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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이지연)
미래에셋증권이 리서치센터 내 연구원 보조(RA) 채용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기존 RA 인력을 애널리스트로 승격시키고 이후 발생하는 업무 공백은 인공지능(AI)으로 대체한다는 방침이다.
증권가의 관심은 다른 증권사들이 이런 결정을 따라가느냐에 모아졌다. 당장은 '무리수'라는 평가가 더 많다. 그럼에도 불구, 리서치의 AI 도입이 단순한 업무 효율화를 넘어 리서치 조직의 단계적 축소 혹은 폐지 수순으로 갈 수도 있다는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리서치센터의 명칭을 'AI 리서치센터'로 변경하고 체질 개선을 진행 중이다. 신임 센터장으로는 성장기업분석팀 소속의 박연주 이사를 선임했다.
회사는 현재 근무 중인 7명의 RA를 연내 애널리스트로 승격시킨 뒤 이후 보조 업무는 AI를 활용할 계획이다. 단순 업무를 위한 인력은 배제하고, 애널리스트는 깊이 있는 분석에 전념하도록 하겠다는 목표다. 이에 따라 신규 RA 채용은 당분간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리서치 사관학교'로 불리며 인재를 배출하던 모습과는 딴 판이다. 미래에셋증권의 리서치 조직 규모는 최근 10년간 눈에 띄게 축소됐다. 10년 전 대우증권 통합 당시만 해도 100명에 육박했던 인력은 현재 28명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현재 근무 중인 RA가 모두 애널리스트로 승격해도 35명에 그친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을 두고 의아한 반응이 앞섰다. 오너 기업이기 때문에 내릴 수 있는 결정이었단 평가부터 극단적으로 리서치를 폐지하겠다는 뜻과 다름없다는 지적의 목소리까지 이어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RA 채용 중단은 미래 애널리스트 육성을 그만두겠다는 것이고, 단계적으로 애널리스트의 역할까지 AI로 대체하겠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며 "AI가 RA들의 업무를 일부 수행할 수 있는 건 사실이지만, 애널리스트의 관록, 통찰 등을 대신할 순 없다"고 말했다.
대형 증권사로서 공적 역할에 미진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리서치센터는 일반 투자자와 기업 사이의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RA 과정은 애널리스트로 거듭나기 위해 필수적인 교육의 장이라는 점에서 장기적으론 국내 자본시장의 분석 역량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래에셋증권이 리서치 규모를 줄이는 배경으론 주식법인 영업의 수익성 약화가 꼽힌다. 과거에는 리서치 보고서가 기관 투자자의 매매를 이끌어내고 이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무형의 효과'가 뚜렷했지만, 최근 시장 환경이 변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또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리서치가 영업에 기여하는 유기적인 역할이 컸으나 지금은 그런 효과가 많이 희석된 상태"라며 "돈이 안 되는 부서를 효율화 하겠다는 논리는 이해되지만, 대형사로서 인색한 결단"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의 이번 행보에 타사 애널리스트들도 술렁이는 분위기다. 대형사의 이례적인 선언이 업계 전반의 리서치 조직 축소로 이어지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만약 리서치에 AI를 전면 도입하는 판단이 타 경쟁사 경영진에게 '효율성'으로 비친다면, 미래에셋증권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주요 대형사 리서치센터는 더 극심한 조직 개편과 축소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다만 주요 대형사들은 현재로서는 RA 채용 및 조직 운영에 변동이 없다는 입장이다.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증권 등 리서치 규모가 큰 주요 대형사들은 여전히 70명 내외의 인력을 유지하며 RA 채용도 지속하고 있다. 이들은 애널리스트와 RA를 2대 1 수준으로 매칭하는 인력 운용 방침을 유지 중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기존의 단순 업무를 AI로 전환하고, 투자자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컨텐츠를 더 많이 생산할 것"이라며 "조직 구성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