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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이지연)
LG에너지솔루션이 현금흐름 방어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연초 대규모 자금 조달을 마쳤으나 핵심 고객사 판매 부진과 생산 조정이 이어지는 가운데 연간 6조원 이상 설비투자(CAPEX) 부담까지 겹친 영향이다.
협력사 대금 결제 방식까지 손보며 현금 유출 시점을 늦추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시장에서는 미국 GM으로부터 유입될 보상금 규모나 시점 등 추가적인 현금 유입 변수를 따져보고 있다.
최근 LG엔솔은 일부 협력사 대금 결제에서 어음 지급을 늘리거나 발행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 경쟁사에 비해 현금으로 대금을 처리하는 비중이 높았던 만큼 협력사는 물론 금융권에서도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결제 수단 자체보다는 현금 유출 시점을 최대한 늦추려는 의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LG엔솔의 경우 어음을 발행해도 되지만 현금으로 대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회사는 현금 지급으로 단가를 유리하게 조정할 수 있고, 협력사도 유동화 부담을 줄일 수 있어 선호되는 방식이었지만, 최근 들어 어음 비중이 늘었다"라고 전했다.
통상 어음 결제가 늘거나 지연되면 시장은 이를 유동성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결제 시점을 뒤로 미뤄 자금 부담을 협력사로 이전하는 구조여서다. 어음 만기가 길어지거나 적용 범위가 확대될수록 시장 경계감도 높아진다.
LG엔솔의 경우 당장 유동성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1분기 중에만 8000억원의 회사채와 16억달러(원화 약 2조3000억원) 규모 글로벌본드를 발행했다. 투자업계에선 LG엔솔이 현재 3조원 안팎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분기 약 2078억원 영업적자를 내긴 했으나 확보한 현금성 자산과 외부 조달 여력을 감안하면 단기 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할 상황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연간으로 보면 현금 유출을 최소화해야 할 필요가 커졌다는 분석이 많다. 올 한해 나갈 돈에 비해 앞으로 유입될 현금 규모를 따져보기 어려워진 탓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올해 CAPEX가 약 6조~7조원 규모, 이자로 나갈 돈이 1조원 안팎으로 7조~8조원가량이 빠져나가야 하는데 상각전영업익(EBITDA) 규모는 예측이 불가하다"라며 "GM의 가동중단(셧다운)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몰라서 보상금이나 미국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유입 등을 봐가면서 운전자본 관리를 보수적으로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내에선 작년 하반기부터 지속된 GM의 생산 및 수요 조정 영향이 특히 큰 상황으로 보고 있다. 최근 대금 지급 방식 변동 등도 여기에서 출발했을 거란 목소리가 적지 않다.
GM은 작년 하반기부터 전기차 판매 부진 탓에 생산 계획을 잇달아 조정해 왔다. 미시간 오리온 공장의 전기차 전환 일정은 당초 계획보다 1년 이상 미뤄졌고, 디트로이트 '팩토리 제로(Factory Zero)'를 비롯한 주요 전기차 생산 거점에서도 감산과 일시 셧다운을 반복하고 있다. 팩토리 제로는 GM의 전기차 전환 전략을 상징하는 공장인데, 올 들어서만 2400명 가까운 인력을 영구·임시 해고했다.
자연히 LG엔솔과의 합작법인(JV)인 얼티엄셀즈도 연초부터 셧다운 상태다. 원래 3분기 재가동이 예정돼 있었지만 예단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GM이 재고 차량을 시장에서 소화하지 못하면 양사 JV 역시 생산을 재개하기 어려운 구조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GM으로부터 언제, 어느 정도의 보상금을 확보하느냐를 주시하는 시선이 많다.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LG엔솔은 양사 계약에 따라 GM 측에 2조원 규모 보상금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된다. 그러나 GM 역시 재무 여건이 여의치 않아 계약대로 보상에 응하기 어려운 형편으로 전해진다. 통상 JV 형태의 공급계약에선 일정 수준의 보상 기준이 계약에 명시돼 있는 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비용 범위와 손실 수준에 대한 해석 차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보상 규모를 두고 사후 협상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GM의 전기차 생산 재개 시점 역시 관건으로 꼽힌다. 양사 JV가 하반기 중 재가동에 들어가야 미국 정부로부터 AMPC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 한 관계자는 "순차입금이 20조원 가까이 돼서 더 이상 차입을 늘리긴 어렵고, 대금 일정을 조정해 운전자본을 확보하는 등의 조치도 수개월 정도의 단기 대책"이라며 "올해 연간으로는 사업 자체 현금흐름보다는 GM과의 보상금 협의, AMPC 규모 등 추가 현금 유입이 무척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