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주춤한 사이 AI 병목은 CPU·저장장치로..."국내엔 투자할 상품이 없다"
입력 2026.04.24 16:05

메모리 밖으로 번진 AI 수혜…인텔·샌디스크·키옥시아 '급등'
국내 ETF는 여전히 '삼전·하닉' 편중…CPU·저장장치 노출은 제한적
병목은 옮겨가는데 상품은 제자리…투자자 선택지 좁은 국내 시장

  • 인공지능(AI) 반도체 투자 지형이 다시 재편되는 분위기다. 그동안 시장의 시선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앞세운 메모리 업체에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중앙처리장치(CPU)와 저장장치 쪽으로도 수혜 기대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반면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은 이런 변화를 아직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 'AI·반도체' 간판을 단 ETF 상당수는 여전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형주 중심으로 짜여 있다. '비(非) 메모리 반도체 투자 상품'이 국내에는 드물다는 것이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날 실적을 발표한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한때 19% 이상 급등하며 주당 80달러선까지 급등했다. 2000년 닷컴버블 당시 기록했던 이전 신고가(75달러)를 무려 26년 만에 넘어섰다. 전년대비 AI데이터센터 부문이 22%, 반도체 파운드리 부문이 16% 성장하며 매출과 이익 모두 예상치를 크게 웃돈 덕분이다. 인텔의 연초 이후 주가 상승률은 100%를 넘어섰다.

    오는 30일 실적 발표를 앞둔 저장장치 업체 샌디스크 주가는 연초 이후 240% 오르며 사상 최초로 주당 900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증권사 에버코어는 샌디스크 목표 주가를 최근 2600달러로 제시했다. 일본의 낸드플래시 업체 키오시아 주가는 연초 이후 200% 급등했다. 

    이들 기업 모두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연초 이후 주가 상승률 (80%)를 크게 뛰어넘는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등하며 일정부분 수요 파괴가 일어낸데다, '터보퀀트' 등 메모리 반도체를 덜 소비하는 기술이 속속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프랍 운용역은 "엔비디아의 GPU에 이어 메모리 반도체에 집중되던 'AI 투자 테마'가 CPU와 저장장치로 넘어가고 있다"며 "다음 병목은 CPU와 낸드플래시, 그리고 솔리드스테이트디스크(SSD) 에서 올 거라는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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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이지연)

    문제는 해외 개별주 투자를 하지 않는 국내 투자자가 이들 기업에 투자하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대표적 국내 AI·반도체 테마 상품인 삼성자산운용의 'KODEX AI반도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반도체TOP10', 신한자산운용의 'SOL AI반도체TOP2플러스' 등 상당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 비중이 40%를 웃돈다. 

    특히 최근 자금이 몰린 상품일수록 이 경향은 더 뚜렷하다. 출시 직후 흥행에 성공한 KB자산운용의 'RISE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25% 안팎으로 담고 나머지를 채권으로 채우는 구조다. 신한자산운용의 'SOL AI반도체TOP2플러스' 역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SK스퀘어 비중까지 합치면 국내 반도체 대형주 비중이 60%에 달한다. 반도체 투자 수요가 늘수록 ETF 구성이 더 넓어지기보다 익숙한 국내 대표주에 수렴하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형 상품도 사정이 크게 다르진 않다. 대표적 글로벌 반도체 ETF인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AI반도체TOP3플러스'는 엔비디아·TSMC·브로드컴 중심의 상위 종목 집중형이고,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글로벌반도체TOP4 Plus'도 글로벌 반도체 대형주 중심 구조다. 

    '글로벌'을 상품명에 담고는 있지만, 최근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 인텔·샌디스크·키옥시아를 전면에 내세운 상품으로 보긴 어렵다. 국내 상장 ETF만 놓고 보면 비메모리 반도체를 정조준한 선택지는 많지 않은 셈이다.

    그나마 예외에 가까운 상품은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KoAct 글로벌AI메모리반도체액티브'다. 이 ETF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뿐 아니라 샌디스크와 키옥시아 등 저장장치 관련 종목도 포괄한다. 

    다만 실제 비중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만으로 30%를 웃돌고, 샌디스크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다. 이름 그대로 메모리 밸류체인 전반에 투자하는 상품에 가까워, 최근 급등한 CPU·저장장치 수혜주를 국내 투자자가 ETF로 정면 겨냥해 사는 구조와는 거리가 있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AI 산업 성장 과정에서 메모리 수요가 여전히 핵심 축인 것은 맞지만, 최근에는 CPU와 저장장치까지 수혜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며 "기술 변화 속도가 빨라진 만큼 투자자 입장에선 이를 세밀하게 반영할 수 있는 상품 선택지가 더 필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