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이지연)
NH투자증권이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을 결정하면서 각 대표가 맡게 될 사업 부문과 권한 범위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자산관리(WM)와 기업금융(IB)의 분리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재무·전략·인사 등 핵심 운영 부서를 누가 가져가느냐가 향후 주도권 다툼의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NH투자증권 이사회는 지난 24일 각자대표 체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대표이사 운영체제 변경안을 승인했다. 회사는 조만간 사외이사 중심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어 후보군을 압축할 예정이며, 이르면 5월말 임시 이사회에서 차기 대표이사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정은 적지 않은 진통 끝에 이뤄졌다. 지난 14일 이사회에서는 이사 간 이견으로 결론을 내지 못했으나, 3월 임기 만료 후에도 후임 없이 직무를 수행 중인 윤병운 대표 체제의 경영 공백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계획했던 5월 내 새 대표 선임을 위해서는 이달 중 지배구조 개편 논의를 마무리 지어야 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각자대표 체제 전환을 단순한 조직 개편이 아닌 지배구조 재편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복수 대표 체제는 각 대표의 역할 분담에 따라 힘의 균형이 달라지는 만큼, 결국 ‘누가 헤게모니를 쥐느냐’의 문제라는 해석이다. 특히 지난 사장 선임 당시 외부 요인으로 제약 받았던 농협중앙회의 인사권을 보완하고, 모회사의 경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NH투자증권 측은 "규모 확대와 사업 다변화에 따라 자본시장 성장 국면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선을 긋고 있다.
업계에서는 특히 재무, 전략, 인사 등 조직의 ‘안살림’을 담당하는 부서를 장악하는 쪽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본다.
IB 출신인 윤병운 사장 입장에선 IB 사업부와 운영 부서의 '통합 관리' 여부가 향후 입지를 좌우할 주요 변수다. 운영 권한이 분리되어 외부 인사가 맡게 될 경우, 윤 사장의 장악력은 물리적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재로서는 IB와 WM을 나누고 운영 기능은 WM 측에 배치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양 조직의 규모를 균형 있게 맞추기 위한 구상이다. 이 경우 윤병운 사장이 IB를 맡고, 외부 인사가 WM을 담당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이 경우 농협중앙회 추천 인사가 WM과 관리 부서를 모두 맡게 되면, NH투자증권에 대한 그룹 차원의 영향력 확대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윤병운 사장 개인에 대한 재신임 여부도 변수다. 지난해 관리 책임론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영업이익 1조 4206억 원, 당기순이익 1조 315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50% 이상 성장하는 등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낸 점은 연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만하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각자대표 체제 전환으로 윤 사장의 연임 가능성이 다시 거론되고 있지만, 농협금융지주의 재신임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룹 차원에서 그에게 얼마나 힘을 실어주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체제 개편의 '실익'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실제로 과거 KB증권이 현대증권과 통합할 당시 도입했던 각자대표 체제는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 당시 윤경은 사장이 리테일·WM·경영관리, 전병조 사장이 IB와 글로벌 등을 나눠 맡았으나, WM과 IB가 유기적으로 협력하지 못하고 반목을 거듭하는 모양새를 연출하며 실적이 악화일로를 걸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IB와 WM, 트레이딩 조직은 유기적인 협업이 필수적인데, 이를 인위적으로 쪼개는 각자대표 체제가 오히려 경영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며 "협업 시너지가 중요한 증권업 특성에도 불구하고 비효율적인 체제를 선택하게 된 배경에 대해 의아해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