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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해외 투자 환헤지 비율을 기존 0%에서 최대 15%까지 높이기로 하면서 외환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고환율 환경에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조치지만, 시장의 관심은 환헤지 확대 자체보다 그 실행 방식에 관심이 쏠린다.
국민연금은 당국이 추진 중인 '뉴 프레임워크'에 따라 환율 안정 기능까지 일부 떠안게 됐다. 시장 소화 한계를 넘어선 헤지 물량을 감당하기 위해 외화채 발행이라는 새로운 경로를 선택한다는 계획이다. 단순한 헤지 전략을 넘어 자금조달 구조까지 바꾸는 이번 결정이 연금의 역할과 시장 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의견이 분분하다.
투자은행(IB) 씨티의 추정치에 따르면 이번 결정으로 인해 추가로 발생할 환헤지 물량은 약 300억~600억달러(약 44조~88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이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시장 인프라다. 국민연금의 환헤지는 수탁은행을 통해 선물·옵션, FX스와프 등 파생상품 거래로 이뤄진다. 수탁은행이 감당할 수 있는 캐파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안정적 헤지가 구조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환헤지 물량을 수탁은행이 받아주려면 가격 왜곡은 물론 외환 스와프 시장을 경유한 외환보유액 부담까지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국민연금은 환헤지 구조 자체를 바꾸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수탁은행이 헤지 물량을 받아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해외 투자에 필요한 달러를 외화채 발행으로 직접 조달하는 방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연금의 외화채 발행을 내용으로 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관련법 개정 이후 내년 초 발행을 목표로 한다.
기존에는 시장에서 파생상품을 활용해 환헤지를 수행했다면 앞으로는 자금조달 단계에서부터 환노출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셈이다. 이 같은 변화는 국민연금의 역할을 둘러싼 논쟁으로 이어진다. 대규모 환헤지는 그 자체로 외환시장 안정 효과를 낼 수밖에 없다. 여기에 외화채 발행까지 더해질 경우 달러 수급 조절 기능까지 수행하게 된다.
국민 노후자금을 활용해 환율 관리를 한다는 지적을 피할 수는 없다.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한 '국민연금 뉴프레임워크' 역시 연금 기금운용을 통해 외환시장 변동성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과 투자 간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금운용본부 내부에서도 환헤지 확대를 둘러싼 내부 의견 충돌이 표면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그간 환헤지를 최소화하는 '환오픈' 전략을 기본으로 삼아왔다. 실제로 2018년 이후에는 해외투자 자산에 대해 100% 환오픈을 실시했다. 환차손 방어를 위한 투자보다 해외 주식 수익률이 가져다 주는 성과가 훨씬 컸기 때문이다.
리스크 역시 적지 않다. 시장 수용능력의 한계 속에서 외화채 발행이라는 우회로가 등장했다. 외화채 발행으로 인해 추가적인 금융비용 부담이 불가피한 데다, 환헤지 확대에 따른 기회비용 역시 무시하기 어렵다.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을 줄이는 대신 장기적으로는 달러 자산이 제공하는 분산 효과와 수익 기회를 일부 포기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헤지는 본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수단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구조에서는 오히려 새로운 리스크를 만들어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환헤지를 위한 외화채 조달 방식과 이에 따른 비용, 효과에 대한 검증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국민연금이 감당해야 할 것은 환율 변동성 자체보다 연금 본연의 역할과 정책적 기능 사이에서 균형점이다. 국민연금의 역할이 정책 수단으로 확장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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