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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이 라인게임즈에 대한 소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재무적 투자자(FI)와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주당 가격을 낮춰 기존보다 훨씬 많은 주식을 발행함에 따라 증자에 참여하지 않은 앵커에쿼티파트너스의 지분율이 0%대로 추락했다. 앵커PE는 라인 측의 의무 위반을 이유로 주식매매청구 소송을 진행 중인데, 이번 증자 절차에도 제동을 걸지 관심이 모아진다.
라인게임즈는 2017년 6월 라인(LINE Corporation)이 설립했다. 그 해 액션게임 '드래곤 플라이트' 등을 성공시킨 '넥스트플로어' 경영권을 인수했고, 이듬해 두 회사가 합병해 지금의 라인게임즈가 됐다. 합병 해엔 앵커PE(Lungo Entertainment)로부터 1250억원을 유치했다. 그 해 말 지분율은 라인 41.72%, 앵커PE 27.55%가 됐다.
라인게임즈는 2021년 상장전투자유치(프리 IPO)도 단행했다. 중국 텐센트 등이 참여해 1150억원 규모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받아갔다. 회사가 투자 5년 안에 상장하지 못할 경우 연 단리 4%를 얹어 투자금을 상환하는 조건이다. 이에 2022년부터 상장을 추진했으나 잇따른 실적 부진과 재무구조 악화로 결과를 내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라인게임즈의 지배구조는 바뀌었다. 앵커PE가 투자할 당시 라인게임즈의 최대주주인 라인은 네이버 계열사로 라인(LINE) 앱을 운영하는 대기업이었다. 2021년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가 합작사 A홀딩스를 설립한 뒤엔 A홀딩스-Z홀딩스-라인-라인게임즈로 지배구조가 바뀌었다.
2023년엔 Z홀딩스 산하의 라인과 야후가 합병해 라인야후(LY Corporation)가 출범했다. 이 과정에서 지배구조는 A홀딩스-라인야후(옛 Z홀딩스)-Z중간글로벌(옛 라인)-라인게임즈로 바뀌었다. 기존의 핵심 사업은 라인야후로 옮겨지고, Z중간글로벌은 해외 자회사 관리 역할로 축소됐다. FI의 자금을 상환할 능력도 줄어들었다.
앵커PE는 2023년 9월 라인 측에 주식매수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양측의 협상이 이어졌으나 소득이 없었고, 2024년 1월 앵커PE가 소송을 제기했다. 투자 원금에 연 15%의 복리를 얹어 2000억원 이상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라인 측이 주주간계약(SHA)상의 경업금지 의무를 위반해 라인게임즈에게 보장된 퍼블리싱권을 보장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소송 진행 중에도 앵커PE와 라인 측은 물밑에서 협상을 진행했다. 라인 측이 앵커의 라인게임즈 지분을 1500억원가량에 인수하는 안이 오갔다. 그러나 라인 측이 이사회 승인을 받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며 협상이 백지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전에선 라인 측이 이겼다. 작년 12월 법원은 주식매수청구권을 계약해제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와 비슷하게 봤다. 아울러 앵커PE가 상대의 중대한 위반 사유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청구를 기각했다. 반면 앵커PE 측은 주식매수청구권은 계약해제·손해배상과 다른 새로운 매매 계약상 권리라고 주장하며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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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이지연)
쟁송이 한창인 가운데 라인은 라인게임즈에 대해 지난달 117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보통주 2350만여주를 액면가(주당 500원)에 발행했는데 앵커PE는 이에 참여하지 않았다. 기존 발행 주식이 61만여주에 불과했는데, 이의 40배 가까운 물량이 새로 발행되면서 앵커PE의 지분율은 0%대로 희석됐다.
이미 투자 기간이 오래된 앵커PE 입장에선 추가로 증자 재원을 마련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회사 사정이 좋지 않다지만 주당 투자금(약 86만원)에 한참 못미치는 가격에 참여할 명분도 없다. 주주간계약에 따르면 라인이 앵커PE의 동의 없이 투자 단가보다 낮은 가격에 새 주식을 발행해선 안 된다. 프리 IPO 때 투자 단가도 140만원, 150만원 수준이었다. 앵커PE는 액면가 증자 역시 주주간계약 위반으로 보고 있다.
라인게임즈 측은 규칙과 제도를 준수했으며, 기존 주주에게도 동등한 증자 참여 기회를 부여했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회사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데 필요한 운용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증자를 진행했다"며 "(액면가 유증은) 당시의 상황을 감안했을 때 보다 많은 주주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 결정됐다"고 말했다.
라인 측은 여러가지 긍정 효과를 얻은 것으로 풀이된다. 100억원대 자금을 투입해서 라인게임즈 지분율을 전보다 크게 끌어올렸고, 절대적인 지배력을 확보하게 됐다. 아직 소송이 진행 중이긴 하지만 상대방의 지분율 변화에 따라 향후 협상력이나 분쟁 구도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2심도 승리한다면 최소한의 자본을 투입해 수천억원의 자금 유출을 피하게 되는 셈이다. 항소심에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 주목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액면가로 증자를 해야할 만큼 회사가 망가진 면도 고려해야 겠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주주간계약상 의무 위반에 대해 여러 경로로 문제를 제기할 만한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