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 신종자본증권 발행 두고 눈치싸움…KB 완주에 주목
입력 2026.04.29 10:37|수정 2026.04.29 10:40

KB금융지주, 4050억 신종자본 발행
금리 변동성에 공모 금리 두고 조율 중
우리·하나 잠정 연기…NH 발행 논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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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이지연)

    중동발 지정학적 긴장으로 채권시장이 흔들리면서 금융지주사들의 신종자본증권 발행 전략도 재조정되고 있다. 자본비율 관리 차원에서 상반기 중 조달이 필요하지만, 금리 부담이 예상보다 빠르게 커지면서 발행 시기를 두고 눈치싸움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현재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준비 중인 KB금융지주가 계획대로 완주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 하이브리드채권이다. 채권임에도 통상 만기가 30년 이상인 장기물이기 때문에 재무제표상 자본으로 분류된다. 신종자본증권은 기본자본으로 구분돼 시간이 흐르면 자본인정비율이 낮아진다.

    KB금융지주는 이달 중 4050억원 규모의 원화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계획했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6000억원까지 증액 발행 한도도 열어뒀다. 주관사는 키움증권, SK증권이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일은 오는 5월 7일, 발행일은 14일을 목표로 한다. 공모 희망 금리 밴드는 아직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최근 국고채 금리 변동성이 심해 내부적으로 금리 수준을 두고 조율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자본증권은 통상 국고채 5년물 금리를 기준금리로 삼아 가산금리를 더해 발행 금리가 결정된다. 최근 미국 금리 변동성과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치면서 국내 채권시장 역시 변동성이 확대됐고, 발행사 입장에서는 조달 비용 부담이 예상보다 커졌다. 국고채 5년물 금리는 중동 전쟁 전 2.6%대에서 현재 3.6%대로 100bp(1bp=0.01%포인트) 가량 치솟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5월 중 발행을 목표로 하고는 있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더 늦춰질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며 "발행 자체보다 어느 금리 수준에서 들어가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KB금융지주의 경우 지난해에는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보통주자본비율(CET1) 관리 여력이 있었고, 공격적인 자본 확충 필요성도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순상환 기조를 보였는데, 신종자본증권 잔액도 2024년 말 5조825억원에서 2025년 말 4조3593억원으로 줄었다.

    올해는 상황이 다소 달라졌다. KB증권 등 주요 자회사에 대한 자본 지원 필요성이 커졌고, 그룹 차원의 자본 완충력 확보 필요성도 함께 부각되고 있다. 지난 2월 KB금융지주는 KB증권에 7000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발행을 단순 차환이 아닌 선제적 자본 관리 차원으로 해석하고 있다.

    반면 다른 금융지주들은 한발 물러선 분위기다. 우리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당초 상반기 중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목표로 했으나, 시장 금리 상승에 발행 일정을 잠정 연기했다. NH농협금융지주도 신종자본증권 발행 시점을 두고 주관사단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지주사들은 공모 시장에서 직접 조달에 나서기보다는 기존 일괄신고제 한도 내에서 공모채 간접발행 방식을 활용해 조달을 이어가고 있다.

    신한금융지주의 타이밍이 가장 좋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한금융지주는 중동 리스크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반영되기 전인 3월 초 수요예측을 실시해 4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연 4.2% 수준에 발행했다. 이후 금리 레벨이 빠르게 올라온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조건에서 조달을 마친 셈이다.

    앞의 관계자는 "KB금융이 5월 안에 발행을 마무리하면 이후 다른 지주사들의 발행 판단에도 중요한 기준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