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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출범 이후 코스닥 활성화와 스몰캡(중소형주) 정보 비대칭 해소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정작 현장 리서치센터 분위기는 삼천당제약 사태를 계기로 위축되고 있다.
코스닥 종목에 대해 보수적 견해를 냈다가 기업과 정면충돌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스몰캡 커버리지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짙어졌다. '코스닥 활성화' 명분 아래 스몰캡을 더 보라고 주문은 나오지만, 법적 부담과 사후 책임은 결국 개별 애널리스트와 증권사가 떠안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삼천당제약은 먹는 비만약 복제약, 경구용 인슐린, 황반변성 치료제 바이오시밀러 개발 기대를 타고 지난해 말 20만원대 초반이던 주가가 지난달 말 장중 123만원대까지 치솟으며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이후 계약 구조를 둘러싼 의문, 실적 전망의 신뢰성 논란, 대주주 지분 처분 이슈가 잇따라 불거지며 주가는 단기간에 급락했다.
갈등의 불씨는 아이엠증권 소속 애널리스트의 코멘트가 시장에 전해지면서 커졌다.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승인 과정에서 추가 임상이 필요할 수 있다는 취지의 견해가 알려진 것이다. 삼천당제약은 이를 허위 사실 유포로 규정하고 해당 증권사와 애널리스트를 상대로 민·형사상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반면 아이엠증권은 시장 이슈 대응 차원에서 애널리스트가 참고용 코멘트를 정리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회사는 현재까지 관련 소장이 접수된 바 없고, 이번 사안과 연동해 별도로 스몰캡 리서치 일정을 조정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증권가가 이번 사안을 더 민감하게 보는 이유는, 추가 임상 가능성이나 실적 가시성에 대한 보수적 해석이 충분히 검토 가능한 분석 영역인데도 회사가 곧바로 법적 조치까지 언급했다는 점이다. 단순한 의견 충돌을 넘어 기업이 애널리스트의 해석 자체를 직접 문제 삼는 선례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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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이지연)
삼천당제약은 과거 IR 자료와 보도자료를 통해 장기 매출과 영업이익 추정치를 적극적으로 제시해 왔지만, 실제 성과와의 간극이 적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경구용 인슐린, 먹는 비만약 등 주요 파이프라인 일정이 여러 차례 조정됐고, 과거 무채혈 혈당측정기나 먹는 코로나 백신 이슈 역시 기대를 키운 뒤 실제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평가가 대표적이다.
거래소 제재까지 겹쳤다. 한국거래소는 최근 영업실적 전망 관련 내용을 공정공시 없이 보도자료 형태로 먼저 배포한 점을 문제 삼아 삼천당제약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하고 벌점 5점을 부과했다. 회사는 절차상 문제라고 선을 그었지만, 투자자들 입장에선 당황스러운 상황이 됐을 거란 평가다.
이번 사태는 스몰캡 리서치의 구조적 한계와도 맞닿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커버리지가 얇은 종목일수록 기업이 내놓는 숫자와 설명이 사실상 시장의 기준점이 되기 쉽다. 반면 이를 검증할 수 있는 애널리스트 수는 제한적이고, 검증 과정에서 기업과 충돌이 생기면 부담은 다시 증권사와 개인 연구원에게 집중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당국은 스몰캡 분석 확대를 말하지만, 정작 분석 주체를 보호할 장치는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장에선 목표주가나 투자의견 제시를 피하고 사실관계 전달 수준으로만 최소화하는 방어적 작성 관행이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과거에도 유사한 긴장 관계가 수면 위로 드러난 적은 있었다. 2015년 현대백화점 IR 담당 임원이 자사 신규 사업에 부정적 전망을 제시한 증권사 애널리스트에게 강하게 항의한 사실이 알려지며, 기업과 리서치하우스 사이의 불균형한 관계가 도마에 오른 바 있다. 당시에도 금감원과 금투협은 매도 리포트 확대를 주문했지만, 정작 보고서를 작성하는 주체를 보호할 장치는 부족하다는 문제 제기가 뒤따랐다.
한 증권사 스몰캡 연구원은 "부정적 코멘트 하나로 소송 리스크를 떠안을 수 있는 상황에서 누가 총대를 메고 코스닥 리포트를 적극적으로 쓰겠느냐"며 "괜히 덤터기만 쓸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업계 내부적으로도 더 조심하자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