라 최고기업이 그것도 역사상 최대 금액을 투자해 일궈논 성과로 보기엔 다소 민망한 수준이란 것 역시 부인하기 어렵다. 하만의 매출은 삼성전자 전체 매출 대비 5%에도 못미치고, 영업이익 비중 역시 3.5% 수준에 불과하다.

    이미 7조원 수준이었던 매출을, 무려 10년이란 시간 동안 15조원으로 끌어올린 걸 대단한 성과로 자화자찬할 수준일까. 그것도 한 분기에만 50조원을 벌어들이는 삼성전자가 말이다. 10조원 넘게 투자해 10년이 지나서야 한 해 1조원을 벌어들이는 투자가 과연 박수 받을 일인가에 대해선 생각볼 필요가 있다. 코스피가 8000을 바라보는 시대. 현재 상황만 두고 본다면 훨씬 더 높은 수익을 안겨줄 투자 대상이 널려있다.

    아직 그룹 내에서 하만의 존재감이 미약하지만, 삼성전자는 하만의 성과(?)를 이재용 회장의 공으로 돌리는 것을 빼먹지 않았다. 회사는 자료를 통해 "전장을 넥스트 성장동력으로 점찍은 이재용 회장의 과감한 결단" 이라고 했다. 

    뜬금없이 등장한 '용비어천가'의 배경은 물론 확인되지 않는다. 이 회장에게 치적이 필요한 상황인지, 과거 M&A를 주도했던 인물들이 건재함을 과시하기 위한건지. 아니면 오너의 성과를 홍보하기 위한 과도한 충성심의 발로였을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