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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상승과 함께 개인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투자) 열기가 커지며, 증권사들도 신용융자 서비스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일부 증권사에선 개인 신용공여 비중 확대를 고려하는 등 불장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모습이 관측된다.
금융당국이 과도한 신용융자에 제동을 걸고 있긴 하지만, 증권사들은 폭발적인 수요를 따라가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코스피가 6500선 전후에서 고점 징후를 보이며, 신용융자 리스크 관리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신용융자 잔고는 34조6946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초 27조4000억원에서 약 26%(7조2000억원) 증가했다.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 2월~3월 초만 해도 변화가 미미했지만, 최근 코스피가 급등하면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신용융자를 잠정 중단했던 대형 증권사들도 일제히 서비스를 재개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14일 신용융자 및 증권담보대출 서비스를 다시 시작했다. 한국투자증권도 지난 1일부터 신용거래 신규약정 서비스를 재개했다.
일부 증권사는 개인 한도를 대폭 확대했다. KB증권은 지난 6일 신용거래약관을 개정하고 개인 신용공여 최대 한도를 기존 5억원에서 20억원으로 상향했다. 메리츠증권은 기존 20억원의 한도를 40억원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 주요 증권사들의 신용융자 개인 최고 한도는 20억~40억원에 달한다.
증권사들의 신용융자 잔고는 이미 작년 한 해 동안 2배 가까이 증가한 상태다. 올해 들어 전체 잔고 증가율이 30%에 육박하는 점을 고려하면 증권사별 잔고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증가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신용융자 잔고는 2조4300억원으로 전년 말(1조1600억원)보다 약 2배 늘었다. 같은 기간 다른 증권사들의 증가율도 ▲미래에셋증권 74% ▲NH투자증권 74% ▲KB증권 67% ▲신한투자증권 78% ▲삼성증권 49%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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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이지연)
신용융자 잔고 증가는 실적에도 즉시 반영됐다. 업계에 따르면 작년 대형 증권사들의 이자수익은 전년 대비 10% 안팎으로 증가했다. 신용공여 및 예탁금이 증가한 영향이다. 증권가에선 올 1분기에도 비슷한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대형 증권사들의 신용융자 단기 금리는 연 4.9~7% 수준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일부 중소형사는 3%대 저금리를 제시하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다만 금감원의 '빚투' 경고 이후 대부분 대형사 수준으로 금리를 상향했다. 현재 현대차증권(연 3.9%), 한양증권(연 3.65%) 등이 비교적 낮은 금리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빚투 열기가 계속되면서 일부 증권사에선 개인 신용공여 비중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관측된다. 증권사의 신용공여는 자기자본의 100%까지 가능하다. 통상 증권사는 이를 여유 한도(버퍼)와 개인, 기업으로 나눠 관리한다. 이중 20~30%에 달하는 버퍼를 소폭 축소하거나 기업금융의 한도 일부를 리테일로 가져오는 방식이 고려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신용융자는 담보가 확실하고 브로커리지 점유율까지 끌어올 수 있으니 리테일 쪽에선 북(투자한도) 확대에 대한 수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기업·개인 북이 엄격히 관리되고, 웬만해선 변경하지 않는 편"이라며 "기업금융 쪽에서도 뺏기기 싫어하고, 당국의 눈치도 보이는 상황이라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달 주요 증권사의 CRO 등 신용융자 담당 임원을 불러 리스크 관리체계 강화를 주문한 바 있다. 투자자 보호 등이 적합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신용융자 한도 관리의 적정성 등을 점검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증권가에선 신용융자 매매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 우량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반대매매 등 위험이 크지는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 코스피에서 두 반도체 종목 비중이 45%에 달해 매크로 이벤트로 인한 외국인들의 국내 증시 매도 시에는 두 회사 역시 주가 낙폭이 클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당장 삼성전자만 해도 지난 2월말에서 3월말 사이 불과 한 달 새 23% 급락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최근 신융융자 관련 리스크 체제와 관련해 일종의 '경고'를 날린 상황에서 잔고를 대폭 늘리거나 하는 움직임은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